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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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머리, 까망 머리
kimhail

 

어느 날 손님 한 분이 직원을 불러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한다.  평소 교육된 대로 직원은 손님께 미안하다 사과하고 음식을 새로 해 줄 수도 있고, 새 음식을 원치 않으면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음식은 거의 다 먹은 상태였고 당연히 손님은 그냥 가겠다고 했다.  직원이 그 음식 그릇을 주방에 가지고 가자 주방 직원이 들여다 보다가 “사장님, 이거 노랑 머리 예요” 한다.

 

마케팅 용어 중에 CLV(Customer Life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 라는 것이 있다.  복잡한 수식을 사용해 값을 계산해 내지만 단순히 얘기하면 ‘한 고객이 그 기업의 고객으로 존재하는 기간 동안 만들어 내는 이익의 총합계’를 말한다.  필자의 가게 주변에는 여러 개의 대학과 종합병원들이 위치하고 있다.  오늘 우리 집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간 학생은 10불짜리 손님이 아니다.  그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와 준다면 그 손님은 2천불이 넘는 가치가 있는 손님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손님 한 사람의 가치 또한 10불짜리가 아니고 (10불 X 병원을 퇴직할 때까지의 날수 / 방문 빈도) 라고 볼 수 있으니 한 사람의 손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앞의 노란 머리 손님에게 음식 한 그릇을 값을 받지 못했으니 나는 10불을 손해 본 것인가? 아니다, 우선 CLV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10불이 아니고 재료비3불을 손해 보았다. 그러나 그 손님이 다음에 한번만 더 와 준다면 그 손실은 오히려 4불의 이익으로 돌아와 줄 것이며, 혹시 가족이나 친구라도 같이 와 준다면 훨씬 더 큰 이익으로 돌아와 줄 것이다.

 

손님이 음식을 먹다가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머리카락이 빠져 음식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걸 꼭 짚어 “보세요, 우리 직원들은 모두 까만 머리이고 당신이 노란 머리 입니다. 그런데 음식에 빠진 이 머리카락이 노란 색이니 아마도 음식을 먹는 중에 당신 머리카락이 떨어져 들어간 것 같군요” 라고 해서 무안을 주어야 할까? 물론 고의로 머리카락을 집어 넣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혹, 머리카락을 집어넣는 것을 보았더라도 그냥 모른 척 하자. 감시 카메라 돌려보는 일은 시간 낭비다.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손님과 언쟁을 할 때 주변에 앉아 즐겁게 식사하는 다른 손님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 도 있다. 한번 속아 주면 계속 와서 같은 짓을 할까 봐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험 상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되는 일은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입 소문, 아니 인터넷 소문이다.

 

어느 식당에 손님으로 갔다가 직원이 주문을 잘못 받아 주인에게 혼나는 광경을 본 일이 있다. 주문 후 손님의 마음이 바뀌어 떼를 쓰는 건지, 정말로 직원이 주문을 잘못 받았던 것인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손님들 앞에서 큰 소리로 직원을 나무라고 심지어는 “네가 물어내”라고 하는 것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 물론 도덕적으로도 직원이 실수 했다고 변상을 시키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비즈니스 적으로 생각해도 크게 잘못 되었다. 자기 비즈니스 망쳐 먹는 길이다.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긴다면 그 직원은 어떻게 하겠는가? 손님과 싸워 그 음식을 그대로 먹게 하거나 아니면 손님에게 사정을 할 것이다.  내가 변상 해야 하거나 주인한테 크게 혼나니 미안하지만 그냥 먹어 주면 안되겠냐 고.  그 손님이 다음에 그 집에서 또 식사를 하고 싶을까?  직원 또한 잠재 고객이다. 직원의 친구, 직원의 가족들을 통해서도 좋은 소문, 나쁜 소문들이 퍼져 나간다.

 

 

인터넷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2006년도의 보고서에서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구전으로 불만이 퍼져 나가는데 인터넷이 일상화 된 지금은 소문이 퍼져 나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진실이냐 아니냐가 중요치 않다. 나쁜 평가나 소문은 그 전파 속도나 파급력도 훨씬 더 크다.

 

필자의 가게 테이블에는 손바닥만한 스티커가 하나씩 붙어 있다. 음식 사진을 찍어 FACEBOOK이나 INSTAGRAM에 올리면 5%를 할인해 준다는 내용이다.

 

 

젊은 사람들은 음식이 나오면 전화기부터 꺼내 사진 찍기 바쁘다. 이렇게 해서 INSTAGRAM이나 FACEBOOK에 올라간 우리 식당의 음식 사진은 그 손님의 친구들에게 전해 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두 수십, 수백의 페이스 북 친구,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있다. 그 손님의 친구 중 누군가가 좋아요(LIKE)버튼을 누르면 그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전해 진다.  다음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면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이미 친구들에게 ‘나 지금 어디서 뭐 먹고 있는데 엄청 맛있다’라고 실 시간으로 전달이 된다. 사진을 찍어 올리면 할인이 되고, 올린 것을 직원에게 확인 시켜 줘야 하니 나쁜 소리를 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떤 식당은 아예 포토 존까지 마련 해 두고 있는 곳도 있다.

 

사진을 찍어 올리는 순간 손님은 고용 계약서에 서명도 안 했지만 우리 식당의 홍보부 직원으로 채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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