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배터리 방전 속도가 빨라졌다거나, 스마트폰 화면에 가로줄이 생기고 갑자기 꺼지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이른바 스웰링(배부름)현상이 나타나는 불량 배터리 때문입니다.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보통 밤에 자는 동안 충전을 하기 때문에 갑자기 터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라도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방문합니다.
하지만 지난 9월까지는 소비자 대부분이 교환을 거부당했습니다. 배터리가 불량이었다는 사실은 듣지 못하고 오히려 무상보증기간 6 개월이 지났다는 이야기에 2만 원이 넘는 새 배터리를 사올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누구는 돈 주고 사왔는데 누구는 보증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며 바꿔줬더라, 누구는 그냥 배부른 현상 확인하더니 바꿔줬더라.. 혼란이 이어진 겁니다.
알고보니 모든 게 불량배터리에 버금가는 삼성전자의 서비스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를 보니 불량 배터리 신고는 이미 지난 7월에 있었고, 취재결과 삼성전자는 당시부터 원인분석에 착수한 상태였습니다. 보증기간 연장은 10월, 보증기간에 관계없이 무상교환을 시작한 건 지난 1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불량 배터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쉬쉬'하며 소비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석 달이 지나서야 슬그머니 서비스 정책을 바꾼 겁니다.
지난 11일에 취재진이 문제의 배터리를 들고 서울 시내 한 서비스센터를 찾았습니다. 배정된 수리 기사는 같은 민원이 여러 차례 있었던 듯 내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배터리의 배가 불렀고, 통화나 데이터 사용이 안되고, 배터리 내 전해질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 현상으로 폭발 위험은 없으니 안전하다는 친절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11월부터 정책이 바뀌어서 무상교환을 해줄 수 있다"며 전산망을 두드려 보더니, "재고가 없으니 예약을 하라"고 말이 돌아왔습니다. 취재진은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고, 삼성전자측은 뒤늦게 서비스 정책이 바뀐 것,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 등을 인정했습니다.
취재가 끝날 즈음,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배터리 불량 현상과 무상교환 방침 공지를 띄우는 발빠른(?)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장 취재로 삼성의 '불량 서비스 정책'이 여실히 확인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