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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갈피
namsukpark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인심(人心)이라지만, 조급(躁急)하게 굴지 않고 뚜벅뚜벅 내딛는 소(牛)의 발걸음은 우보만리(牛步萬里)를 연상케 한다. 자유민주사회의 정의(正義)와 공정(公正)이 훼손됨이 없고, 부질없이 불평과 불만을 일삼기보단 있는 것에 감사하며 희망과 용기 샘솟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COVID-19 백신의 등장에 환호했던 지구촌이 마구잡이로 휘젓는 변이(變異)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공포에 움츠러들었다는 뉴스가 경각심(警覺心)을 한층 더 높여 일깨워준다. 짐짓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오늘이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우리들이다. 파종(播種)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는 농부의 믿음은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에 틀림이 없다.

 

 “우리사회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접종해야 하는 것처럼 부추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우려를 표한다.”는 보건복지부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이 있었다. 백신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을 ‘1등 주의의 폐해’로 치부(置簿)하면서 한국의 인구대비 백신확보 물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4위에 그친다는 ‘팩트’를 증발시켰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부의 노력은 발 빠르게 하는 것이 지극히 마땅해야 할 테다. 백신 도입의 적기(適期)를 놓친 정부 책임론을 방어하려다 실언(失言)했다고 이해해주고 싶지만, 각박한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소식이 들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남 탓으로 면피(免避)를 자주하면 버릇되기 쉽고 국민에게 불안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헬렌·켈러는 세상은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다고 했다. 유행가 노랫말에서도 “한 계절 피었다가 시드는 꽃”이라 에두르지만, 우리가 바라는 노후(老後)는 기력(氣力)이 쇠약해지고 거동(擧動)이 느리겠지만 의지(意志)에 따라 움직일 수 있었으면 오죽이겠다. 세월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노화(老化)를 자각(自覺)함은 쓸모없을 인생계급장이 높아갈수록 쪼그라드는 근력저하(筋力低下)와 걸음걸이가 뒤뚱뒤뚱 비틀거림을 느낄 때가 아닌가싶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을 밝히면서 <2021년에도 부동산으로 자금유입 지속…가계대출 증가규모 예년 웃돌 것>이란 기사가 관심을 모은다. “한계(限界) 기업과 가구 빚 상환(償還) 능력 저하, 위험요인”을 거론하며 현재의 사상 최저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리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가계부채를 자극한 주범은 부동산 정책 실패발(發)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 수요는 말문을 닫히게 하기에 충분하다.

 

 벌써 한 바퀴 돌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이야 이래 뵈도 청춘이라 착각할지언정, 구름에 달 가듯 하는 세월을 거스르진 못할 테고 거울 속에 비춰진 모습은 거짓말 할 줄을 모른다. 나잇살이 늘어났어도 낭만이 조금만 있어도 삶의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여겼지만, 머문 듯 흐르는 것이 세월이고 지나는 한 점 바람일 뿐이다. 하지만, 순례자(巡禮者)의 기도는 간절하고 경건(敬虔)해야 할 테다.

 

 옛사람들은 용(龍)의 턱밑에 있는 구슬을 찾아가지려 위험을 무릅씀을 비유해 ‘탐려득주’(探驪得珠)라고 했다. 아무렴 세상이 좋아졌다고 할지언정 좋은 것도 알고 궂은일도 겪는 삶을 영위해가지만, 항상 좋으면 고마운 줄 모르고 가볍게 여기기 쉬운 사람들 마음이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렸다면 책임은 남에게 전가시킬 일이 결코 아니오라 서로 격려해가며 축복받는 시간이 되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바이러스의 횡포에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해야 할 일이다.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更新)해가는 판국에서 전체 인구의 60% 정도가 면역력을 갖는 집단면역이 이뤄져야 팬데믹(pandemic) 상황을 차단시킬 수 있다는데 ‘경신년(庚申年) 글강 외우 듯’ 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되풀이한다고 잘못 읽혀질 수 있지만, 글자는 큼지막하고 내용은 간단명료하면 오죽이겠다.

 

 오는가 싶으면 멈춰서고 아직 멀었나 싶으면 성큼 앞서는 사태의 변화다. 올해 안에 몇몇 국가는 ‘코로나 종식’을 선언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새해가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란 가장 큰 근거는 ‘백신’이다. 우리 무탈(無脫)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합시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수염이 석자라도 주린 창자에는 백신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데 쪼르륵 소릴 달래지 못한 채 추위를 무릅쓴 무료급식소의 기나긴 행렬이 두 눈에 밟혀진다.

 

 간밤에 수북하게 쌓인 하얀 눈밭에 발걸음을 내딛기가 조심스럽다. 시인은 “내일 해가 다시 뜨려면 날마다 저녁노을이 져야 한다”고 노래하지만, 숨 한번 내쉬었다가 들이쉬지 못하면 나무토막이 되는 영혼의 현신(現身)인 것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을 믿어마지 않는 우리들이다. 벽암록(碧巖錄)에는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라는 말이 있다. 신뢰와 원칙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는 우리네 삶의 기준이 ‘저기’가 아니라 ‘여기’,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김종삼(金宗三) 《어부(漁夫)》]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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