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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만의 외박
drsul
2020-02-27
외손주가 태어난 5년여 즈음에 가끔 본의 아니게 딸네 집에서 몇 번을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출근길의 혼잡을 피해서 내 볼일도 보았지. 지난주에 딸아이가 부탁이다. 엄마 한 번만 수고해 주세요. 거절할 수 없는 친정엄마의 마음을 헤아린 걸까?
근간엔 남편 혼자 둔 작은 염려도 뒤로하고 녀석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 두부 부침개와 치킨 요리와 간식 종류 챙기고 오후에 출발했다.
새로 이사 온 집과 동네 하굣길에서 손자들 손을 잡고 있던 딸애가 “엄마”하고 반긴다. 내 눈엔 너도 소녀이다. 손주들은 친구처럼 어울려서 잘 놀고 게임과 운동도 즐기니 할머니가 밤에 잠을 자고서 다음날도 같이 있을 것이라 말을 했더니 “That's so good” 정말 좋아했다.
나도 너희와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다. 할아버지는 혼자서 출근 하겠구나. 자식이 무엇인지 남편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오후에 귀가해서 무사했음을 감사드리며 저녁상을 차린다.
“How was yesterday?” 말수가 적은 남편, 글쎄 대화가 없으니 TV 보다가도 일찍 취침이었다고, 내 집은 정말 sweet home.
첫째, 음식이 서로 다르고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 차이도 서로가 어렵고 다행히 사위가 온순하고 자세한 성격이라 나를 챙겨주는 게 고맙고 맘이 놓였다. 모닝커피도 끓여다 주고 '어머님' 가끔 아들네랑 휴가철에 아들 별장에서 주말을 보낼 때는 남편과 같이 지내니 다행이지만 본의 아닌 외박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오늘은 2월 중간에 와있구나. 햇살이 너무 좋아서 산책을 했다. 이제 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니 감사하며 맞이할 것이다. 추위나 모든 잡다한 것들에서 해방되고 희망의 새봄을 기다리자. 부모로서 소망은 아들, 딸, 손주들이 무사하기만 바란다.
새집을 구해 이사했으니 딸애가 안착이 되기를 기도한다. 30분 남짓 운전하면 갈 수 있지만 서로가 바쁜 이곳의 사정과 아들네가 조금 먼 거리여서 자주 못 만남이 애석할 뿐이다.
후배 숙연이가 자주 소식을 준다. 살림꾼인데 요즘 외손녀를 본 뒤 기쁨의 날들을 알려온다. “언니! 벌써 걸음마랑 언어 연습이 신기해요”. 첫 손주를 얻었을 때 나의 감동은 근무 중 쉬는 시간 30분 남짓일 때도 손주를 잠깐씩 보고 왔지. 지금은 많이 커서 중학생이 되었고 의젓하고 침착한 소년이다.
며느리가 가끔 소식을 주면서 최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온다. 너무 귀하고 다음 주엔 가족들이 다 모일 테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지척이 천리, 아들 집이 조금 먼 탓에 마음만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20년 넘게 우리 부부는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출가시켜서 이렇게 살고 한국에 있을 때 친정아버지의 교훈이 자꾸 생각이 나고 한다. “자식은 품 안에 있을 때가 가장 뜻있는 법”이라는…
장성해서 부모 곁을 떠나 살면서 서로가 그리워만 하는 게 인생살이 아닌가. 오늘의 TV쇼에서도 부부간의 취미생활 찬반론이 분분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자기도 가꾸고 노력해야 하는 법이다.
학교 사진으로 사위가 전해준 녀석들의 사진을 수첩 속에 넣어 보관 중 가끔 꺼내어 보면서 잘만 성장하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너희는 정말 알 것인지?
내가 어릴 적 시골 고향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일 년에 한 번씩 사진을 찍어두었다. 그래야 성장하는 모습, 부모의 변해가는 모습을 기억한다고. 해마다 성장하는 손주들의 모습이 보기에도 흐뭇하다.
남편의 가게에도 온통 책상 앞엔 손자들의 사진이다. 각자 귀엽고 당당하게 웃고 있는 모습. 아무튼, 다음 주엔 우리 모두 만나자. 반가워서 얼싸안고 그리움을 전해줄 테니 밤이 길은 요즘이니 밤새껏 쌓인 얘기들도 나누고 장기자랑, 피아노, 기타 연주 등 할머니는 선물을 준비할게.
나의 가장 사랑하는 큰손주 죠나단, 제레미, 엘리옷… 할머니는 지금 도서실에서 귀갓길에 나선다. 주님께 하루를 인도하심을, 건강을 주심을 감사드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피커링에서 눈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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