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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덧없는 변절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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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민주주의여/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오직 한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민주주의여…//…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 남 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1975년에 발표된 김지하의 시는 당시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대학생과 지식인, 민중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나같은 세대는 이 시를 읽으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고 암울한 조국의 현실에 분노했다.


0…1960년 4·19 혁명 후 학생운동에 참여한 김지하는 1964년 대일 굴욕외교 반대 투쟁으로 불리는 6·3 항쟁에 참가했다가 수감돼 4개월간 첫 옥고를 치렀다.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한 후 이듬해 풍자시 ‘오적(五賊)'으로 다시 구속되는 필화를 겪기도 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군사정권에 붙잡혀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풀려나면서 반체제 저항시인의 상징으로 불렸다. ‘타는 목마름으로'는 그의 대표작이다.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친 이 시는 군부독재에 맞서다 여러 차례 옥살이를 한 그의 저항정신이 담겨 있다. 1980년대 가수 김광석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고 민주화운동 집회에서 자주 불리기도 했다.


0…나같은 세대에게 김지하는 영웅이었다. 엄혹한 군사독재정권 시절 그의 시를 읽고 많은 민중들이 민주화 투쟁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이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웬 ‘생명’ 타령을 늘어놓더니 180도 변(변절)하기 시작했다. 한때  그의 생명사상과 후천개벽 사상이 민주화운동의 정신적·사상적 기반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반민주 세력에 손을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 산다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가? 끝끝내 자유천지를 보지 못하고 나 역시 더러운 먹물 시궁창에서 굶주린 개처럼 허덕이다 죽고 말 것인가? 별 뜨듯 꽃 피듯 살날은 그 언제인가?” 1991년 <타는 목마름에서 생명의 바다로>에서 김지하는 이런 서문을 남긴다. 


0…그는 한걸음 더 나가 1991년 신공안정국(노태우 시절 대학생들 분신으로 촉발된 정국)에서 보수언론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글을 발표해 민주진영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김지하는 “자살은 전염한다. 당신들은 지금 전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열사 호칭과 대규모 장례식으로 연약한 영혼에 대해 끊임없이 죽음을 유혹하는 암시를 보내고 있다"면서 운동권 세력이 연이은 자살을 조장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심지어 학생들처럼 죽음을 강요당했던 자신의 경험이 스며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를 든든한 민주화 동지로 여겨온 운동권과 진보진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그가 근거도 없이 자신들을 부도덕한 세력으로 매도하며 군부독재에 아부하는 데 넋을 잃었다.


 김지하는 한술 더 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까지 했다. 한 시대의 저항 영웅시인으로 추앙받던 사람이 이렇게 완벽하게 변할 수 있을까 싶었다.


0…당시 운동권 중엔 심재철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고 유시민은 같은 학교 대의원회 의장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980년 5월 이맘때 전국 대학생 10만여 명이 전두환 퇴진과 비상계엄 해제를 외치며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이때 유시민은 여기서 물러서지 말고 강력 저항을 하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심재철은 반대했다. 학생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하자고 했으나 심재철은 후퇴를 결정하고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질풍노도 같은 저항운동에 찬물을 끼얹은 ‘서울역 회군'으로 민주화의 절호기회를 놓쳤고  전두환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사흘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수많은 피를 흘리게 됐다.


 당시 심재철은 겉으로는 민주화운동을 했지만 이미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삶이 망가질 때 심재철은 오롯이 양지만 쫓으며 승승장구한다.


0…심재철과 비슷한 인간이 김문수다. 그 역시 한때 노동운동의 중심 활동가였으나 그 후 행보는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철저히 변절할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다.


 2012년에 나온 <와주테이의 박쥐들>(이동형)이란 책이 있다. 와주테이란 국회가 있는 여의도 윤중제(輪中堤)의 일본식 발음인데 시대를 대표하는 변절 정치인들 실체를 박쥐에 비유한 것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변절자로 김문수, 이재오, 심재철, 손학규 등 6명, 가장 기회주의적 정치인으로 홍준표, 전여옥 등  4명을 꼽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운동권 경력을 가진 자들이 철저히 변절해 보수꼴통 정치인이 되었거나 이른바 뉴라이트가 된 자들이다.
 

 이들은 애당초 보수 정치인들보다 더 악랄하게 민주진영 공격에 앞장선다. “한번 돌아선 자는 그 반대를 향해 끝까지 달려가는 법이다. 누구보다 악독하게 그 자들의 반대편에 설 것이다". 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대사처럼 그들은 더 철저하게 반대편에 서야 입지가 다져지기 때문이다.  


0…이들을 비롯해 한때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김동길과 김지하 등을 보면서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다 저렇게 될까. 나도 저렇게 노망이 들까.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김지하 씨가 엊그제 눈을 감았다. 요즘따라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미운 인간들 모두 앞세우고 느긋하게 뒷짐 지고 따라가기 위해서 말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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