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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이야기(44)
leed2017

 

 

 정조가 죽자 그의 둘째 아들 순조가 11살 나이로 즉위하였다. 그러자 영조가 66살 때 장가를 들었던 당시 15살의 새색시였던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순왕후는 노론 벽파의 실세 김귀주의 누이로 친정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성당원. 


 옥좌를 거머쥔 정순왕후는 우선 자기 친정 친척들을 조정의 요직에 앉히고 천주교를 금지, 천주교도들을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잡혀 죽거나 귀양을 간 시파(時派 : 시류에 영합한다는 말)나 남인계 인물로는 이가환, 이승훈, 정약종, 정약전, 정약용 등이 있다. 바야흐로 조선 팔도는 정순왕후의 뒷마당 놀이터가 되었다.


 그런데 정순왕후가 운명적으로 막을 수 없었던 것은 김조순의 딸을 순조의 부인으로 데려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11살 나이로 임금이 된 순조를 수렴 청정하였던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가 죽게 되자 벽파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실권을 쥐고 있던 많은 벽파 인사들이 죽거나 귀양길에 올랐다.
 이제 국왕 순조의 장인이 된 김조순이 어린 왕을 보필하면서 안동 김씨 세도정치의 막이 오른다. 노론 벽파가 물러간 조정의 빈자리를 모두 안동 김씨로 채워졌다. 그러나 그들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다. 김씨 일문이 요직에 앉아 갖가지 전횡과 뇌물을 주고받으니 과거제도가 무너지고 매관매직이 성행하여 나라의 기강이 무너졌다.


 역사학자 박영규 교수에 의하면 세도(世道)라는 말은 본래 세상을 다스리는 도리라는 뜻으로 중종 때 조광조 등의 사림파들이 내세웠던 통치이념이었다 한다. 그러던 것이 정조가 왕이 되고나서 세도의 책임을 부여받은 홍국영이 조정의 대권을 위임받아 독재를 시작한 것이 변질되어 왕의 사랑을 받는 신하나 외척들이 독단으로 정권을 휘두르는 것을 세도정치라고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정조가 임금의 자리에 앉아있을 때는 실학자들에 의해 북학론적인 정책이 건의되고 진보적 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갔기 때문에 보수적 정치세력들은 속으로 위협감을 느끼고 불안해하였다. 바로 이때 정조가 죽고 순조가 왕위에 오르자 보수 정치 세력은 진보세력인 사상가와 천주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시행하였다.


 순조의 부인이자 김조순의 딸인 순원왕후 덕으로 안동 김씨 일문이 권력을 잡게 되고 철종의 부인마저 안동 김씨에서 나옴으로써 안동 김씨 정권은 대원군이 등장하기까지 순풍에 돛을 단 듯 60년을 이어갔다. 


 순조 때는 김조순이 그 다음 헌종 때는 김조순의 아들 김좌근에게로, 철종 때에 와서는 김좌근의 양아들 김병기에게로 넘어갔다.


 세도 정치에서 피를 보는 사람은 풀뿌리 백성 농민들이다. 농민들의 불만은 쌓이고 쌓여 순조 때 일어난 홍경래의 난과 그 이후 전국에 걸쳐 크고 작은 민란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1863년 자신의 아들 명복이 왕위에 오르고 자신은 흥선대원군으로 봉해진 이하응의 등장으로 안동 김씨 세도 정치의 막은 내리는 것이다. 


 동시에 오랜 세월에 걸친 무능한 왕과 득실거리는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 행위로 나라의 운명은 산소 호흡기를 코에 대고 숨을 몰아쉬는 환자 꼴이 되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 내 보기에 꽃 같거든
하물며 단장하고 님의 앞에 뵐 적이랴
이 단장 님을 못뵈니 그를 슬퍼하노라

 

※해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내가 보기에도 꽃같이 아름다운데 하물며 화장을 하고 님의 앞에서 보일 때야. 아, 이 꽃같이 예쁘게 화장한 내 모습을 님에게 보이지 못하니 몹시 슬프구나.

 

먼데 개가 자주 짖어 몇 사람을 지내연고
오지 못할 세면 오만 말이나 말을 것이
오마코 아니 오는 일은 내내 몰라 하노라

 

※해설: 먼데 개가 자주 짖어서 몇 사람이나 지나가게 했는고. 오지 못할 것이면 아예 온다고 하는 말이나 하지 말지. 온다고 하고 안 오는 일은 끝내 모르겠구나.

 

동창에 돋았던 달이 서창으로 도지도록
못 오신 님 못 오신들 잠은 어이 가져간고
잠조차 가져간 님이니 생각 무슴 하리오

 

※해설: 동창에 돋았던 달이 서창으로 돌아질 때까지 못 오신 님 아니 오시는 것은 그렇다 치고 어쩐 일로 잠까지 달아나 버렸는고? 내 잠조차 가져가 버린 (무정한)님을 생각해서 뭣하리오.

 

 위의 무명씨 창작 3수는 모두 상사병(相思病)에 걸린 사람처럼 님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남자라기보다는 그립고 아쉬워하는 여인의 심정을 그린 것 같다. 그야말로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는 소월의 ‘못 잊어’와 같은 그리움이다. 


 이 세상의 무심한 정인(情人)들이여, 이토록 그대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그대의 연인들이 지구의 어느 구석에서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대들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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