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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민족주의-지금은 국제연대가 절실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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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를 전대미문의 혼란 속으로 빠트린 코로나 사태가 중대 전환점에 섰다.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데 이어 캐나다도 일선 의료진과 요양원 등 취약계층부터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백신 접종에 많은 캐나다 국민이 신뢰를 보냄과 함께 한편으론 궁금해 하기도 한다. 긴가민가 했던 백신 접종이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그것은 지난 2003년 사스(SARS) 사태로 혹독한 고통을 체험한 캐나다가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사전에 절처히 대처했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 백신을 (필요 이상으로) 다량 사전주문(preorder)해 놓았던 것이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수일 전 언론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많은 백신을 선주문했느냐’는 질문에 “올해 초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일선 의료진들 사이에 개인보호장비(PPE)가 부족해 허둥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서둘러 충분한 분량의 백신을 예약해두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 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칭찬받을 만하다. 덕분에 우리 캐나다 한인동포들도 이르면 내년 초쯤에는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이런 점에서 캐나다가 선진국임은 분명하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다만 이런 백신 풍요 상황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것이 지구촌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캐나다와 미국, 영국 등 소위 부유한 서방국들이 지나치게 많이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바람에 다른 가난한 나라들은 언제 백신 구경을 하게 될지 모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축배를 들기에 이르다는 말이다.

 

0…지금까지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을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는 미국이다. 하지만 국민 1인당 백신 확보량 1위 나라는 캐나다이다. 인구 약 3,770만 명인 캐나다는 지금까지 약 4억 1,400만회 분의 백신을 구매해 1인당 10.9회 분을 확보했다. 한 사람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국제사회에서 ‘백신 사재기’ 국가로 눈총을 받고 있다.   

 

 2위는 인구 1인당 백신 7.9회 분을 확보한 미국이고 다음으로 영국(7.5회 분), 호주(5.3회 분), 칠레(4.4회 분), 일본(2.3회 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캐나다는 올해 초 코로나가 본격화하면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7개 제약사와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는 사태 초기만 해도 어떤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성공할지 모르고 주문 물량을 모두 받을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예방책 차원에서 ‘과잉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결과는 다행으로 나타났다.

 

0…백신을 인구의 5배(2회 접종 기준)나 구매한 캐나다는 남는 백신을 저소득 국가들에 기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로선 세계 백신 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기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소식이다.

 

 미 듀크대 조사에 따르면 국가별 소득수준에 따른 '백신 쏠림' 현상이 심하다. 지금까지 구매 현황을 보면 고소득 국가가 37억회 분, 중상위소득 국가 7억 600만회 분, 중저소득 국가 17억회 분을 구매했다. 코백스가 확보한 분량은 7억회 분에 불과하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15%인 부국들이 백신 생산 가능 물량의 51%를 확보한 상태다. 부국들이 백신을 싹쓸이 하면서 빈국들은 언제 접종을 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백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한 해법은 물량을 대량 확보한 부국들이 가난한 나라와 백신을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제약업체 백신을 자국민에게 먼저 공급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열강들의 ‘백신 민족주의’는 노골화하고 있다.    

 

 저소득국과 고소득국 사이에 백신 불평등이 클수록 세계 경제 회복에도 타격이 클 것이 뻔하다. 부자국가들이 자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치더라도 백신이 부족한 이웃국가들에서 코로나가 여전히 유행한다면 국가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에 한계가 있고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복귀도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0…인류 공동의 적인 코로나를 물리치기 위한 백신이 국가간 물량경쟁 대상이 돼선 안 된다. 또한 코로나 백신이 제약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더더욱 안되겠다. 전 세계 인류의 삶과 기본적인 생계가 제약사의 이익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지구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야 하며 그러려면 부국들의 저소득국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백신 민족주의를 버리고 국제사회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2021년은 세계 각국에 코로나 통제와 함께 백신을 공평하게 배분하고 접종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미래의 코로나 백신이 부유한 소수를 위한 사치품으로 남는다면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없다. 백신이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에게 공정하게 보급되는 체계가 있어야 코로나는 종식될 수 있다.”-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

 

0…코로나를 계기로 그동안 소홀히 지나쳤던 우리들의 일상이 사무치게 소중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는 그동안 소외됐던 계층에도 눈을 돌리라는 조물주의 계시인가 한다. 코로나 시대, 국제사회의 연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가 자기네도 어려운데 선뜻 외국에  의료지원단을 보내는 것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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