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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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향유를 주께 바친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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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3킬로쯤 내려간 길목에 베다니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오후의 햇볕이 달콤한 졸음을 몰고 오는 듯한 오렌지빛 시골길 베다니 마을을 차에서 내려 거닐며, 예수님의 생애에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을 마리아와 마르다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오가며 친구 나사로와 그의 누이들이 사는 집에 들리시면 언제나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푸셨으리라. 마치 캐네디언 화가 윌리스 휘틀리가 그린 ‘해방자 예수(Jesus Christ Liberator)’의 소리 내어 웃으시는 모습처럼. Jesus Laughing!!
 
 
 

예수께서는 나사로가 죽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해 오히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느님의 아들도 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나사로가 다시 살아날 것과 아울러 자신의 죽음과 부활도 말씀하셨다. 그러면서도 정작 친구인 나사로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물을 흘릴 만큼 인간적인 애정을 보여주셨다.

 

 
 

신약 성경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마리아 마르다의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정겨운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이야기로 인해 여성들의 권리와 사고구조에 영향을 주어 '여성신학'을 낳기도 했으니까. 그 당시에 어떤 랍비도 여성을 가르친 일이 없었는데, '랍비' 예수는 친구의 집에서 여성들에게 하늘나라에 대해 가르치셨기에 예수께서는 확실히 여성해방자이기도 했다. 
 이렇게 여성의 위치를 높여 주신 일보다 더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은 예수께서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와 나누신 시간들이다. 그 중에 누가복음서 10장 38절~42절에는 예수님을 대접하느라 정신이 없는 마르다, 그런 언니와는 관계없다는 듯 오직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서 예수의 말씀만 듣고 있는 마리아의 대조적인 모습이 그려있다. 
부엌일을 도와주진 않고 방에만 앉아 있는 동생을 원망하면서 예수께 하소연 했을 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언제나 내게 위로가 된다. "마르다, 마르다,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누가복음 9:41)".

  
 

이 말씀은 오늘의 교회여성들에게도 크게 읽어주고 싶다. 마르다의 몫이 중요하긴 하지만, 마르다의 역할을 하는 여성은 언제나 목소리가 크다. 그 큰 목소리들이 교회의 중요한 행사들을 쥐어흔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은 진정한 여성 해방이 아니라 눈살이 찌푸려지는 여성 포기가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예수의 발치에 앉아 열심히 말씀에 귀를 기울인 마리아는 베다니 마을에서 예수님을 초대한 집에 남매와 함께 가게 된다. 그곳에서도 마르다는 부엌일을 도와주기에 바빴고, 마리아는 매우 값진 순 나드 향유 한 근을 가져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아드렸다. 그러자 그 집안에 향유냄새가 가득 찼다(요한복음 12:3). 이 냄새는 바로 마리아의 아름다운 향기였다.
옛 성벽 틈에서 자라는 사리풀들, 파르테논 신전 뜰아래 피어있던 노랑 회향풀잎들을 따서 손에 쥐기만 하면 바스락거리며 가루가 되어 그 향기가 하루 종일 나의 코를 즐겁게 해주었던 향기. 성지에서 본 적은 없지만, 나드(Nard) 라고 하는 감송나무에서 뽑아낸 마리아의 향유는 아주 값진 것이어서 제왕들이 평소에 혹은 그들의 시신에 바르던 고급 향유였다. 그 향유의 옥합을 깨고 흑단 같은 검은 머리털로 예수께 발라드린 그 향유 값은 3백 데나리온 어치였으며, 1데나리온은 그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마리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너무 다르다. 신약성서에서 성모 마리아 외에 예수와 관련된 마리아는 세 사람이 나온다. 베다니에 사는 나사로의 누이동생 마리아(누가복음 10:38~42, 요한복음 12:1), 예수께서 부활하신 무덤에서 예수를 제일 먼저 만난 막달라의 마리아(요한복음 20:16), '용서받은 죄 많은 여자 마리아(누가복음 7:36)' 등이다. 이 세 여성을 한 사람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지금도 주님은 베다니의 마리아 같은 여성을 찾고 계시리라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나사로 기념성전 안에 있는 모자이크 벽화를 들여다보고 마리아에게 다정한 인사를 보냈다. 마리아도 내게 '샬롬'하면서 신비스런 미소를 띠고 성스러운 나드 향기를 보내주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