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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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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새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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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앞의 공원길을 걷다보니 벌써 파란 풀잎들이 쑥쑥 자라 보기도 좋구나. 나무잎에도 물이 올라 잎이 피려고 준비한다. 5월이 성큼 찾아와 땅속이 촉촉해지니 풀들이 잘 자라고 신비한 자연의 섭리를 느끼면서 시니어 게임을 맞춘다. 


 내 또래의 70 넘은 할머니들이 시끌벅적, 1주일에 한번 만나면 반갑다. 도나는 나보다 약간 아래인 할망구인데 아픈 곳이 너무 많은 서양친구이다. 허리도 다리도 심지어 위장수술까지... 그러나 재미나고 멋쟁이인 친구이다. 


 늘 나에게 “한나, 차 마시러 갑시다. 빙고게임도 하고 영화 보러 갑시다”. 난 늘 OK하지만 내 맘 깊은 곳엔 동서양의 문화차이도 크다. 여자가 대다수이나 3~4명의 할아버지들은 우리들을 자주 챙겨준다. 커피도 나르고 뒷정리도 하고...


 현관문만 열면 보이는 작은 화단엔 꽃들이 잘 자라고 있다. 몰 안의 꽃가게 진열대엔 형형색색의 이름 모를 꽃들이 너무 곱고 예쁘다. 아들이 태어나던 서독에서의 부활주일 아침이 엊그제 같이 기억에서 생생한데 벌써 45년 전의 추억이 되어간다.


 주말엔 가족모임이 있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며느리에게 꽃 화분을 선물하려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노랑, 핑크, 하얀색이 섞인 튤립도 있고, 새하얀 백합도 너무 예쁘다.


 작은 화분의 잔잔한 꽃들도 모두 특색이 있어 좋다. 그날은 손주들이 서로를 반기면서 사이좋게 노는 모습도 보기 좋을 것이다. 형들이 게임놀이에 열중일 땐 2살인 어린 손주가 그 옆을 맴돌면서 흥을 돋구는 모습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들일 것인가? 


 너무 높은 곳만 올려다보면 만족은 없겠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감사를 드리자. 우리를 힘나게 해주는 손주들이 있고, 항상 염려해주고 기도해주는 자녀들도 있고, 때론 귀찮아도 저녁상을 정성껏 준비하고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남편의 귀중함도 깨닫는 행복은 더욱 각별하지 않는가!


 아침마다 저녁마다 기도하며 염원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남편이 있음을 감사하며, 희망찬 새봄이 왔으니 힘을 내자.


 개미가 쳇바퀴 돌듯,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도 감사히 겸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나에겐 좋은 친구들도 훌륭한 선배들도 귀한 후배들도 허락하신 은혜를 항상 감사한다. 엊그제 울타리 소녀들이 그립다.


 한 달에 1번 모임인지라 점심식탁이 푸짐하고 정겨운 얘기꽃들도 피우고 한가한 커피시간엔 헤어지기 아쉬워하던 아우들 모두 노래방도 가고 실력이 대단한 가수를 방불케 하는 Y K 아우님, 하나님 왜 나에겐 그런 재주를 허락지 않으셨나요? 


 귀갓길에 신문을 읽으면서 조국소식도 알아보고 나들이가 뜻깊다. 벌써 우리 동네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온 남편을 보면 고맙기도? 누룽지를 끓인다. 구수한 숭늉이 오늘의 피로를 가시게 한다.


 한인타운에 가면 나의 가장 귀한 초등학교 동창생 사업장에 들린다. 고국의 맛이 그리워 구운김을 많이 구입하고 콩나물, 총각김치, 풋고추, 깻잎까지 배낭이 무거워도 이렇게 사는 맛이 좋다.


 쌈장을 사서 내일저녁은 고향 그리면서 푸짐하게 차려보자. 5월은 어머니날도 있으니 딸과 며느리, 시어머니인 나와 셋이서 여자들만 만날까? 우리는 공동운명을 타고 났구나. 멋진 식당에서 점심도 하고 차도 마시고 깔깔대면서 웃어보자. 


 시누이와 올케, 며느리와 시어머니 그전에 같은 여자의 숙명을 깨닫고 이해하자. 좋은 엄마, 착한 아내들이기를, 친정엄마로 시어머니로 간절히 부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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