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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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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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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캐나다의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은 슬쩍 오더니, 여름은 더구나 소리도 없이 와서 며칠간 뜨거운 더위를 뿜더니 2달 남짓만 남겨놓고 있다. 겨울은 너무 싫증날 지경으로 추워서 따뜻한 날씨를 많이 기다렸는데.
손주들과 며느리가 방학이라면서 기대가 대단했는데 여름휴가로 그리스로 떠나면서 큰 손주 조나단이 소식을 알렸는데 이제 1달이 지나간다. 세월도 빠르네. 야구 게임과 축구팀에 가입한 9살, 5살 녀석들이 여름을 즐긴다.
넓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즐기는 너희들. 할머니는 더없이 행복하다.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딸 가족이 1박 2일 코스로 여기저기 다녀온다. 나이아가라에서 수영장의 손주들이 너무 대견스럽다. 물장구도 치고 물총 놀이와 불꽃놀이, 사진 속에서 웃는다.
7월이 빨리 지나가는 듯 저녁 산책길에서 남편이 알려준다. 해가 짧아지고 가을이 곧 올 텐데 여름을 즐기자고. 조석으로 서늘하고 공기가 유독 맑고 시원하구나. 
옛날의 고향 집 여름 밤이 떠오른다. 멍석 깔고 모깃불 지피고 하늘의 별도 세었지. 옥수수 찐 것과 수수 찐 것이 고작 간식이었던 때, 가끔 수박과 참외가 원두막을 지키고 귀갓길에 당숙 어른이 대문간에서 “야! 동란아 꿀참외여 맛있게 먹어라” 할머니의 친정이었던 완세 아저씨가 밤에도 자전거로 오신다. 복숭아를 한 바구니 가지고.
과수원을 하셨던 할머니의 친척들이 자주 오시면서 앵두와 포도와 갖가지 과일들을 선물하셨던 그때의 추억들. 다시는 그 시절이 올 수도 없다. 생각난다. 펌프 샘의 고무 대야에 과일들이 하나 가득 찬물에 채우면 시원하다.
오빠들이 둘러앉고 옆집 앞집의 친척들이 모두 모인다. 날 새는 줄 모르고 얘기 꽃으로 도란도란 피우고 익어가면서 모기장을 준비한 엄마는 대청마루에 선풍기까지 시원하게 켜놓고 “막둥아! 공부는 언제 할 건지?” 내일이 시험날. “엄마, 걱정 없어요” 숙제나 시험준비가 다 되어있다고 자신만만하던 어릴 적의 당당함.
학교 길에서 머리에 물수건을 쓰고서 영어단어 외우면서 친구들과 등교하던 옛 모습. 아! 그립고 그리워라. 어릴 적의 그 모습들. 지금 난 손주들에게 말한다. 공부보다도 더 재미난 게임과 TV를 보라고. 5살도 안 된 녀석이 “할멈! 엄마 password가 뭐야” 물어본다. 제법이다.
여름을 즐긴다. 남편 따라서 골프장엘 왔다. 산책도 즐긴다. 들판 길에서 팔을 저으면서 콧노래와 명상을 하면서 걸어본다. 할머니의 여름 피서 공기도 맑고 청명한 날씨를 감사 드리며 가끔 자전거로 산책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7월아 천천히 좀 가주라. 부탁한다.
벌써 휴가를 끝내고 아들 내외와 손주가 귀가 하는 날. 보고 싶어서 기도만 올린다.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체험했을 너희들. 젊은 날의 고생은 장래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
요즘 많이 밖에서 지낸다. 햇빛이 좋아서 더운 나라 휴가라도 다녀온 듯하다. 피부가 그을렸다. 건강해 보인다. 단잠에도 도움이 된다. 많이 걷고 생각도 해본다. 여생 동안 건강하게 멋지고 알차게 꿈을 이루면서 살고 싶다.
딸아이가 큰집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아들 녀석들이라서 공간이 더 넓어야 한다면서 공부방과 놀이방이 더 크고 넓어야 한다고 무던한 사위도 고맙고 장하다. 성격이 온화한 성품이니 그럼 된 것이다. 딸에게도 애처가로 정성이 대단하다.
항상 고마워한다. 가정이 평안하면 만사가 형통이라고 가화만사성을 주장한다. 축복의 길을 알릴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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