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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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콜라보레이션
kimhail

메뉴 콜라보레이션

 

 

고깃집에서는 식사 후에 마무리로 냉면을 먹어 줘야 제대로 고기를 즐긴 것 같다. 그러나 기름진 고기를 먹은 후 찬 음식을 먹는 것이 소화에는 별반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원활한 소화에 지장을 줄 것 같기 조차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것처럼 고깃집에는 반드시 냉면 메뉴가 있고, 어떤 집은 고기를 먹으면 덤으로 입가심용 냉면을 내 주기도 한다.

 

선육후면(先肉後麵)이라는 사자 성어(?)까지 있는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 하랴?

 

한편으로는 그 조합이 음식 궁합이 맞는다고도 한다. 냉면의 메밀 성분이 고기의 소화를 돕는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일까? 고기를 먹은 후 냉면을 먹는 것은 과연 음식 궁합적 연구의 결과 일까?

 

혹시 마케팅의 결과물이 아닐까?

 

고깃집은 대체로 점심 장사에 약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어떻게 점심 매출을 올려 볼까 고민하다가 비교적 조리가 간편하고 식재료가 단순한 냉면을 생각 해 내었고 한집 두집 따라하다가 생긴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우리말로 '공동 출연, 합작, 공동 작업, 협력' 등을 의미한다. 전혀 이질적인 두 업종간의 전략적 제휴에 주로 이 용어를 쓴다. 특히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이종 브랜드간의 제휴에 많이 쓰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서점 한켠에 커피숍이 입점 한다든지, 반대로 커피 전문점 안에 자동차 전시를 하는 등 소위 샵인샵(Shop In Shop)개념의 콜라보레이션도 있다. 고깃집의 냉면은 외식업의 대표적인 콜라보레이션 사례이다.

 

외식업에도 콜라보레이션의 바람이 분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음식 할인권이 아닌 유명 의류 할인권을 준다. 그 의류 매장에서는 구매액에 따라 10%에서 많게는 3,40%나 되는 레스토랑 할인권을 준다. 이종 브랜드간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메뉴의 콜라보레이션도 있다. 앞에 예를 든 고깃집의 냉면처럼,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지지만 커피 전문점의 머핀이나 쿠키, 도우넛도 콜라보레이션의 한 예다.

 

한.중.일식을 망라한 이것저것 다 취급하는 음식점에서 새로운 메뉴를 하나 추가하는 것은 고객에게 그리 크게 어필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위 전문점에서 전혀 이질적으로 보이는 메뉴를 추가하면 뭔가 좀 색달라 보이기도 하고 이야기 거리가 되기도 한다.  피자집의 경쟁이 치열 해 지자 한 피자 전문점에서 치킨 메뉴를 출시 해 대박이 났다 한다. 짬뽕 전문점에서 피자와 파스타 메뉴를 추가 해 새로운 컨셉의 전문점이 되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식당의 약점은 저가 음식이라는 점으로, 객단가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라면 제일 비싼 것 한 그릇이 $13.95이니 회전율을 높이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다행히 조리가 간편해 음식이 신속히 제공되고 식사 시간 또한 그리 많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니 잠재 고객만 충분하면 회전율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입지가 오피스 상권인데다가 대학가인 덕분에 회전율에 의지해 필요한 매상을 창출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만일 이 메뉴를 가지고 입지가 다른 상권에 분점을 낸다면 과연 이만한 회전율을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대안을 콜라보레이션에서 찾아 보았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치즈 등갈비라는 메뉴를 개발 해 선 보였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인분에 $18.99, 2인분 이상만 주문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술을 한잔 곁들이거나 입가심으로 라면 한 그릇씩 먹어 주면 객단가가 $30을 훌쩍 넘는다. 이젠 반드시 오피스 상권이나 대학가가 아니더라도 승부 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긴 셈이다.

 

메뉴 콜라보레이션을 생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새로운 메뉴의 경쟁력이다. 반드시 각각의 제품 혹은 서비스가 기본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앞에 예를 든 피자집의 치킨이 치킨 전문점의 그것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냥 맛없는 피자, 맛없는 치킨을 파는 정체성 없는 이상한 집이 되고 만다. 그럴 바에는 오히려 본업인 피자에 집중하는 게 낫다. ‘어느 피자집에서 치킨을 파는데 XX치킨 보다 훨씬 맛있어’로 시장을 뒤 흔들 수 있을 만한 상품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자체로 경쟁력이 없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무조건 결합해서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충분히 얻어내기 힘들다. 콜라보레이션 자체가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어느 정도 메뉴 구성이 잡힌 지금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 할 때 주방 직원들에게 이야기 한다. “세계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토론토에서는 최고다 할 정도의 맛을 내지 못하면 메뉴에 넣지 않겠다”고.

 

한가지 더, 수요 고객층이 겹쳐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주 고객인 식당에서 고객층을 넓혀 보겠다고 나이 든 분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추가해서는 곤란하다. 필자가 자주 예로 드는 이자까야는 나이 든 손님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다. 필자도 벤치마킹 삼아 몇 번 가 보긴 했는데 분위기가 영 불편해서 눈치 꾸러기가 되는 것 같아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곤 했다.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불황을 겪고 있고, 특히 외식업의 경쟁은 날로 치열 해져 간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외식업도 이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특히 마케팅에 관한 것이라면 타 업종을 공부하고 배우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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