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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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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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비가 내린다. 먼지가 켜켜이 앉은 대지 위에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며 온 세상을 맑게 씻어주는 봄비다. 산과 들의 숨결을 타고 그 어떤 집념과도 같이 빛나던 지난겨울의 마지막 눈더미가 녹아내리면서 물안개가 살며시 피어오르고 싱그러운 흙내음이 코밑을 간지럽힌다. 이렇게 싱그러운 봄 향기가 산과 들 온천지에 아롱다롱 피어오르고 도로를 따라 실개천이 방긋 미소 지으며 나근나근 흐른다. 봄이 오는 소리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 꽃샘추위가 오는 봄을 시샘하고 있지만,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봄바람 탓이었는지 그 바람에 흔들리던 풍경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 설레게 하는 봄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새로운 희망의 세계를 열어가는 계절의 시작이다.


 며칠 전에, 나는 친구들과의 모임인 우정회 회원가족들과 함께 1박2일 간의 봄나들이겸 소풍을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있는 나이아가라 글렌 자연보호지역(The Niagara Glen Nature Reserve)을 찾게 되었다. 우정은 친구 사이에 나누는 정신적 유대감을 말할 때 쓰이는 말인데 성당에서 오랫동안 허물없이 사귀어온 친구들의 모임인 우정회를 말한다. 


 그동안 바쁘게 지내노라고, 나는 봄의 문턱을 넘어선 5월의 자연을 잊고 있었던 탓에 내 눈에 비친 산과 숲의 풍경은 유난히도 신비롭고 신선한 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녹색의 윤기어린 나무의 잎들과 싱그러운 냄새는, 그동안 토론토 중심가의 공해와 매연에 찌든 우리들에게 지옥에서 벗어난 천국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그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맑은 공기 속에서 잠시 나는 일상의 짓눌린 중압감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여유있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5월은 봄이 무르익어가는 계절이기에, 녹색을 띤 자연의 풍성함을 눈과 코로 보고 맡을 수 있는 확인의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 풍요를 실감하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이 5월에 잠시 지나간 겨울의 풍경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해 겨울에도 나는 이곳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았었다. 그때는 이곳 강, 산과 숲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죽음처럼 차갑고 황량한 바람만이 이곳을 더욱 볼썽사납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나는 그때를 생각하며, 이제는 천지가 딴판인 곳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어제와 오늘”의 변신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되었다. 자연의 법칙과 순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순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때때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은 것이다. 사람이 나이를 어떻게 할 수 없듯 계절의 변화 또한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연에 순응할 뿐이다.


 즐겁게 놀 수 있는 넓은 빈터의 전망과 함께, 아름다운 나이아가라 글렌은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누구나 이 지역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나이아가라 강이 내려다보이는 협곡과 거세게 돌진하는 푸른 강물은 하이킹 애호가들에게는 꼭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나이아가라 글렌(Niagara Glen)은 1992년부터 지정된 자연보호 구역이었던 계곡 깊숙한 아름다움의 독특한 장소이며, 나이아가라 강(Niagara River Whirpool)을 내려다보고 있다. 수천 년 전에 나이아가라 강이 절벽을 천천히 침식하여 깊은 협곡을 만들었다.


 이 협곡의 산책로는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지형에 적합한 신발이 필요하고,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흐르는 강물을 끼고 바위가 많아 탐험 할 흥미로운 지질학 및 생물학이 많이 있다.


 나이아가라 글렌으로의 산책로는 수천 년 전에 폭포가 이 지역을 침식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과거 바위를 돌아다닐 때 시간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길들여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탐험할 수 있는 이곳은 희귀종 및 멸종 위기 종을 포함하여 다양한 동식물의 고향이다. 


 협곡을 오르내리는 철제 계단은 캐롤라이나 숲을 통과하는 가파른 계곡의 길이 4km 산책로로 이어진다. 나이아가라 글렌 전역에 걸쳐 일곱 개의 산책로는 각각 나이아가라 강과 계곡의 장관을 제공한다. 자연 보호구역은 많은 천연 단풍나무 같은 식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을 따라 긴 협곡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그날 밤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놀라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쉐라톤 호텔에서 1박을 했는데 9층에서 내려다보는 미국과 캐나다의 폭포 전경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고, 특히 폭포위에 걸려있는 쌍무지개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 또다시 이곳을 찾게 만든다.


 바로 지난겨울, 죽은 듯이 메마르고 앙상한 모습으로 서있던 나무들이 밝고 윤기있는 탐스러운 잎을 드리우고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듯, 비록 오늘은 힘들고 괴롭더라도 우리가 희망과 소망을 버리지 않는 이상, 내일은 밝고 환한 빛이 반드시 다가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당부하고 싶다.


 우리들이 다녀온 나이아가라 글렌은 공기도 맑고, 산새 소리도 이채로웠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때때로 시간을 내어 자연을 아는 일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2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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