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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초라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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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었을 때 가끔 한국에서 온 또래들을 만날 때가 있었다. 그 사람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기 뭐 화끈한데 없어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이 나라에서 사냐는 거다. 여기서는 여름에는 골프치고 겨울에는 스키 타는 맛으로 산다고 하면, 골프치고 스키 탄 후에 제 2차가 중요한 건데 여기서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 못살겠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만나는 사람들한테서는 점점 그런 소리를 덜 듣게 됐고, 이제 그런 소리를 들은 지가 꽤 오래 되었다. 아마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한때 화끈하다는 것을 전부다 섭렵했으니 만족이 된 건지, 아니면 화끈하다는 것도 해보니 인생을 확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것도 아니니 그만 포기를 한 건지, 나이가 들어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괜히 좋지 않은 인상을 줄까 봐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다.


 사실 입맛만해도 그렇다. 젊었을 때는 맵고 짠 것을 좋아했었다. 그러다 하도 맵고 짠 것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하니까 점점 멀리하게 되고 이제는 짠 것은 아예 먹지를 못하고, 매운 것도 거의 안 먹게 된다. 그저 싱겁고 밋밋한 것을 먹을 뿐 화끈하게 짜고 매운 것은 멀리한지가 꽤 오래되었다.


 겨울이 오면 스키장 멤버쉽을 사서 일년에 몇 번씩 갔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일년에 한두 번씩만 스키장엘 간다. 한번이라도 빠지면 혹시 스키를 그만두게 될까 봐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친한 친구 세길이와 승용이는 스키매니아라 유럽까지 스키를 다니는데 나는 스키 타는 실력도 떨어지고 열정도 많이 식어 동참하지 못하니 그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오는 겨울에는 1월초에 예정된 몽트랑블랑을 잠시 다녀오는 일정이 있다. 그들은 그 후에 알프스로 간단다. 알프스…언젠가 한번은 아내와 같이 가보고 싶다. 


 올 여름은 골프 몇 번 치지 않고 한 해가 지난 것 같다. 돈벨리도 두세 번 갔고, 아내와 같이 몇 번 쳤고, 한 달에 한번 치는 M교회 모임에서 세 번 정도 쳤고, 매주 치는 목요골프에도 중간에 두 달 정도는 빠져서 그리 많이 치지는 못했고, 할 수 없이 나가야 하는 토나먼트도 시즌 초에만 서너 번 쳤을 뿐이다. 


 그리고 특기할만한 것은 잘 쳐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숲 속을 헤매고, 공 건지러 물가를 어슬렁거린 기억은 많은데, 200야드 밖에서 멋지게 홀에 붙였다던가, 어려운 벙커샷으로 홀아웃을 했다던가, 그린 밖에서 멀고 어려운 퍼팅을 성공시켜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을 한 타 차로 꺾었다던가, 돈을 많이 따서 호기롭게 밥값을 계산했다는 기억은 하나도 없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하는 나날만 있었을 뿐이다. 


 골프가 안 맞으니 스트레스 풀러 갔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쌓여가지고 오는 나날이 많다. 이렇게 열 받는 운동을 왜 큰돈 들여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Hwy 401을 지나다 보면 보이는 돈벨리 골프코스, 단풍이 멋들어지게 들었을 텐데 낙엽이 다 지기 전에 가서 한번 치고 싶다. 4번홀 티박스에서 단풍 속으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그 기분 정말 좋은데.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나서도 그래도 골프장을 보면 치고 싶고, 날씨가 좋으면 나가고 싶고…


 그래 건강할 때까지는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치자. 혹시 아나, 내년에는 잘 맞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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