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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기도 서럽거늘…” - 무궁화요양원 꼭 한인들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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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늘 돌이라도 무거울까/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어이 지실까.”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훈민가(訓民歌).

 

 예나 지금이나 늙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젊어서 죽도록 일해 자식들 다 키워 밖으로 보내고 나니 어느덧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육신도 쇠약해져 몸이 마음 같지가 않다. 늙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니 그 자체를 서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근력이 떨어지고 육신이 아파오지만 기댈 곳 없고 말벗도 없으니 인생 말년이 비참해지는 것이다.

 

 늙어서도 스스로 운신하고 독립해 살아갈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일까만, 현실은 그렇질 못해 누군가 곁에서 지켜주어야만 한다. 돌보아줄 사람이 자식이나 피붙이라면 좋겠지만 그 또한 그럴 수가 없으니 천상 남의 손에 자신의 몸을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돌보는 사람이 말이라도 통하는 동족(同族)이고 해주는 식사라도 입에 맞는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거동이 불편할 때 부축해주는 일도 내 부모인냥 정성껏 해주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요즘 세상에 노부모 곁만 지키며 돌보아줄 자식을 기대할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직업적으로 운영되는 양로원에 부모를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돈을 받고 기계적으로 노인들을 수발드는 사람들이라곤 하지만 이들이 노인들을 대하는, 아니 ‘짐짝처럼 다루는’ 실상을 알고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바퀴벌레와 빈대가 기어다니는 너절한 침대에 노인들을 방치하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는가 하면, 밥먹는 시간이 지나면 아예 굶기고, 아프다고 약 좀 달라고 해도 무시해버리기 일쑤다. 치매 걸린 노인을 걸핏하면 육체적으로 학대해 피멍이 들게 하고 심지어 침대에 묶어놓고 몇시간씩 꼼짝 못하게 하는 악질 요양원 직원도 있다.

 

 이건 말이 좋아 장기요양원(Long Term Care)이지 ‘노인 방치 및 학대시설’에 다름 아니다. 한국말로 양로원이라 하면 어감이 좋지 않아 요양원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게 그거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시설에 갇힌 노인들은 ‘여기서 나가려면 죽는 길밖에는 없다’고 탄식한다. 양로원을 운영하는 영리단체(기업)는 이러고도 버젓이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을 받아낸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요양원 건립 비용에 더해 침상 1개당 매년 5만여 달러의 운영비를 대주니 그야말로 돈이 되는 장사다.

 

 이런 영리단체는 대개 여러 개의 양로원 시설을 기업 형식으로 거느리고 있는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수발드는 직원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직원 한 명이 많게는 노인 환자 15명 이상을 맡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인 것이다.   

 

 지난해 무궁화한인양로원을 낙찰받은 리카케어(Rykka Care)라는 회사는 온타리오주의 총 626개 요양원 가운데 11개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기업인 리스판시브(Responsive)그룹은 14개의 요양원과 18개의 은퇴시설을 갖고 있다. 이들은 양로원 운영의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진정 노인들을 보살피기 위한 차원의 노하우라기보다는 돈을 버는 쪽에만 물리(物理)가 트인 기업이다. 이런 악덕업체가 노후생명들을 돌보는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양로원의 일부 민낯이 드러나긴 했지만 외부로 밝혀지지 않은 비참한 사실도 수두룩할 것이다. 열악하기 짝없는 수용소 같은 시설에서 심신이 쇠약한 노인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려 하루에도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실상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수북히 쌓여가는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군대 병력까지 투입했을까.         

 

 리카케어가 운영해온 양로원들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노인들이 목숨을 잃고 나갔다. 그러나 가족들은 면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만 굴러야 했다. 이 회사의 여러 양로원이 온주정부에 의해 운영권이 박탈됐고, 부모들이 집단사망에 이르도록 방치한데 분노한 가족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회사가 한인노인들이 입주해있는 무궁화양로원을 인수한다고 생각해보자. 여러분 같으면 이런 회사가 운영하는 시설에 부모들을 보낼 수 있을까.    

 

 지금 한인사회에서는 무궁화양로원을 재탈환하자는 캠페인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입찰에서는 ‘돈의 논리’에 밀려 지고 말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부도덕한 영리기업이 양로원을 경영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만큼 우리는 이제 다시 일어서야 한다.

 

 무궁화양로원이 어떻게 세워진 시설인가. 동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합쳐져 이룬 감동적인 결실이다. 이것을 가만히 앉아 빼앗길 것인가. 어떤 경우든 리카케어 같은 기업에 넘겨줄 수는 없다. 전 한인사회가 합심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쳐야 한다.

 

 그동안 무궁화 요양원 살리기에 앞장서온 한인사회 인사들이 주류사회를 상대로 다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그중 하나가 현재 진행중인 ‘무궁화의 영리법인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영문편지’ 보내기 캠페인이다. 한인사회 모두의 염원이 전해질 수 있도록 이에 적극 동참하자.

 

 나이를 불문하고 양로원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내가 맞이할 일이다. 그러니 내가 들어갈 집 내가 살린다는 각오로 참여하자.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禹倬)의 ‘탄로가(嘆老歌)'-    (사장)     *신문지상에 탄로가의 한자가 잘못 표기되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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