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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그대 뒷모습-물러가는 모든 것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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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29일 가을비가 내리는 경남 양산시 사저 뒷산에서 산책하며 사색에 잠겨 있던 모습 

 

 인파로 혼잡한 도심 거리에서 문득 아버지의 뒷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집에서 늘 얼굴을 대하며 사는 아버지이건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친 아버지의 뒷모습은 왜 그리도 낯설고 쓸쓸하기만 한지. 갑자기 코끝이 찡해 온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말이다.

 

 아무리 꼭꼭 숨기고 덮으려 해도 결코 감춰지지 않는 신체 부분. 바로 '뒷모습'이다. 얼굴에 두꺼운 화장을 하고 모자를 쓰고 화려한 치장을 해도 일단 돌아서고 나면 모두가 평등해진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할 수 없고 존재의 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가끔은 너무 솔직해서 바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나의 곁을 무심히 지나쳐가는 낯모를 타인들의 뒷모습들. 그들은 모두가 정직하다.

 

 하지만 뒷모습은 대개 쓸쓸하고 초라하고 슬프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뒷모습만큼은 그리 당당하지가 않다. 한 인간의 허약함이 어깨 위에 버겁게 드러난다.

 

0…시골 출신인 나는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나 군대에 갔을 때나 종종 고향집에 들르면 홀로 계신 어머님은 나를 위해 온갖 먹을 것을 챙겨주시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셨다. 휴가를 마치고 다시 집을 나설 때 어머님은 버선발로 나오셔서 버스에 오르는 나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셨다.

 

 내가 군에 입대하던 날, 어머님은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오셔서 멀어져가는 나를 향해 언제까지고 쓸쓸히 손을 흔드셨다. 차창 밖으로 흐려져가던 어머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물 속에 선하다.

 

 어머님은 그때 내 앞에서는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으나 애지중지 키운 막내아들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시면서 속으로 얼마나 가슴이 메이셨을까.

 

 어머님은 아마 나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혼자서 오래토록 바라보고 계시다가 돌아서서 이내 눈물을 훔치셨을 것이다.

 

0…내가 아무 미련 없이 훌쩍 이민을 떠나올 수 있었던 것도 떠나는 나의 뒷모습에 눈물 흘릴 어머님이 안 계시다는 홀가분함도 한몫 작용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주변에 어머님을 홀로 남겨놓고 이민 온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한 강심장을 가지신 분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한편, 22년 전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외국으로 떠나는 죽마고우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손을 흔들던 옛친구의 속가슴은 또 어떠했을까.

 

 그때 우리는 서로 뒷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어서 먼저 가라며 손을 흔들던 기억이 아련하다. 친구는 탑승구를 빠져나가는 나의 뒷모습을 넋나간 듯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0…이처럼 사람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가슴 아픈 기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늙으신 어머님의 가녀린 뒷모습에선 아무도 모르게 사위어간 세월의 서글픈 간극(間隙)을, 아버님의 구부정한 뒷모습에선 가장(家長)의 책무에 짓눌려 사느라 잃어버린 청춘의 허무함이 묻어난다.

 

 천하를 호령하던 장군도, 권력을 주무르던 사람도, 강단에서 열기를 내뿜던 노(老) 학자도, 덧없는 세월이 흘러 무대에서 내려와 홀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쓸쓸하고 왜소하게만 보인다.    

 

 0…이제 곧 뒷모습을 보이게 될 문재인 대통령. 이 사람만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기득권 세력과 음습한 자본권력이 한통속으로 미쳐 날뛰는 모순 투성이 한국사회를 바꾸어보자고 외치며 분연히 일어섰던 사람, 가진 것 없고 외로운 약자들에게 손을 뻗쳐 평등사회를 만들어보자고 절규하던 그 사람.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검찰과 언론 권력을 개혁해보려 무던히도 애쓴 사람. 하지만 현실은 그런 순진무구한 이상(理想)만으로는 결코 바꿀 수가 없었다. 철옹성같은 기득권 절벽 앞에  문재인의 희망과 꿈은 무너져 내렸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결단력과 추진력이 약해 보였던 사람, 한번 믿으면 끝까지 신뢰를 놓지 않았던 사람, 거대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저항 앞에서도 끝내 인내와 설득으로 참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려던 사람. 하지만 그건 한갖 일장춘몽으로 끝이 났다.        

 

 그는 이제 자신이 발탁하고 키워준 인간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한 채 오히려 앞날을 걱정해야 할 운명이 됐다. 그 인간은 언제 자신의 임명권자에게 비수를 들이댈지 모른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들 모두의 뒷모습이 그러했다.  

 

0…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문재인의 뒷모습은 너무 쓸쓸해 보인다. 평범한 삶마져 짓밟히지 않을까 걱정돼서 더 그렇다. 사저(私邸)가 지척인 고향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노무현의 뒷모습이 겹쳐 더욱 안쓰럽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무성한 녹음과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이형기 '낙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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