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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물상지(玩物喪志)
namsukpark

 

 지구촌이 죽 끓듯 하는 기후위기 앞에 ‘안전지대’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는 ‘물질에 탐닉하다 큰 뜻이나 자신이 세운 목표를 잃는 것을 비유’하는 것과 다름이 아닐 터이다. 우리나라주변 기압계(氣壓界)의 흐름이 워낙 복잡한 상황이라서 장마전선과 저기압이 추가로 발달할 수 있다고 한다. 장마의 장기화도 ‘경우의 수’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만 하겠다. 6월 중순 시작해 7월말에 끝나는 ‘장마’란 단어의 의미가 앞으론 여름철인 6~8월을 통째로 ‘우기(雨期)’로 보고 호우 피해에 대비해야한다는 시각도 비등(比等)해졌다.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가 살인적인 더위에 에어컨 사용을 늘린 결과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만에 5% 넘게 올랐다.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겪은 인도가 쌀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쌀 가격도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우크라이나전쟁 등 국지적인 위기보다 더 큰 공급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람들은 “歲寒之然後 知松柏之後凋” ‘날씨가 추워지고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늘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뿔이 있는 짐승은 치아가 없다’는 뜻으로 사람이 다재다능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일러준다. 안개비와 이슬비 중간 정도 굵기를 이르는 눈에 잘 보이지 않게 가는 빗줄기를 ‘는개’라고 부른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에두른 말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냈으면 오죽이겠다.

 

 ‘로마인 이야기’에 ‘페카토 모르탈레’(Peccato Mortale)가 나온다. 라틴어로 ‘용서받지 못할 죄’이다. 영국에서 우표를 거꾸로 붙이고 편지를 부치는 것은 반역행위로 간주됐다고 한다. 우리네 현실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는 ‘공직자가 예산을 함부로 낭비하는 죄’ 그리고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죄’이고, 정치인이 세력의 규합을 목적으로 퍼뜨리는 ‘괴담과 선동’도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구 600만의 도시국가 싱가포르 지도자 리콴유(李光耀)는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정책 논의 상대였고, 13억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에게 근대화로 가는 길을 안내한 가이드였다.

 

 “지금은 근대화 문제 이외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덩(鄧)의 말은 믿었지만, 그의 후계자들은 믿지 않았다. 중국 지도자들에게 대놓고 말했다. “여러분의 할아버지 세대는 대약진운동·기근·문화혁명이란 지옥을 건너왔다. 손자들은 할아버지 말씀을 시큰둥하니 듣지 않는 법이고 힘이 생겼으니 힘을 과시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에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중화사상(中華思想)만을 고집할 순 없다. 중국은 세계 여러 세력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주문했다.

 

 유사 이래 인류가 펼쳐왔던 경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육강식의 ‘먹이 싸움’이 아니었을까싶다. 편협한 시각과 경솔한 실천, 세상을 송두리째 변혁시킬 수 있다는 오만(傲慢)한 태도는 저마다의 언어로 시끄럽게 떠들어도 높은 곳을 오르고 나서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오기보단 타인능해(他人能解)하려는 자세였다면 오죽이련만… 관중규표(管中窺豹)의 후회는 항상 뒤늦게 찾아오는 법이다.

 

 미국의 인공지능(AI) 선두기업 7곳이 ‘AI로 생성·변조된 음성·영상 콘텐츠를 사용자가 구별하게 도와주는 디지털 ‘워터마킹’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백악관 발표다. 디지털 ‘워터마킹’이란 사진 등 데이터에 저작권 등 정보를 삽입해 관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누군가 AI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 경우 다른 사용자도 그것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표지를 넣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AI로 진짜처럼 합성한 ‘딥페이크(deep fake)’ 사진이나 영상이 사회에 많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불식(拂拭)시킬 기술이 등장할는지 주목된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참척(慘慽)의 아픔’이라고 한다. 경북 예천의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수근 상병 부모가 육필 편지를 해병대에 보냈다고 한다. “진심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깊이 간직하겠다.”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다.” “해병대 발전도 기원했다.” 길지 않은 편지에 ‘감사’가 네 차례나 등장했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과 같은 상황에서 위로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삼가 하늘의 위로가 함께하시길….

“松問竹 風雪滿山谷 吾能守?項 可折不可曲/ 竹答松 高高易?折 但守靑春色 低頭任風雪” - ‘소(松)나무가 대(竹)나무에게 물었다. / 산골 가득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 나는 강직함을 잘 지킬 수 있고 /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을 것인지. / 대(竹)나무가 소(松)나무에게 대답했다. / 너무 높이 솟으면 꺾이기 쉬우니 / 다만 푸른 봄빛을 항상 간직하며 / 머리 숙이고 눈보라에 맡길 뿐이지. [이식(李植, 1584~1647). <송죽문답(松竹問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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