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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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시간들(The rest of our journey)(14)
JOHNCHO

 

(지난 호에 이어)

 필자의 숙소는 아내가 워낙 남대문시장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교통도 좋은 편이라 아예 남대문 Marriott 호텔로 정하고 Check in을 했다. 호텔 주위엔 우리가 TV에서 보던 것처럼 고성을 지르며 데모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었는데, 필자가 어렸을 때 보던 최루탄이 터지고 여기 저기 피를 흘리는 모습이 아니고 마치 군대처럼 질서정연하고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진 오랫동안 훈련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데모하는 모습과 방법마저도 많이 달라지고 세련된 것 같다’고 여겼다.

 

 아내가 쇼핑을 즐기는 남대문에 자리한 이 호텔은 한국인들보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았고, 영어는 물론 마치 내가 캐나다에 있는 것처럼 여러 나라의 말들이 들렸다.

 

 거소증 신청을 포함해 2주간의 비교적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지내는데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가는 곳곳마다 필자를 많이도 놀라게 하는데, 정말로 짧은 시간 안에 경제, 사회, 문화까지 모든 면에서 많이도 발전했고, 거기에 따르는 기반시설 역시 어느 선진국 못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 강산이 변한 것이 아니라 강산을 새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훨씬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토록 가난하고 못살았던 우리 대한민국이 이처럼 생활수준은 물론 매일매일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서있는 한국에서의 2주간 여정이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 택시, 버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때로는 엉뚱한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도 하고 또 엉뚱한 정류장에 내리며 마치 시골에서 서울로 갓 올라온 촌노인처럼 허둥지둥 헤매는 늙은이의 모습이 지난 50년의 세월을 잃어버리고 건너 뛰어버린 어느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머리에 까만 물을 들이고 얼굴에 크림을 바르며 숨기려 해도 여기저기서 할아버지 이리로 저리로 오시라는 말은 처음과 달리 이제 당연한 것처럼 들리면서 행동마저도 할아버지처럼 하게 되는 내 모습이 별로이긴 하였지만 말이다.

 

 필자의 방문 목적 중 하나인 거소증을 신청하기 위해 혹시나 하여 일을 대행해주는 거소증 대행사를 찾아서 일을 맡기긴 했는데, 이런 일은 꼭 대행사를 통해서 해야 할 일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필자의 사무실에서도 계속 세미나를 통하여 알리고는 있지만 요즈음엔 오래 전 떠난 한국 재외동포들이 나이도 들고 재력으로도 안정돼 하던 일에서 물러나 은퇴를 하고 이제 별로 할 일이 없는, 미국을 비롯하여 각 나라의 재외동포들이 한국의 거소증 또는 복수국적 신청을 위해서 방문하는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고향을 그리는 향수병도 있지만, 그 외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의 의료시스템이란다. 캐나다 아니면 미국에 이민을 온지 얼마가 되었든 간에 우리 이민 1세들에게는 역시 우리 한국말이 우선 편하다.

 

 특히나 북미에서는 자기를 괴롭히는 노인병이나 아픈 곳 또는 증상을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속시원하게 의사 표현도 어렵지만, 한국은 최신식 의료기구나 의료진 실력, 환자들에 대한 배려와 친절함 등 모든 것이 비교도 안 되게 잘되어 있단다.

 

 이번 한국 방문시에는 토론토에서 오랫동안 사시던 여러 동포들과 또 지상사에서 여러 해를 근무하시던 분들을 뵈었고, 토론토의 생활과 한국에서의 삶의 장단점을 여쭈어 보았는데, 예전과 달리 10명 중 8명이 한국을 택했고 그 대답은 한국에서의 삶이 그만큼 더 좋아졌다는 말이다.

 

 필자는 거소증을 위해 시간도 그렇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해서 대행사를 고용했는데, 필자가 방문한 그 대행사 역시 필자와 같이 거소증을 취득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지만, 막상 해보니 대행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가 않고, 웬만한 것은 본인이 뛰어다니며 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일을 하면서 외계인이 아닌 외계인이 되어버린 나는, 가는 곳마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마치 반 치매에 걸린 노인처럼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지며, ‘과연 내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는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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