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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면 형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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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준면씨

 

7월의 마지막 날 FaceBook에 알림이 떴다. John Kim, 김준면씨다. 그런데 사진의 색깔이 평상시와 다르다. 지나간 사람들의 색깔, 즉 검은색이다. 자녀들이 Posting 한 형의 FaceBook인데 형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갑자기 이런 소식을 듣다니.

형은 1949년 이북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73년을 이 세상에서 살다가 이제 14년 전 돌아가신 아내 곁으로 간 거지. 형과 나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형을 만난 건 1990년 내가 벨빌로 올라가 가게를 운영할 때였다. 형은 Rice Lake 부근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개인적으로 오고 감은 없었는데 형은 피터보로 실협의 이사장을 지냈고, 나는 킹스턴 실협의 회장을 지내며 협회 행사 때마다 만났다. 그때만 해도 컨비니언스가 좀 되던 때라 행사도 꽤나 많았다.

항상 만나면 그의 특유의 웃음, 입안에 사탕을 물고 웃는 그 웃음으로 나를 반겼으며, 항상 짧은 조크 한마디씩 던졌다. 그런데 그 조크는 오늘 이순간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킹스턴실협 골프대회가 있는 어느 날 아침에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우리 미숙이 그리로 골프 치러 갔으니까, 골프카트 꼭 챙겨줘라. 나는 못 간다”

당시에는 골프장에 카트가 간혹 부족할 때가 있어, 자기 부인의 카트를 꼭 배정해 달라는 일종의 압력이었다. 사람도 많이 왔고 나는 정신 없이 행사를 마쳤다. 다음날 아침 형에게 전화가 와서 무척 혼났다. “특별대우 좀 해주지, 그걸 못해주냐?” 그렇게 그는 자기 부인을 사랑했다.

형이 나보다 조금 일찍 가게를 정리하고 토론토로 나와 나라여행사를 운영했고, 나는 2000년도 8월에 토론토로 나와 세탁소를 운영했다. 둘 다 노스욕이라 가끔 여행사에 놀러 갔는데 여행사 운영은 부인인 형수께서 열심히 운영해 잘 되는 것 같았다.

2007년도 1월 여행사에 놀러 갔더니 형수가 나에게 묻는다. “이번 Cozmel 가는 골프팀에 자리가 좀 비는데 김재기씨 부부 가실래요?” 그래서 합류하기로 했고, 우리 부부포함 16명이 재미있게 놀다 왔다. 우리부부가 캐리비언으로 골프 패키지 간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2008년도 여름에 형이 나에게 무스코카로 골프를 치러가자고 한다. 그때 두 조가 Grandview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왔는데, 그날이 형수의 마지막 골프여행이었다. 무슨 암인가에 걸려 이제 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골프를 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해 시월 형수가 떠나고, 장례식 치른 후에 중국집 뷔페에서 형이 나에게 무슨 농담인가를 하며 씩 웃었는데,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울고 있었다고. 여행사에 놀러 가보면 예전 같지 않고 썰렁했으며 일하던 직원이 나가서 여행사를 차리면서 더욱 운영이 힘들었던 것 같았다.

장사는 덜되고 경비가 많이 나가니 유학원이 메인 사무실을 쓰고, 형 사무실은 뒤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리고 여행사 이름이 신세계여행사로 바뀌어 있었다. 형에게 한마디 했다. “형, 여행사가 업그레이드 된 모양인데?” “그게 뭔소리야?” “아니 나라여행사에서 세계여행사로 변한 건 업그레이드 된 것 아닌가?” 피식 웃으며 “에잇”하고 말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쓸쓸한 조크였다.

형에게 돌아다니는 소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형수가 돌아가시기 전에 거액의 보험을 들어서 형이 받아서 다 탕진했다는데 그건 무슨 말이냐고? 그건 헛소문이 난 거란다. 내가 찾게 해준 보험료 $30만 정도 받은 것이 $200만으로 뻥튀기가 됐다고 한다.

형수가 돌아가신 다음해 3월, 형네 여행사에 놀러 갔다. 차 한잔 내주면서 몰게지가 복잡해서 골치가 아프단다. 아니 집 살 때 몰게지보험 들어서 다 처리가 됐을 텐데? 집은 자기 이름으로 되어있고 죽은 건 부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자기가 죽었으면 됐을 텐데.

그럴 리가, TD은행 몰게지 해준 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몰게지 전액 Pay Off 가 되고, 몇 개월 동안 낸 돈은 다 돌려준다고 했다. 몰게지가 다 해결되었고 집은 얼마 후에 정리를 했다.

아주 가깝게 지내진 않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의리파 형이었고, 항상 따뜻하게 나를 대해줬기에 준면이 형의 죽음은 애석하다. 가끔 만나는 분들께 소식은 들었는데 아프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그런데 최근 들은 이야기로는 오랜 기간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이라도 뵙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으련만…

형 잘가쇼, 사랑하는 형수도 만나고 이제 편히 쉬세요.

2022.8.6 아우 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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