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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의 권위
bh2000
2018-08-17
어스름의 권위
소낙비 다녀간 후
밀물처럼 파고드는 8월 아홉시
밀물과 썰물 틈새에서 열리고 닫히는
저리 오래 머물다 가는 이 시간대에 대해
한번은 물어봐야겠다
놀랍고 모호한 질문이다
먼저 도착한 어둠이 깻잎밭에 가부좌를 틀면
나는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낮은 자세로 그 앞에 허리를 굽히며
홀로 설 수밖에 없다
곧 다가올 캄캄한 몸에 대해
찬공기의 순환을 돌아나온 어둠의 권위는
적요함으로 치자면 이 시간대에 비교할만한 것이 없고
온몸으로 저물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늘 허기졌던 저녁이 많았으니
그 앞에 할 말을 다하고
타박, 둥근 어둠을 걸어 나오는데
아주 슬픈 문장 하나
슬쩍 내 안으로 밀어 넣은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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