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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잠드는 집
bh2000

 
홀로 잠드는 집 
 

 

 

창백한 야근을 마치고 
퇴근 가방에 온수 물통을 꺼내는 여자가 
한기에 온몸을 떨며 무릎이 꺾였을 때

 

충혈된 눈을 비비며 단잠에 빠진 여자를 위해 
냄비 위로 흘러 넘치는 육수를 온몸으로 받아
한나절 내내 마른 행주를 가만 덮어주는 일이거나 

 

어디로 가야 하나
고개 떨구고 그 자리에 말뚝처럼 서 있을 때
생존을 위해 닳은 신발 뒤축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고 격려하며 홀로 잠들 줄 아는 집 

 

때론 지붕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을 잠재우고
흔들리는 창문을 애써 다독이며
주인 행세를 자처하며 뜬눈으로 홀로 잠들었을 집 

 

길 모퉁이 멀어질때까지 
숨이 막힐 듯 차올랐던 그곳은 나의 광장 
고개를 천천히 들어 발음했을 때
언제나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늦게 귀가하는 그녀의 빈집처럼 
내가 그를 생각하는 일이
그 어둠과 고요만큼 아프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혼자 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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