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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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의 성지 미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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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티가 날 정도로 날씨가 무척 무더워졌다. 미들랜드(Midland)로 가는 길에는 신록의 푸르름도 한결 색깔이 진해졌다. 시골 도로 양쪽으로 뻗어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농장에는 무심하게 자란 감자 밭인데 소금을 뿌려 놓은 듯 꽃이 피어 하얀 꽃밭을 이뤘다. 그 중에서도 자주색 감자는 역시나 자주색 꽃을 피웠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다지만 식량으로 이용되는 감자꽃의 소박한 모양과 연한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변화도 몰라보게 달라져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온타리오주의 한인성당은 매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인 7월 5일 미들랜드 순교자 성지에서 야외미사겸 기념행사를 갖는다. 미들랜드 순교자 성지(Midland Martyr’s Shrine) 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호수와 계곡, 이곳은 그야말로 자연의 생태가 그대로 담겨 있고 시간의 발자취가 봉인된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마음이 편해온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도 필요 없고 계획은 더더욱 필요 없다. 그저 무작정 야외소풍을 가고 싶은 마음, 그것이면 충분하다.

 


 성지의 언덕에 올라서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드넓은 산야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름을 맞고 있는 수많은 숲들이 수줍게 고개를 들며 내미는 듯한 모습들이다. 사방은 고요한데 숲속에 하늘 높이 우뚝 서 있는 성당의 종소리만 은은하게 울리고 있다. 그 종소리는 순례자들의 마음을 압도하고 있다. 

 


 순교자의 성당은 여덟분의 순교자를 기리는 동시에 1639년에는 휴론족들이 사는 지역 가운데에 세인트 매리 마을을 설립한 예수회 소속 선교사들의 성스러운 종교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25년에 건립되었다.

 


 이곳은 바로 죠지안베이 지역에 살던 휴론족에게 전도사업을 하기 위한 전초기지였던 것이다. 이곳은 세계 여러 나라의 성인들을 모신 북미의 대표적 성지인데 한국인 최초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성상이 죠지안베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세워져 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로서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인 성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충남 솔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양반 가문이었으나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1801년 신유박해 때 집안이 몰락하였다. 열여섯 살인 1836년 신학생으로 중국 마카오에 유학, 1845년 상해 김가항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고국에 돌아온 김대건 신부는 서해 해로를 통한 선교사제들의 입국 통로를 개척하려다가 체포되어 온갖 고문과 배교의 유혹을 물리치고 한강 새남터에서 26세의 꽃같은 젊은 나이에 순교하였다. 우리들이 매년 방문하는 이 순교자의 성지는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온타리오주 미들랜드 가까이 있는데, 자동차로 하이웨이 #400과 #12를 이용하여 쉽게 도달할 수 있다.

 


 토론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천주교회 최규식(그레고리오) 본당신부님과 세 분의 보좌신부님들과 함께 신자 230여 명의 야외미사가 우아하게 집전되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에서 은은하게 울려오는 종소리는 순교자 성지와 세인트 매리 전 계곡을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토론토 시내를 벗어나 야외미사겸 1일 소풍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라고 했다. 님을 향한 성 김대건 신부님의 숭고한 정신을 만나고 그 동안 소원했던 이웃들이나 새로운 교우들과의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7월의 녹음은 우리들을 숲으로 부른다. 우리가 신록 속에 있으면 영원히 젊음을 간직할 것 같은 안정을 얻는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세인트 매리 마을의 골짜기에는 짙은 신록으로 뒤덮여 있었다. 작년에도 아니 재작년에도 와 본 곳이라고 싫증난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혼자 거닐어도 좋고 가족들과 걸어도 좋지만 친구들과 거닐면 더욱 좋은 곳일 뿐이다. 이 맑은 물과 푸른 숲에서 하루를 즐긴다는 것도 그만큼의 행복을 소유한 셈이 된다. 여기저기엔 가족 동반의 즐거운 정경이 눈에 띄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황홀한 신록이 산과 언덕을 덮고 있는 이 때 하늘과 땅, 나무와 풀잎 사이에서 은밀히 뿜어 나오는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다. 호수를 건너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속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할 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새들과 자연의 신비로움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곳, 도시락을 준비해서 숲속의 시원한 그늘에서 친구들과 한없이 머물면서 한수의 바둑을 두고 인생을 즐기고 싶다.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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