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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lee

이유식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www.budongsan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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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속을 흐르는 물안개
yslee

 

 여명에 물안개 자욱이 보우강을 덮었다. 보우강 너 얼마나 흘러 왔더냐 이 시의 중심을 흐르는 그 긴 역사 위에 전설이 있다. 인디언의 영가가 물안개로 덮였더냐 물 속의 고기 떼들 춤을 추는구나.

 

초봄에는 자작나무 연초록 잎새가 나를 반겼고 봄이 지나는 듯 할 때에는 알버타의 꽃 들장미가 지천으로 피어나 나를 반겼지. 자작나무가 녹음으로 우거지는 듯 할 때 가을 단풍잎이 아련히 손짓을 했었고, 단풍잎 물드는가 했더니 낙엽 되어 떨어지고 쌀눈이 나의 동공을 적실 때 나는 겨울공원의 벤치에 앉아 너와 수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 겨울이 익어가면 수백 마리의 청둥오리 떼들이 나의 머리 위를 배회하며 나와 벗을 하자 했었어.

 

아아 지금은 코로나란 역병이 인간의 존엄과 생존의 균형을 빼앗아 갔으니 나의 벗은 이 황량한 공원의 쓸쓸함과 강물 속으로 흘러가는 물안개의 고즈넉한 여운만 나를 슬프게 한다.

 

생각할수록 미약한 인간의 생존, 삶의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강물 속을 흐르는 물안개가 소리 없이 울고 있다.

 

가끔은 태양이 서산에 걸리고 하루를 장식하는 노을 빛이 강물 속으로 반사될 때 인간 생존의 뒤안길을 음미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으리라는 상념을 씹어본다. 꼴깍 해가 로키산 밑 어딘가로 떨어지면 우리네 인생도 그 길을 따라가겠지.

 

마지막을 장식할 때의 신비는 사람이 이 지구를 떠날 때의 순간 이려나 사람이 떠날 때 떠나기 전에는 깨끗이 목욕을 하고 깨끗이 세탁한 옷을 갈아 입고 깨끗한 침대로 단장을 한 베드에서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한다는 말이 진실이다. 내 영혼이 떠난다는 영감의 예시가 신의 섭리일까?

 

여명에도 보우강가를 걸었고 석양 노을을 보면서도 이 강가를 걸었다. 이슬꽃이 사라지기 전 이 공원에는 사슴 몇 마리 뛰놀다가 사람을 보고는 깊은 산 로키를 찾아간다. 이어서 기러기 떼들이 줄지어서 동에서 서로 끼륵끼륵 날아간다. 강 건너 마을에 호롱불이 아닌 가로수 길에 밝혔던 네온사인 가로등이 하나하나 사라진다.

 

Fish Creek 공원 아무도 앉아주지 않는 공원 벤치에서 시름을 달래어 본다. 저녁 노을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침 노을이다. 저녁 노을은 인생의 막장드라마이고 여명의 노을은 청춘이 용솟음치는 노을이기에 나는 아침 노을을 즐겨보고자 한다.

 

봄에는 들장미가 지천을 이루는 이 평야 같은 공원을 중심으로 보우강 강물이 쉬지 않고 흐른다. 수 억겁을 흘러서 흘러서 가는 이 강물 지금쯤 어디로 흘러갔을까. 메모지를 꺼내어 다음과 같은 강물이라는 시 한 수를 써본다.

 

<강물>

사람아/ 강물이 흐른다고 멈출 곳이 없었던가/

과거가 있기에 현실과 미래가 있으리라/ 인생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

 

강물이 흐르기에/ 물고기 떼들도 역류하며 춤도 추고/

파아란 하늘을 보며 날아가는 새떼도 있다/ 사람아 사람아

 

태양 빛은/ 생존의 그리움을 찾아 방황을 해도/

 

그리움을 손짓하는 이슬꽃의 연가는/ 멈출 곳 몰라 눈을 감는다

 

사람아 사람아/ 방황의 고향에 꽃을 피우는 그 곳/

그림자의 속삭임의 날갯짓에/ 詩碑가 물안개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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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 다방에서 픽업을 한 커피가 식어간다. 인생도 커피맛과 같이 식어가면 모든 것이 끝나지 않을까. 식어간다. 식어간다. 내 인생도 내 영혼도 식어간다. 인류의 영혼이 식어가니 생존이 끝나리라. 허허롭다. 그러나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자고 고함을 치며 정처 없는 발길을 던져본다.

 

문득 전 남아공의 멘델라 대통령의 어록이 떠오른다. 그 유명한 한 단어, 27년간 섬 속의 감옥에 갇혀 모진 수형생활을 하면서도 한번도 잊지 않은 아즈위(AZWIE)란 말이다. 이 말의 뜻은 남아공 말로 희망이란 뜻이다.

 

이 절박한 역병이 창궐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해도 우리 동포들이 겪고 있는 참을 수 없는 고난이 있다 해도 다 같이 희망이란 말 한마디를 잃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이 난관을 헤쳐나가자고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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