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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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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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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태안이면 우리 고향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83세가 된 어르신과 79세가 된 부인의 일과를 소개했다. <인간극장>의 제목이 눈에 띈다. '놀면 뭐혀' 노부부의 일상이지만 우리보다 몇년 선배이고 불원간 우리 부부도 어르신 내외와 비슷한 노년의 노후를 보낼텐데 하루도 쉬지 않고 논과 밭으로 농사일에 꾸준하다. 수확한 농작물을 자녀가 오면 나누어 주면서 쌀과 고추와 감자, 그 외의 수확물들이 너무 풍성해 부모의 마음은 주어도 또 주고 싶은 한없는 사랑.


 외손녀가 벌써 증손녀 2명이나 있고 행복해들 하신다. 뭐라도 움직이시고 손을 놀 수 없다면서 고향에 문득 가고 싶은 충동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 친정집엔 올케언니가 본가를 지키고 지금은 농한기라서 고향 집도 조용하겠구나. 외딴집인 듯 동네 주민도 없는 듯 외로운 노부부가 서로 위로하고 벗삼아 사는데, 감명 깊었던 대목은 한의원에 들러서 침을 맞고 힘들어하는 부인을 부축해 경운기(이곳의 자가용보다 값진)에 태워주더니 이젠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봅시다, 한다. 


 어두운 저녁 귀갓길 노부부의 모습이 멀잖은 장래가 우리 부부도 저렇게 될텐데… 아침나절 치과에 들러 신경치료를 하고서도 가게로 향하는 남편이 오늘따라 측은하다. 가끔 팔이 뻐근하고 불편하다. 아직은 눈발이 날리지만 공원길을 걸었다. 세탁소의 Mary가 잠시 들리라는 전갈이어서 가끔 아침을 초대한다. 토스트와 과일, 따끈한 커피가 향기롭고 쌓인 얘기도 나누고 덕분에 아침 일찍 산책길이 너무 좋다.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녀는 나보고 Hanna는 제 어머니처럼 고마운 분이라 칭찬한다.


영어가 서툰 자기 엄마를 가끔 외출에 동반해주니 아프가니스탄 여자의 위치가 아직도 친정아버지께서 부인에게 조금은 소홀하다면서 당뇨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그의 어머니도 친구이자 이웃이니 마음이 쓰이고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후배들. Y. S 아우가 몇 달 동안 사업차 고국에 갔다. 엊그제 귀가했다고 S.Y, J.Y 또 만나야 한다고. 언니 벌써 2019년 봄이 되었어요. 주말에 봐요. 그래, 보고 싶구나. 아직 기운이 괜찮을 때 자주 만나야 한다. 세월이 너무 잘도 지나가는구나.


 혹독한 겨울날, 세상을 떠난 2명의 아우야. 2달이나 되었구나. 이렇게 쉽게 이별이 오나 평안한지 보고 싶구나. 그렇게 빨리 자네들과 이별할 줄 누가 알았던가. 꽃 피고 새가 울면 만나 정다웠는데 이젠 더는 만날 수 없어 안타깝구나. 남편과 딸, 모두 무고하겠지? 가끔 사진첩을 들춰보면서 속으로 흐느끼는 못난 선배를 이해하렴.


 83세 되신 어르신의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놀면 뭐혀? 자주 몸을 움직이라는 말씀. 말이 적던 안댁(79세)에게 모두 말하던데 여자한테 잘해주어야 한다고 그러더구먼. 모두가 내 탓이여. 내가 속을 썩혀서 몸이 아프신 것 아니냐고 자책도 하면서 양재기에 미역무침과 소주 1병을 사시던 어르신. 이제부턴 정말 잘할 거야. 아프지만 말아. 눈물이 핑 도는 아침나절이었다. 있을 때 정말 잘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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