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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찾아서(88)-이스탄불(2) '히포드롬'(Hippo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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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궁전을 보고 나와 “말들의 경주장”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히포드롬으로 왔습니다. 본래 이곳은 AD196년, 로마의 황제 세베루스에 의해 지어진 검투 경기장이었는데, 4세기 무렵 비잔틴 황제인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검투 경기는 금지되고 대신 말이 끄는 전차 경기장으로 더 크게 증축되었습니다.

이 광장은 길이가 480m, 너비가 117m로 전차 경주시 약 6만명 정도 수용이 가능했다고 하는 넓은 광장이기에 왕위 계승을 놓고 벌어진 수많은 전쟁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양 옆으로 카페와 공원처럼 조성된 녹지대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광장은 옛날, 히포드롬이 웅장한 경기장으로 사용될 때보다 4~5m 정도 높아진 지표면이 되었기에 그 당시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3개의 기둥들 주위에는 낙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철책이 쳐 있습니다.

1204년 제 4차 십자군 전쟁 때 도시에 진입한 십자군들과 비잔틴군의 치열한 접전이 이곳에서 벌어졌는데 대부분의 광장 내 유적들이 이때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이 수난을 이겨내고 아직까지도 똑바로 서 있는 세 개의 기념비 또한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는 고적들입니다.

 

디킬리타스(Dikilitas)

지금까지도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디킬리타스(Dikilitas)"라고 불리는 이집트 오벨리스크는 원래 기원전 1490년(?)에 메소포타미아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이집트의 파라오, 투트모스 3세가 룩소의 카르낙 신전에 세웠었던 두 개의 오벨리스크 중 하나였지만, 서기 390년경에 동로마 황제, 데오도시우스의 명령으로 이 곳에 세우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탑에는 당시 전투에서 승리한 파라오의 업적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지만,

탑 하단에는 로마 황제의 모습을 위시하여 당시 귀족들의 일상을 양각으로 4면에 잘 표현하고 있는 큰 탑입니다.

새로운 권력자인 로마 황제, 데오도시우스 1세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양과 전차 경기를 보고 있는 귀족들의 모습들이 4면에 양각된 새로운 받침대 위에 올라 아직까지도 꼿꼿하게 서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니, 약 3500년을 견뎌온 탑의 운명도 참 기구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 큰 돌덩어리를 그 때 어떻게 여기까지 움직여 왔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마는 아직도 세계 도처에 남아있는, 상상을 초월하도록 커다란 옛 건축물들을 보노라면 그 당시에도 오늘에 버금가는, 아니 어떤 면에서는 오늘을 능가하는 건축기법과 운송방법이 있었음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일설에는 이 탑을 운반해 오던 과정에서 탑 아래 부분의 일부가 잘라져서 탑의 전체 길이가 좀 줄었다고도 하고, 그래서 아랫부분, 로마 황제, 데오도시우스 1세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양과 전차 경기를 보고 있는 귀족들의 모습들이 4면에 양각된 새로운 받침대를 만든 후 그 위에 세웠다고도 하는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셀팬타인 기둥(Serpentine)

히포드롬 광장에 서있는 3개의 탑 중, 가운데 서있는 셀펜타인 기둥은 일명 뱀 기둥이라고도 합니다. 기원전 492-490년, 그리스를 정복하려는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의 시도를 무산시킨 일명 마라톤 전투에서 그리스가 승리하자 그리스군은 페르시아군으로부터 획득한 청동무기를 녹여 세 마리의 뱀이 서로 몸을 꼬고 있는 청동 기둥을 만든 후 세 마리의 뱀 머리가 황금 솥을 받히고 있는 형태로 만든 후, 그리스 델피에 있는 아폴로 신전에 바쳤었다고 합니다.

그 후 서기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이 기둥을 델피에서 이스탄불의 히포드럼 광장에 옮겨왔다고 합니다. 이 기둥의 원래 높이는 8m로, 기둥은 세 마리의 뱀이 몸을 서로 꼬고 올라가는 모습이며, 머리 위에는 직경이 2m나 되는 거대한 황금 솥이 있었다고 합니다.

황금 솥이 언제 없어졌는지는 모르지만 1700년 초까지는 뱀머리가 제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뱀의 머리도 없어지고 잘려나간 몸통만 남아 있어 그게 과연 세 마리인지, 두 마리인지 알 길 없이 서로 꼬고 있는 부서진 기둥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3개의 뱀 머리 가운데 하나가 발견되어 현재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황금 솥은 어디로 갔을까요…?

 

오르메 수툰(Orme Sutun)

디킬리타스에서 남쪽에 세워진 셀펜타인 기둥을 지나 더 히포드롬 남쪽으로 내려가면 콘스탄티누스 9세가 자신의 할아버지인 바실레오스를 기려 만든 탑 "오르메 수툰(Orme Sutun)"이 서 있습니다.

디킬리타스처럼 하나의 거대한 화강암으로 만든 탑이 아니라, 여러 개의 돌 조각들을 쌓아 올려 만든 32m 높은 탑으로, 광장에서 제일 높은 탑입니다.

처음 건립하였을 때에는 탑의 4면이 청동으로 아름답게 장식이 되어있었지만 1204년, 4차 십자군 전쟁 때 유럽 연합군들이 잠시 점령하였을 때, 이 탑을 장식하고 있던 많은 청동 조형물들이 뜯겨 로마의 바티칸으로 혹은 수집가들의 손으로 들어갔고, 대부분의 광장 내 유적들 역시 이때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1894년에 지진으로 심하게 무너진 것을 다시 복구한 모습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탑을 쌓을까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테인데…. 사람들은 자기 키 보다 훨씬 높은 탑을 올려 보면서 어떤 느낌의,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혹시 탑이 가리키는 하늘을 보는 것이나 아닐런지요.

탑들을 돌아본 후 바로 옆에 있는 불루 모스크로 갔더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 있기에 이 곳에는 오후에 다시 오기로 하고 토프카프 궁전으로 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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