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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즐기면서
drsul
2017-07-20
캐나다의 기후는 여름날이라도 조석으로 선선하다. 낮 몇 시간만 햇볕이 내리쬐고 계절도 짧은 듯하다. 오늘은 유난히 밝은 햇살이 따사롭기도 하고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되어간다.
바비큐 행사도 여기저기 많이 생긴다. 서독 동우회원들 간의 친목 골프대회와 여름 소풍이 즐거움을 더한다. 즐거운 야유회와 푸짐한 통돼지 구이를 떠올린다. 울타리(아우들과의 모임)도 공원에서 만나 하루를 보낸다.
자주 산책도 즐기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감사하자. 땀이 나면 기분이 좋다. 공원에는 주민들이 나와서 정담을 나누며 즐기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옛날 고향집이 문득 그립고 생각난다. 더워도 땀을 흘리면서 대청마루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보리밥과 호박잎과 열무김치, 무장아찌, 깻잎 볶음과 같은 건강식 농산물이 우리네 밥상의 주된 반찬들이었다.
뒷마당에 커다란 굴을 파놓으신 아버지. 그 옛날에 선풍기 하나 없던 시절에 아버지의 피서장 이었다. 그 안에는 옥수수, 고구마, 햇감자 찐 것 등 먹을 것이 푸짐하게 저장돼 있었다.
학교에서 귀가한 나는 “저도 조금만 공부하면서 쉬고 싶어요”하면 아버지께서 선뜻 허락하셨다. 옆에서 열무김치를 한 사발 덜어주시면서 간식이라야 고구마 찐 것과 고추장 장떡(밀가루용)이 전부. “막둥아! 공부하다가 출출하면 맛있게 먹으렴”
유독 감나무가 큰 고목이 되어 여름엔 그늘을 만들어 주었기에 들마루(평상)를 펴놓고 숙제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놀았던 그때. 펌프 샘물을 퍼 올리면 차갑고 시원해 머리를 감고, 등목도 즐기던 어린 시절.
저녁이 되면 동네 아낙네들은 우물가로 모여든다. 퍼내면 다시 고이는 샘물이 철철 넘치던 풍성했던 고향의 여름이 생생하다.
앞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으면 이웃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수박이나 참외, 오이도 뚝뚝 잘라서 주는 인심 후한 어머니. 그때의 차, 야식들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외양간의 소가 평안히 잠들 시간이면 고요해진다. 모기떼들은 윙윙 우리를 귀찮게 한다.
마른 풀잎을 태워서 모기를 쫓던 신기함과 아예 모기장을 꼼꼼히 쳐놓은 안방으로 잠을 청하러 간다. 정말 그 여름의 추억은 다신 안 올 것이다.
엊저녁 전화에서 외손주 녀석은 “할머니 우리 학교 Fun Fair에 꼭 오세요”한다. 학교 측에서 마련한 놀이터와 먹거리, 게임장이 있는 여름 축제이다. 3살도 안 된 외손주 녀석, 엄마 아빠와 주말에 재미있게 보내라.
나무들이 너무도 파랗고 잔디가 너무 예쁘다. 햇살이 따가울 때 또 걸어서 공원 배구장에 구경삼아 갔다 오자. 모래밭도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 남편이 퇴근하면 물가에도 다녀올 거다. 철렁철렁 소리 들으며 잔돌들이 깔린 바닷바람도 좋다.
꼬마들이 수영하는 모습들과 오리 떼들이 둥둥 떠서 물장난하는 자연을 보고 싶다. 아직 이른 일광욕이라도 하고 싶구나. 오는 길엔 피자도 사오자. 더우면 요리를 하기 싫어진다.
지난 주일날 골프장에서 얻은 멋지고 예쁜 돌멩이 2개를 기념으로 화단에 놔두었다. 까만색에 윤기가 있고 독특한 모양이라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자연에서 얻은 귀한 돌멩이도 기념이 된다. 화단엔 무궁화나무가 잘 자라고 꽃망울이 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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