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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헛간 어둑한 벽에
구부정하게 서 있는 사내
어느 쓸쓸한 폐가에
그날 할 일 없는 오후 다섯 시쯤에
턱없이 몸을 내려놓고
눅눅한 여름 한나절을 비스듬히 지키는데
팽팽했던 긴장 속
비 맞으며 밭이랑 파헤치던
종일 지친 하루와
밟으면 허리 굽히던 삽질의 굴욕도
오랜 세월 뒤
다만 낡은 추억이 되었다고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낯선 땅
관절은 녹이 슬고
전신에는 붉은 검버섯이 피었다
사내는 낡고 지쳤지만
눕지 않으려는 자세로 등을 받치고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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