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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 자꾸 그리워서…”
drsul
2018-11-02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지금의 나는 어릴 적의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아침 산책길 뒤 공원에 바람이 차고 풀잎이 아직 젖어 있어도 옛날엔 가방을 메고 다녔는데 오늘은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면 편리하다. 무거운데도 수월하다. 손가방은 메고 콧노래가 흥겹다. 혼자서 걸어가니 쓸쓸하다.
20여 분 걸었다. ‘자라’(zara)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가니 나를 반기면서 얼싸안고 플라자 끝의 유명한 식당으로 아침을 사준다며 데려간다. 오늘은 일감이 있다고 했다. 고객의 부탁으로 가죽 가방의 끈이 떨어진 것을 고쳐야 한단다.
토스트와 베이컨, 달걀과 과일까지 맛있게 먹었다. 나의 딸아이와 또래이니 아직은 젊다. 아들 둘이 벌써 십대라면서 엄청 먹어댄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안 계시니 어떤 때는 안쓰럽기도 한 이웃이다.
Zara의 남편은 온종일 가게에서 수선을 하느라 배고플 텐데 집이 멀어서 건너뛰기 일쑤란다. 그래서 머핀과 베이글을 전달해주니 마음이 흐뭇하다.
옛날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은 천방지축, 오빠들이 많은 시골집의 막내딸이었으니. 지금은 아들, 딸이 가정을 이루어 손주들을 기르면서 열심히 최선을 대해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장하다.
완연한 가을날씨. 낮 시간이 짧은 탓에 어둠이 빨리 온다. 여름엔 저녁 9시가 넘어도 밖에 있었는데 아쉽고 섭섭하다. 나는 지금 70을 넘은 나이지만 만년 소녀 같은 생각뿐이다. 사과나무에 빨강 사과들이 풍요롭고 보기 좋다.
다행히도 우리 아들, 딸, 며느리, 사위까지 직장이 있고 쉬운 일이 세상에 없겠지만 남편도 6일 동안 꾸준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니 고맙다. 또한 남편에게 좋은 손재주와 건강을 주신 은혜에 감사한다. 남편이 구두수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열쇠도 커팅하고 닥치는 대로 고친다.
엊그제 은행 여직원이 자기 코트를 보이면서 고쳐달라고 한다. 얼핏 봐서는 어려워 보이는데 남편은 신기할 정도로 풀을 붙이고 박음질을 한다. 진심 어린 감사인사를 받고 감동했다. 광부 생활을 이겨낸 파독산업전사들, 무엇인들 못할까. 요즘 사과 소스를 매주 손주들에게 줄면서 할아버지께서 했다고 얘기해 준다. 할아버지를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라.
오늘은 주말이다. 단풍 구경으로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시청 앞 공원 길에서 색색의 나뭇잎들을 감상하고 공기 쏘인다. 저녁에는 차와 베이글을 맛있게 하는 식당에 가고 싶다.
일주일의 무사함을 감사하면서 남편을 격려도 할 계획이다. 요즘 나의 기호식품은 단호박 찜이다. 영양 있는 작은 서양 호박으로 만든 호박찜을 커피와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남편을 위해 감자와 고구마도 맛있게 쪄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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