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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그리 무능하냐?”-캐나다 총독의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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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 대한 폭언 등 갑질행태로 물의를 빚은 줄리 파예트 연방 총독  


 영연방 국가(Commonwealth of Nations)의 일원인 캐나다의 국가 원수는 영국 국왕으로, 현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그런데 국가 원수가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대리인’을 임명해 국가 원수로서의 의전활동을 대신하도록 했는데 그 자리가 바로 연방 총독이다.

 

 총독의 공식 직함은 ‘His(Her) Excellency, The Right Honourable Governor General of Canada’ 혹은 ‘The Governor General and Commander-in-Chief in and over Canada’라고 쓴다. 영국 왕은 온타리오 등 캐나다의 각 주(10개) 총독도 임명한다. 주 총독은 ‘Lieutenant Governor of Ontario’ 식으로 쓴다.

 

 연방 총독은 연방총리(Prime Minister)의 조언(advice)에 따라 영국 왕이 임명하며 정해진 임기는 없으나 통상 5년이고 역시 총리의 조언에 따라 영국 왕이 중임시킬 수 있다. 그런데 임기란 게 우습다. ‘At Her Majesty's pleasure’, 즉 ‘폐하의 기쁨에 부응하여’ 임기가 부여된다. 시쳇말로 고무줄 임기다.

 

0…영국 여왕과 직접 교신하는 총독. 그래서 그런지 따라다니는 모든 용어에 권위주의가 물씬 풍긴다. 캐나다 총독의 공식 연봉은 29만여 달러(정확히는 28만8,900 달러). 여기에 화려한 관저(官邸)를 비롯해 수발 드는 직원 등 많은 인력이 따라 붙는다.

 

 총독이 사는 관저는 오타와에 위치한 리도 홀(Rideau Hall)이며, 전통적으로 매년 몇 주 정도를 퀘벡에 있는 시타델(Citadel, 성채)에서 보내기도 한다. 총독이란 자리는 한마디로 국민들이 낸 세금을 써가며 유유자적한 상류층 생활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캐나다 총독은 종전에는 영어권과 불어권 출신이 번갈아 맡았는데, 근자에는 대개 영-불어 이중언어자들이 임명된다. 제29대 현 총독은 몬트리올 출신의 줄리 파예트(Julie Payette, 56)로 2017년 10월 2일 취임했다. 전임자는 데이빗 존스턴(전 워털루대 총장).

 

0…연방 총독이 하는 일은 무얼까. 영국 여왕을 대신하는 명예직으로 형식적 의전활동이 주업무다. 캐나다를 방문하는 외국 요인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고, 신임 외국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는다. 총리실에서 써준 연방의회 개원사(Throne Speech)를 낭독하고 국가의 주요 공로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도 한다.

 

 또한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영국 왕실에 전해 승인을 받아주며, 위의 공식직함에서 보듯 형식적이나마 캐나다군의 총사령관 역할도 한다. 총리의 요청에 따라 정부 구성과 의회해산 등의 명목적 권한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캐나다 총독은 실제로 머리를 쓰거나 몸을 움직여서 할 일은 거의 없고,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따라 그냥 실수없이 의전행사만 우아하게 잘 치러내면 된다. 이런 자리이기에 권위주의가 붙을 이유가 없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명목상 왕이므로 얌전하게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50대 중반의 현 여성 총독이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경솔하게 처신하다 국민들의 호된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다. 자기 사무실 직원들을 하인 다루듯 함부로 대하고 예산을 낭비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    

 

0…2017년 10월 취임한 파예트 총독은 몬트리올에서 출생해 그동안 엔지니어, 과학 방송인을 거쳐 한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명예박사학위만 27개에 달하며, 민간 최대 명예 훈장인 Order of Canada도 받았다. 이에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3년 전 그녀를 주저없이 총독에 발탁했다. 그런데 이처럼 ‘화려한 과거'를 지닌 파예트가 이중인격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의 갑질에 시달리다 사직한 직원들에 따르면, 파예트는 리도 홀 직원들에게 걸핏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직원들을 향해 “너는 왜 그렇게 게으르냐” 또는 “무능하기 짝이 없군” 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수시로 내뱉었다. 한술 더 떠 그녀의 비서까지 합세해 갑질에 동참했다. 그 비서 역시 직원들을 왕따시키고 자신의 하인 부리듯 다뤘다.

 

 그런가 하면 파예트는 자신의 사생활 보호시설에 무려 25만 달러나 지출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관저를 개보수하면서 총독전용계단 디자인에 14만 달러를 쓰고, 집무실에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게이트와 여러 개의 문을 설치하는데 11만7,500달러를 지출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총독의 고양이 전용 출입구 설치도 공사계획에 포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예트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플로리다에서 차를 몰다 (실수이긴 하지만)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적이 있는가 하면, 그 몇 개월 후엔 남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 여자의 전력이 드러나면서 트뤼도 총리의 총독 지명 과정과 검증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0…총독의 갑질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총리실 산하 추밀원(Privy Council Office)이 조사에 나섰으나 이 여자를 자리에서 쫓아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총독 임명이나 해임 권한은 영국 여왕에게만 있는데, 왕실은 이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별로 없다. 구태여 남의 일에 간섭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 여왕이니 총독이니 하는 용어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아가며 하는 일도 없이 권위나 부리는 총독 같은 자리는 어서 빨리 폐지해야 옳을 것이다. 연방상원의원도 그중 하나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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