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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이렇게 보내고 싶다
drsul
2017-05-07
(81 설동란 일기)
노후를 이렇게 보내고 싶다
어찌 어찌하다가 노년의 문턱을 넘었다. 마음은 절대 노인이 아니고 싶은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안정감 있고 여유만만하다. 최고의 인생의 정점 같기도 하고, 70부터는 삶을 덤으로 사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지, 지나온 나의 과거는 유난히 굴곡이 심했나 생각된다.
앞만 보고 뛰어왔을 뿐인데 옆도 뒤도 봐서는 힘들고 바쁜 나의 여정이었다. 동갑내기 유명연예인 고향의 C 가수, 지금의 형편이 안타깝기만 하다. 젊은 때의 실수로 맘고생도 많았고, 늙어가면서 뭐가 그리 욕심이 많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건 취미 정도로 그칠 것이지, 욕심이 심했나 안타까운 소식들이다.
나에게는 힘이 되어주는 남매가 있다. 다행히도 아들, 딸이 잘 커주었다. 좋은 베필을 만나서 손자를 기르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믿음이 돈독하여 최선을 다해 자기 몫을 지키는 든든한 남편이 있음을 정말로 감사를 드린다.
45년 동고동락, 이젠 말이 필요 없다. 오늘도 산책 시간에야 대화를 나누며 진지해진다. 과묵도 지나치다. 필요 이상의 말이 없는 그다. 성격상 아니면 타고난 성품인양 조용하고 실수가 없는 남편을 이해하면서 손자들의 너무 귀여운 재롱에도 빙그레 미소만 지어 마음이 허전하다. 하긴 남자가 말이 많은 것은 더욱 못할 짓이라고 친구들은 위로한다.
두 번째 산책을 끝내고 책상에 앉는다. 이곳(피커링) 시골의 한적한 주말의 풍경이 너무 평화스럽다. 뒤 공원에 갔다가 축구장의 관람석에 길게 누워도 보고, 콧노래도 불러본다.
따가운 햇볕이 너무 고맙다. 휴가를 가서 일광욕을 안 해도 보기 좋게 살갗을 태워 기분이 좋다. 옆의 놀이터엔 동네 꼬마들이 모여든다. 보드놀이에 여념이 없는 소년들이 부럽다. 친구를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고 우리들의 어릴적 공기놀이요 고무줄놀이와 비교도 안 되는 차이다.
가끔 고향의 어릴적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 한동네에서 살았던 수자, 숙자, 기순, 명순, 재순, 지금쯤 어느 하늘 아래서 살고 있겠지. 노년의 너희가 궁금하다. 맘먹기에 달렸다는 세상살이, 살아생전에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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