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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 눕다-고 이상묵 시인께 드리는 시
bh2000
2018-11-25
거목 눕다
- 고 이상묵 시인께 드리는 시
어젯밤 거목이 쓰러졌다
밤새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뿌리가 뽑힌 채 누워 있다
두 팔로 안고
감은 눈, 다문 입을 애써 벌려보지만
나무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78년 지켜온 숲에는 햇빛과 바람이
오랜 단골처럼 수시로 넘나들어 외롭지 않겠지만
눈 쌓인 나목에 앉았다 가는 새 한마리가 당신인 줄 알고
푸드득 푸드득 깃 치는 숲속 시집 한 권 들고
눈발을 달리는 슬픈 서정으로
11월에 떠난 나무를 그리워할 것이다
쓰러진 나무 한 그루
마른 잎사귀 괴고 더러는 몇 흘려두고
빈손으로 가는 오래 쓸쓸한 불임의 시간
그 숲에는 울음이 노래처럼 지나가고
가늘고 야윈 잔뿌리가 흙을 더듬는 동안
나무는 구름과 바람의 높이에 닿고자
먼 별에게 이미 당도한 걸 알아차린다
조금만 견디면 불현듯 그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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