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환각의 가장 흔한 것은 환청(auditory hallucination)인데,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식이라거나, 떠든다거나 하는 식이다. 심한 경우 2명 이상의 사람이 환자의 삶이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의 내용을 가진다.
내 의지로 환각과 환청을 소환시키는 것이 가능한데(ex. 혼잣말, 캐릭터, 귀신소리 등) 이걸 조현병으로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각과 환청은 누구나 소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현병에서의 환각이란, 내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동으로 소환되며, 그것이 자꾸 들려오는 것으로 환각과 환청을 구분한다. 쉽게 말하자면, 모기는 없는데 내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 ‘앵앵’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쪽은 이명이고, 이게 대화 형식으로 들려오면 환청이다.
조현병의 환청은 그 내용이 매우 다양해서, "자살해" "하지 마" 등의 부정적인 환청부터 "할 수 있어" 등의 긍정적인 환청을 듣는 경우까지 환자마다 호소하는 내용이 매우 다르다.
특히 기이하거나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환청과 환시는 환자의 사회생활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환각으로 인해 환자들이 돌발 행동을 보일 때, 사람들은 환자들의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에 놀라고 결국 평소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들조차 환자 본인과 사이가 소원해지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환촉이 있는데 말 그대로 촉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환촉은 환시와 함께 일어나기도 하며, 벌레가 피부에서 기어 나오는 환시와 함께 그 고통을 환상통으로 겪는 것 등이다.
특히 알코올, 메스암페타민 등에 중독되어 뇌가 망가진 사람이 이 벌레환각이 흔하다. 그리고 간혹 전파무기 피해자라는 망상에 빠진 조현병 환자가 환촉으로 전파고문 고통을 호소할 때가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흔히 조현병 치료약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부작용의 증상 중 하나인 근육떨림 현상이다.
이럴 땐 의사와 상담하여 해당 부작용을 덜어주는 약을 추가로 처방 받아야 한다.
실제로 거의 모든 정신과 약은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의 종류를 제대로 파악하고 의사와 상담하여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정신과 약들은 사람마다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들은 모든 환자에게 약에 대한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해 준다 해도 간단히 몇 가지만 설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영어 소통능력이 부족해서 설명을 해주었는데도 충분한 이해를 못하는 등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부작용은 환자 본인이 부작용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 환자 본인이 의사에게 처방 받은 정신과 약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물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환각 증상과 망상 증상을 신내림, 귀신들림이나 전파공격 등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각과 결합한 망상에 깊이 빠지면 증상은 만성적으로 변하고 치료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2. 망상
망상(delusion) 증상은 현실과는 다른 생각이나 신념을 고집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망상의 내용은 피해망상, 과대망상으로부터 신체적 망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조현병의 망상은 그 특징이 기괴(Bizarre)하다는 것이다. 증상이 오직 망상뿐인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의 망상은 의사조차도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체계화되어 있고 실제로 있음직한 내용인 반면, 조현병의 망상은 매우 기괴하고 전혀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망상 내용에서 가장 흔한 것이 '특정집단(국가기관, 경찰, 어둠의 세력 등)이나 특정사람(본인이 피해의식을 가진 대상이나, 전혀 상관없는 타인)에 의한 도청, 감시, 스토킹,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망상이다.
도청 및 감시 관련 망상이 유달리 많은데 이러한 망상은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망상의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사고 전파 및 사고주입 –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내 머리 속으로 주입되어 들어오고 내 생각이 전파로 방송되어 세상 사람들이 내 생각을 훤히 알고 있다.”
2)조종망상 -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반대로 생각과 몸을 조종하고 있다.”
3)관계망상 - “이웃의 기침은 나에 대한 경고다.”
4)피해망상/박해망상 - “사람들이 다 나를 알아보고 비웃는 것 같다.”
5)관찰망상/주시망상 - “특수 국가기관에서 CCTV와 위성을 사용해 24시간 나를 감시하고 있으며 조만간 우리 가족들을 죽이러 올 것이다.”
6)추적망상 - “경찰이 나를 미행하고 있다.”
7)과대망상 -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모두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내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8)신체망상 - “나는 죄가 많아서 내 혈관 속에는 검은 피가 돌고 있고 내장이 모두 썩어가고 있다.”
3. 격앙, 긴장
긴장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긴장형 조현병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긴장증(catatonia)으로 아예 따로 분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래의 '기이한 행동'과도 관계가 깊다.
긴장증이 심하게 나타나면 환자가 도저히 인간이 취할 수 없을 것 같은 기이한 자세로 몇 날 며칠이고 가만히 있는, 인간이 분재가 된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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