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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드십니까-이런 인생도 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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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에 지친 북한 어린이가 쓰레기통 주변에 떨어진 밥을 주워먹고 있는 모습(사진: 중국 탈북자 단체)

 

(지난 호에 이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아현(가명)씨의 50여 년 인생 스토리를 짧은 지면에 다 옮길 수는 없다. 첫아들을 삼킨 무정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다시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의 난민수용소를 거쳐 한국으로 오기까지 생과 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었고 그때마다 그녀는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녀의 삶 자체가 순간순간 한편의 스릴러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마을사람들이 줄줄이 굶어서 죽어나가는 처절한 현실을 목격하면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야 했고 장바닥에서 만난 친지 집에 얹혀 살다가 졸지에 솥도둑으로 몰려 무수한 발길질을 당할 때는 이대로 살아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쥐약을 입에 넣을 직전까지 가는, 그야말로 삶에 대해  추호의 미련도 없는 극한으로 내몰렸다.

 

0…이씨가 자신의 가혹한 고난과 역경이 고스란히 담긴 자서전을 썼다. 책은 아직 출판되지 않았다. 그녀가 최근 내게 건네준 초본을 읽으면서 이는 흔한 탈북수기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행한 나라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극한 고난을 겪을 터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우리 삶의 터전은 전쟁터였다” “죽음의 먹구름이 몰려오다” “풍지박살난 신혼생활” “굶주림의 공포 속에 테어난 아들” “유랑의 길에 오르다” “나는 훔치지 않았다” “잔인한 여름밤의 악몽” “죽음의 강 압록강” “보위부 감옥” “깨어진 환상” “공포와 두려움은 언제 끝나나”… 책의 소제목만 보아도 그녀의 모진 고난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에 걸친 결혼생활 실패, 그것도 따지고 보면 원수같은 가난이 원인이었다. ‘가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대문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듯,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극빈생활에서 행복이 있을 리 없다. 그녀의 잘못이라면 나라를 잘못 태어난 죄밖에 없다. 그것은 북한주민 모두가 마찬가지다.         

 

0…와중에 그녀는 따스한 인간사랑을 잊지 않는다. 정다웠던 친구를 생각하며 부른 노래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인생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소중해…”  

 

 이씨는 지난해 토론토 친지의 소개로 알게 됐는데 무척 활달하고 적극성이 있어 보였다. 그동안 극한의 역경을 헤쳐왔기에 어떤 일도 두렵거나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고난과 역경은 사람을 강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중국 길거리의 점쟁이 말대로 앞으로 (캐나다 땅에서)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이씨는 자서전을 최종 교정 중에 있으며 출판사도 섭외하고 있다. 특히 책을 하루 빨리 영문으로 번역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 그녀가 영문판을 만들려는 것은 이 책을 현재의 낭군에게 읽게 하고 싶어서다. 포르투갈-캐네디언인 현 남편은 이씨 모자(母子)가 캐나다 이민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은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다큐영화로도 만들 생각이다. 이에 지난주 나와 이씨는 토론토의 젊은 영화감독 신대근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 감독은 부친이 이북출신이어서 그녀의 자서전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영화제작에 의욕을 보였다. 부디 좋은 결실이 맺어져 북한에 대한 실상이 상세하게 알려지길 바란다.

 

0…”끼니를 굶는다는 말을 이해 못할 정도로 원하는 걸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 특히 북한에서는 기아에 시달려 무수한 어린 목숨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북한 인민들이 최소한 배고픔만이라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세상이 와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그녀의 조국 북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변할 수가 없다.

     

 사실 탈북자들에 대한 시선은 제각각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보수-진보의 이념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한다. 그것은 정계로 진출한 일부 인사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듯 처신하며 ‘정보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의 자서전은 정치적 색채를 떠나 민초들의 시각에서 진솔하게 쓴 것이기에 감동적이고 어떤 정치적 구호보다 설득력이 있다.  

 

0…이씨는 말미에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인간의 기본적 권리, 또 내가 갖고 있는 가정, 건강, 행복이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또 내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겪으며 엄청난 희생과 댓가를 치르고서야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 이 책을 쓰면서 돌이켜볼 수 있었다.”….

 

 특히 죽음이 앞에 닥쳐오고 삶이 끝장날 것 같은 위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모든 고난들을 이겨내 여기까지 오게된 나의 경험들이 현재 죄절과 절망을 느끼며 심지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기지를 안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뿌리 뽑힌 나무가 캐나다 땅에서 다시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의미로 제목도 ‘뿌리 뽑힌 나무’로 정할 예정이다. 영문은 ‘A Woman From The North’. 

      

 현재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인간으로서 누릴 최소한의 조건만 주어진다면 그 어떤 난관이나 절망도 헤쳐나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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