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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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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슴이 벅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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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남편과 산책길에서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야! 곱디고운 나뭇잎들. 여름엔 그렇게 파랗고 싱싱해 보였는데 이제 우리가 이쯤 되어가나 보다”


“아니에요. 우린 아직 파랑 잎이 더 많은 나무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내년엔 더 많은 잎들이 피어날 나뭇잎이고, 우린 단풍으로 떨어지면 다시는 못 온다. 


오늘도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이민 초부터 친근했던 K여사를 생각하게 된다. 남매가 우리 아들, 딸의 또래였기에 한글학교와 자영업과 정말 열심히 이민 생활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그렇게 떨어진 고운 잎새인 K여사. 내년 봄에 다시 올 수 없어 마음이 찡하다. 


더구나 아들, 딸이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홀로 남겨진 남편과 자녀들이 우선은 슬프고 안쓰럽다. 요즘 내 곁을 떠나는 사람이 종종 있으니 서글프구나. 주말에 파독 간호사 회원들이 가을 날씨와 단풍을 보고 왔다. 선배들의 모습과 친구들의 노령화, 의미 있는 하루였다.


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유행가 가사가 실감이 나는 아침이다. 사진을 찍어보면 주름이 늘어간다. 내 모습도 변해가고 이곳 서양인들과 자주 만난다. 오후에도 경로 학교의 수업 2시간, 열심히 참석해야지.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연령층이 다양한 백인 그룹의 시니어 클래스가 뜻 깊다.


시에서 주최하니 우선 푸짐한 먹거리와 융숭한 대접 한인들의 모임보다 특별하고 유익한 점이 많은 점들, 빙고 게임에서의 상품도 특이한 배려가 있고, 상품권도 상당히 풍족해 전 회원이 즐긴다.


아침나절 TV의 인간극장에서 노부모를 효성과 공경으로 모시는 광경이다. 딸이 6명이 교대로 노모를 모시고 치매 증상이 있어도 상관없다. 기력이 부족한 노모는 주로 누워지내고 자주 의자에 앉힌 채다,


농촌의 분주한 농사 일터까지 산책과 운동을 시켜주는 자녀들. 양로원 방문도 가끔 가서 보고 느낀 점 나는 알 것 같은 심정이다. 부모님이 외로워서 문화가 다른 집단에서의 적응도 어려워 고생하는 동포 어른들과 선배 몇 분이 자꾸 생각나고 할머니께서 97세 장수하셨다. 친정아버지의 지극한 공경으로 동네 어귀를 매일 산책하셨다던 하얀 모시 저고리 차림의 할머니 아버지 사진도 가족사진도 자주 꺼내 본다. 그립다.


만약 우리가 너무 늙어 힘이 없으면 우리의 자녀들과 손주들은 어찌 우리를 대할 것인가. 공연히 상상만 가끔 딸애의 눈망울이 촉촉해진 모습. 아빠를 무척이나 생각해 주는 고마운 딸아이. “우린 절대로 양로원엔 안 보낼 거예요” 말이라도 너무 대견한 효성에 감사한다. 선배들이 부지런히 노후를 즐기라고 당부한다.


요즘 정말 기쁜 일이 나에게도 이런 날이 있음을 감사한다. 서독에서 오래 살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생 K친구와 이곳에서도 죽마고우인 PAT사장(본점) L친구, 우린 매일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야! 동란아, 용희야, 민복아” 한다. 60년이 훨씬 넘었지만 한 동네에서 같이 자라서 초등학교를 상상한다. 용희는 서독의 광부로 갔다가 그곳에서 뿌리를 내렸고, 난 어찌하다 캐나다 이민으로 남매와 손주들과 살고 있는지.


친구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하다. 더구나 남자들인 죽마고우 오래오래 건강하자. 친구들아 늙지도 말고 행복하게 살자. 다시 모이자. 그땐 부인들 손주들 모두 만나서 사진을 찍어두자. 보고 싶구나. 10월의 하늘이 너무 맑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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