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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호남, 해병대-얽히고 설킨 한국사회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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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얽힌 한국의 인맥

               

 학연, 지연, 혈연  등 연고(緣故)에 유난히 애착이 강한 한국인의 인맥. 그중에도 가장 잘  뭉치기로 유명한 3대 집단이 있으니 바로 고려대 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 전우회가 그것이다. 이들의 결속력은 정평이 나서 세계 어딜 가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한때 세간에서는 이들을 한국의 3대 마피아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새로운 그룹들이 등장하면서 결속력 풍경이 사뭇 달라지기도 했지만 이들 3대 집단의 단결력은 아직도 끈끈하다.    

 

 나는 이 중 두 그룹(학연, 군대)에 속해 있다. 혹자는 충청도 출신인 나의 말씨가 호남 같다고 해서 3개 집단에 다 속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단체장 정도는 쉽게 꿰찰 수 있겠다고. 결속력 강한 이들 집단에서 강력히 밀어주면 되니까.  

 

0…이들 집단의 공통적인 특징은, 꾸밈없이 소탈하고 단순 소박하면서도 자기 색깔과 주관이 비교적 뚜렷하고 의협심도 강한 편이라는 것이다. 주변에 이들 집단 출신 사람을 보면 대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20여년 전, 내가 이민을 온다고 하니 친구들이 말했다. “결속력 강한 집단에 둘씩이나 들어 있으니 걱정 없겠구나. 선후배가 도와줄 것 아닌가.” 과연 낯선 땅에 발을 디디니 부담없이 빌붙을 곳은  동창회와 전우회였다. 이들을 만나 학번과 기수(期數)를 주고 받으면 쉽게 말문이 트였다. 무슨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말벗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이처럼 한국인은 어떤 형태로든 인맥(人脈)으로 얽혀 있다. 자신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출신고향,  학교, 심지어 성씨(姓氏)까지 거미줄처럼 짜여져 있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탄탄한 인맥을 갖추고 있으면 사업에도, 직장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0…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5%가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공한 사람의 85%가 인맥으로 성공했다 하고 능력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은 1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인맥 관리는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다. 

 

 인맥이 풍부한 사람을 보통 ‘마당발’이라 하는데 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마당발이 될 수 없다. 또한 대체로 명랑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말주변도 좋다. 모임에서는 상대방의 장점을 주로 부각시키며 남의 실수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웃어 넘긴다.

 

 마당발은 가급적 자기 색깔을 죽이고 주변 환경에 순응한다. 성격이 까탈스런 사람 주변에 사람이  모일 리 없다. 마당발은 다방면의 사람을 두루 알고 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잘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모임을 여러 개씩 갖고 있고 모임에 참석하느라 늘 분주하다.

 

 마당발의 또 다른 특징은 두 개 이상 모임이 겹쳤을 때는 한 곳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고생스러워도 양쪽 모두를 택한다는 것이다. 여러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려면 몸도 건강해야 하고, 수중에 돈도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지식도 있어야 한다. 무식해서는 마당발이 될 수 없다.

 

 여러 특징 중에도 마당발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것’이다. 자신의 호주머니를 여는데 인색한 사람에게 사람이 따를 리 없다.

 

0…사람만 많이 안다고 마당발이 되는 것도 아니다. 평소 인맥관리를 잘해야 한다. 매너좋게 사람을 대하는 것은 기본이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서도 잘 기억하고 나중에 만나도 오래 만난 사이처럼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당발인 사람은 노후에도 외롭지 않고 삶을 생동감있게 보낸다. 인맥을 적절히 잘만 활용하면 고단한 인생길에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맥에 사심(私心)이나 흑심(黑心)이 개입하는 것이다. 특히 공직자가 특정업무에 오래 몸담다 보면 여러 사람을 알게 되며 거기서부터 문제가 싹튼다. 흔히 논란이 되는 전관예우(前官禮遇)란 것도 그것이다. 한국의 고위 공직자들 다수가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0…인맥사고는 몇 사람만 거치면 다 연결되는 단일민족사회의 고유한 특징이다. 다민족 사회인 캐나다 같은 나라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 기껏해야 정치인이 가족관련 사업을 도와주거나 친구를 측근으로 기용하는 정도다.   

 

 지금 한국은 이름도 요상한 ‘화천대유’란 회사로 벌집 쑤신 듯 요란하다. 이는 한마디로 얽히고 설킨 인맥의 축소판이다. 대학 선후배, 검찰, 변호사, 기자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져 있어 도표로  설명하지 않으면 선뜻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알려진 자가 법조기자 시절 출입처 검사들과 맺은 인맥이 이리저리 가지를  쳐서 뿌리까지 내려간 사건이다.   

 

0…한국에선 무슨 비리사건이 터졌다 하면 영락없이 인맥으로 연결되는데, 요즘은 특히 검찰과 언론사 기자들의 인맥 고리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출입처를 오가며 대학동문 등으로 인연을 맺은 뒤 이것이 이해관계로 발전해 마침내 사회의 암적(癌的) 존재로 타락한 것이다.

 

 인맥과 정보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는 사람들. 마당발이 흑심을 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마당발의 덕목 중에 ‘사심 없음’이 추가돼야 할 이유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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