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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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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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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가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질 수가 있나?
4-5일 전부터 2월15일 목요일 오후 눈 폭풍이 온다고 어지간히 예보를 해대더니, 드디어 15일이 되었다.
이곳은 토론토의 노스욕 지역이다. 낮 12시가 되어도 눈이 올 것 같지 않은 맑고 푸른 하늘이었다. 오후 1시까지도 그랬다. 저런 하늘에서 무슨 눈이 온다고 그러나? 일기예보가 맞을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후 1시 넘어서는 밖에 안 나가려고 했으나 부득이한 일로 가까운 곳이길래, 미심쩍었지만 눈이 와 봐야 얼마나 오겠나? 하며 길을 나섰다. 일을 보고 돌아오려고 하니 3시 반이었다. 실내에 있어서 몰랐는데 밖에 나오니 이게 웬일인가? 자동차 위에 눈은 바람에 흩어지면서도 소복이 쌓였고, 폭풍은 몰아치는데 앞이 안 보였다. 어떻게 집에 가야 하나? 왜냐하면 길이 약간 오르막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눈이 많이 왔지만, 눈이 더 오기 전에 아무튼 서둘러 가자는 것이 내 심산이었다. 길에는 차들이 기어서 가다시피 줄을 이었는데, 제설차량은 아직 눈을 치우지 못한 상태였고, 계속 퍼붓는 눈의 양은 엄청났다. 하늘의 눈 창고가 터졌나?

 

아 역시 캐나다구나! 실감하면서 설경 사진 찍을 궁리를 하고 살살 운전을 하며, 나도 좀 들어가자, 틈 좀 주라, 신호를 깜박깜박 주면서 차선 속에 끼어 들었다.

그런데 차들이 도무지 앞으로 가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앞에서 사고가 났나? 기다리면서 조금씩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는 멈추면서 겨우 50m 쯤 왔을까, 눈 폭풍은 몰아치고 오르막길에서 차 한 대가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뒤로 밀렸다가 스톱했다가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타이어는 많이 닳은 것 같지는 않은데.

 

내 차는 그 차의 두 번째 뒤에 서 있었다. 그 뿐인가? 그 차 옆은 도로에 딱 붙어가는 가오리같이 생긴 납작한 스포츠카 한 대가, 도로를 가로 질러 눈을 쓰고 누워 있는 것이다. 도통 차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로질러 누운 차는 그렇다 치고, 뒤의 차들은 빵빵대며 소리를 지르니 어쩌란 말인가?

못 올라가는 문제의 차는 오래된 미니밴으로, 오르는 길에서 힘이 없어 못 올라가는 경차로 보였다. 계속 오른쪽으로 올라가 보려고 하다가 또 왼쪽으로 올라가 보려고, 바퀴만 이쪽으로 저쪽으로 움직여 액셀러레이터만 밟아대니 전선 타는 냄새에, 그 차 운전자의 가슴 타는 냄새인 듯 연쇄적인 큰 사고로 이어질까 내 가슴까지 타 들어갔다.

 

앗 차! 밀리면 앞차가 뒤로 내 차를 받기는 순간이고, 뒤차들도 내리막길이니 줄줄이 밀리면 도미노 현상으로 해외토픽 감일 것이다.

나는 눈 폭풍 속이지만 차에서 내려 도로 가운데로 와서, 뒤차들 운전하는 분들을 향하여 두 팔을 쭉 뻗어 올려 손짓과 팔짓으로 “다 나와라, 나와서 저 차를 밀어 주자, 저 차를 길가로 밀어놓자, 그래야 우리도 갈 것 아니겠느냐?” 신호를 보냈다. 두 팔을 휘저으며 계속 내 가슴도 쳤다. 눈 폭풍 속에서 내가 하는 짓이 희미했겠지만, 차들은 빵빵대지 않았고 소리도 안 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럴 수가 있나?

나 혼자 말이지만, 한국 같았으면 아무리 눈보라 속이라도 운전자들이 차 세워놓고, 벌떼처럼 달라붙어 못 올라가는 저 차를 번쩍 들어서 옆으로 옮겨놓고 말았을 것이다. 암 하고도 남았지. 
한국을 보아라, 한국전쟁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눈부신 발전을 했나? 도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하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팔 걷어붙이고 물불 안 가리고 돕는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로, 맥주를 싣고 가던 차가 커브를 돌다 옆으로 쓰러져 맥주가 도로에 다 엎어지고 깨져 난리가 났지만, 지나가던 차들이 길가에 차들을 모두 세워놓고, 벌떼같이 왕왕대며 깨어진 맥주병들을 말끔히 치워놓고 가는 것을 캐나다 뉴스에서 보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한국이란 나라가 목하 수직 상승하고 있지 않느냐?

캐나다가 발전하지 못하고 이 모양인 것은 캐나다에 사는 우리들이 너무 소극적이고 용기도 없고 이기적이라서 그렇지 않으냐?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가슴만 두 방망이질에 열불 나는 중, 마지 못한 듯 이차 저차 속에서 남자 다섯 명이 나왔는데 한국인은 안 보였다. 나도 힘을 보태려고 나서니 저쪽으로 가라고 너는 소용 없다며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지른다. 참나!

 

한 사람이 그 차 앞에서 무엇으로 눈을 치우는지 바퀴가 구를 수 있도록 눈을 치우고, 차를 오른쪽으로 운전해 보라고 손짓을 한다. 뒤에서 네 명과 또 한 명이 와서 차를 미니 천천히 오른쪽으로 붙어 가까스로 비켜서게 되었다.

드디어 눈 속에 갇혀있던 차들이 눈보라 길에 서서히 움직이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현대 쏘나타 내 차도.

많은 운전자들이 차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도 애가 타고 갈등은 오죽했으랴.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들이라고 마음이 편했겠나? 총 2-3시간 동안 눈과의 전쟁을 겪으면서 캐나다와 한국이 엇갈리며 비교가 되었다.

오르막길에서 눈길을 올라가지 못한 그 차, 그 운전자의 가슴은 새까맣게 탔겠지. 이번 기회에 힘 좋은 차로 꼭 바꾸기를 바란다.

힘! 힘이 없으면 못 올라간다. 힘 만이 살길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힘은 무엇인가? 극성을 떨어야 무엇이 되어도 된다는 것이 내 인생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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