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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골목길
sungmimpark

 

떠나온 땅에 눈도 보기 힘들다

골목길도 오래 전 사라지고

하늘 찌르며 솟은 아파트들,

눈 내리는 날은 골목길이 그립다

 

 

눈 내려 길가다 멈추어 서면

소리 없이 쌓이는 침묵을 보며

덮어두고 있었던 기억들

눈 내리는 길에서 싸우는 소리

아기들 울음 소리 듣는다.

 

 

발자국 어지럽게 찍힌 골목길

어디 보다 먼저 눈이 내려도

싸우는 사람 눈이 와도 싸우고

부지런히 오고 가는 발자국에

눈 쌓이기 전 녹아 질퍽거리고

 

 

골목길엔 비릿한 생선 굽는 냄새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냄새

밥보다 술을 먹는 아저씨 노래 소리

처량하게 떠올라 돌아다니고

아줌마 속상해 긁는 바가지 소리

아저씨 노래를 붙들고 구른다.

 

 

냄새와 소리가 부닥쳐 싸우고

좁은 길 위에 떨어져 구르다

부둥켜안고 구르노라면

끝내는 닫혔던 것 모두 열려

한 몸 되어 울고 웃는다.

 

 

늘 어디선가 떠오르는 냄새

울음소리 고여 질퍽한 길

어린 아이울음소리 들으며

어머니 젖 냄새 맡으며 걷던

바람 불어 추워도 따뜻한

눈보다 연탄재 쌓인 길

 

 

눈은 내려 가슴에 쌓이고

보이지 않는 길 끝이 없어

골목길에 발자국을 찍으며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하는 지,

사람은 어울려 살아야 하고

어디서도 부딪기며 산다.

 

 

약속처럼 눈아 내려

보이지 않는 골목길 찾아 걷는데

싸우는 소리 가득 찬 골목길에

아기 울음 소리 울린다

눈 사이를 헤치며 하늘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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