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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고개 숙인 기성용에게 우리가 할 일
lucasyun

 
Injury Time-고개 숙인 기성용에게 우리가 할 일
(베스트 일레븐)

세상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사과'고, 다른 하나는 '용서'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남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나를 꺾어 남에게 굽히는 것은 내재된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사과는 그 크기에 관계없이 모두 어렵다. 용서도 어렵다. 남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상처받은 나를 다스리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존감이다. 그래서 용서도 사과만큼이나 어렵다.

기성용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국 축구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기성용은 5일 저녁 자신의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소속 팀 스완지 시티의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어 직접 고개 숙이진 못했으나, 사건이 불거진 뒤 하루 만에 한국 축구와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잠시 기성용이 올린 사과문을 찬찬히 읽어보길 권한다.

<무엇보다 저의 바르지 않은 행동으로 걱정을 끼쳐드린 많은 팬들과 축구 관계자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이번에 불거진 저의 개인 페이스북 글에 관련한 문제는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해당 페이스북은 제가 1년쯤 전까지 지인들과의 사이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공개의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어쨌든 간에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전해졌습니다. 이 점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또한 치기 어린 저의 글로 상처가 크셨을 최강희 감독님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저는 더욱 축구에 전념하여 지금까지 보여주신 팬들과 축구 관계자 여러분의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4일 거재한 칼럼을 통해 '기성용, 지금은 솔직해야 할 시간'이라고 얘기했다. 사건의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만큼 당사자가 직접 나서 해명이든 사과든 빨리 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더군다나 기성용은 과거에도 SNS를 통해 묘한 뉘앙스의 글을 올리고 진위에 대해 밝히지 않은 채 회피한 경력이 있었다. 당시엔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크기와 무게가 달랐기에 숨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럴 경우 기성용 자신은 물론이고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큰 상처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기성용이 하루 만에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 했다. 기성용은 사과문에서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치기어린 자신의 실수라며 고개 숙였다. 그리고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향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또 고개를 숙였다. 직접 볼 수 없었기에 확언할 수는 없지만, 사과문을 통해 드러난 기성용의 마음은 진심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사과문을 올리고 한국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까지 얼마나 두려웠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앞서 언급했듯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나를 반성하고 남에게 사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도 그렇다. 하물며 한국 축구 전체를 향한 사과였다. 그리고 그때 한국 축구는 기성용을 향해 불같이 화내며 손가락질 해대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기성용은 조국에서 들려오는 거센 성토에 크게 낙담하고 상처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맙다. 이제 우리 나이로 25살인,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훨씬 더 많은 이 젊은 친구가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줬기에 고맙다. 그리고 혹시 잃을까 염려했던 한국 축구의 중추가 더는 크게 다치지 않고 되찾을 수 있게 돼 고맙다. 또 그와 가족이란 테두리에 있는 이들이 더는 마음고생 안 해도 된다는 점도 고맙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는 자신의 아들과 남편을 향해 쏟아지는 세상의 차가움에 얼마나 괴로웠겠냔 말이다. 그래서 너무 늦지 않게 세상을 향해 고개 숙인 기성용이 정말 고맙다.

이렇게 기성용은 꼭 했어야 할 일을 늦지 않게 했다. 물론 사과문을 올렸으니 지난 잘못을 모두 잊자는 뜻은 아니다. 한 번의 사과로 그간의 잘못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도 한 번의 용서는 해야 한다. 만약 기성용이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그때는 더 혹독한 비판과 차가선 시선을 꽂아야 하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성숙한 축구 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번의 용서는 해줘야 한다.

앞서 언급한 4일자 칼럼 끝자락에 이런 얘기를 썼었다. '세상은 용기 있는 사죄와 반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지금 당장은 모두가 적으로 보이고 때문에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을 것 같지만, 진심이 담긴 말은 언제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마련이다. 우리 나이로 이제 25살에 접어들어 아직 어린 선수기에 지금 상황에 무척 두려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 나오기 무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용기를 내야 할 시점이다. 진심을 담아 반성한다면 그리고 사죄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성장할 기성용을 응원할 준비가 돼 있다. 기성용, 지금은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가장 솔직해야 할 시간이다.'

고개 숙인 기성용에게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를 용서하고 다시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그가 어제와 오늘 받았을 엄청나게 큰 상처를 보듬어 주고, 보다 성숙하고 올바른 축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시 응원하는 일이다. 용서가 사과만큼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야 우리 사는 세상이 그리고 한국 축구가 좀 더 바른 굴레 속에서 잘 돌아가지 않겠는가? 끝이 보이지 않는 추운 벌판에 혼자 서럽고 외롭게 서 있었을 기성용에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따뜻한 용서다.

글=손병하 기자([email protected])
사진=베스트 일레븐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