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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할 수 있다 - 인종, 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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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지난 주, 퇴근하고 집에 오니 작은딸이 풀이 죽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있었다. 연방공무원인 딸은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왜 그러니? 무슨 일이라도 있어?” 물으니 대답을 안하고 자기 방으로 갔다. 이에 아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한숨을 쉬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딸의 직장 동료(30대 후반의 미혼 흑인 남성)가 현재 웰세를 살고 있는데 거처를 옮기고 싶다며 딸에게 엄마가 부동산중개인으로 일하고 있으니 토론토 다운타운의 콘도 렌트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토론토 다운타운 지역의 콘도를 찾아서 보내며 꼭 그곳에 살고 싶다고 했다. 이에 아내는 딸의 직장동료라니 더욱 신경써서 일해주기로 하고 우선 MLS상의 렌트내역을 살펴 보았다. 그랬더니 콘도 주인도 한국인이고 중개인 역시 한인(여성)으로 보였다. 

 

 이에 아내는 의뢰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질의하고, 가장 중요한 사항인 렌트비는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 물었더니 요청금액보다 조금 더 올려서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입주날짜도 콘도 주인이 원하는대로 최대한 당겨서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아내는 상대편 중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Yes, I am~ ” “그럼 편하게 한국말로 할까요?” “No~ ” 젊은 한인여성 중개인은 한국말을 모두 이해하는 것 같았으나 굳이 영어로만 말했다.(이런 젊은이들이 수두룩하다!). 아내는 렌트 의뢰인이 콘도 주인이 요청하는 모든 사항(가격, 입주날짜 등)을 충족하겠다는 뜻을 전했더니 상대방 중개인은 “Sounds good!”이라며 흔쾌히 수락의 뜻을 비쳤다.

 

 특히, 다른 오퍼가 들어왔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렇긴 하지만 이쪽 오퍼가 더 유리한 듯한 인상을 짙게 풍겼다. 이에 아내는 의심의 여지도 없이 일이 성사될 것으로 믿으며 밤늦게 오퍼를 작성해서 보냈다. 그러면서 즉각 수락 답신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밤이 늦어서 그런지 답이 오질 않았다. 오퍼 유효 날짜는 다음날까지이니 기다리는 수밖에…

 

 그런데, 기다리는 수락 답신은 다음날 오퍼유효시간을 넘기고도 오질 않았다. 이에 아내가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궁금해서 상대편 중개인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묵묵부답… 답답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상대 중개인은 “이미 다른 오퍼를 받았다”는 짤막한 답만 했다. 아내는 어이가 없어 무슨 대꾸를 하려다 말고 그냥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철석같이 믿고 오퍼를 넣었고 의뢰인도 당연히 수락이 된 줄 알고 있을텐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왜 콘도 주인은 이쪽의 유리한 오퍼를 받을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을까. 요구보다 더 많은 금액에 입주일도 빠르며, 신분도 확실하고(연방공무원), 크레딧 점수도 괜찮으며, 필요하다면 전 주인의 추천서(referral)까지 제출할 수 있는 등 무엇 하나 손색이 없는데 왜 거절을 당했을까.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이유는 단 한가지, 의뢰인의 피부색때문이었다. 신분증(ID)에 나타난 검은색 피부 외에는 달리 설명할 이유가 없었다. 아내와 딸은 어이가 없었지만 하는 수 없어 의뢰인에게 사실을 통보했다. 그는 씁쓸해했으나 더 이상 이유는 묻지 않았고 이번엔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콘도를 보내며 렌트를 부탁했다. 그런데 그 콘도는 임대료가 더 비쌌다. 아내는 그와 또 교신하며 가격이 그렇게 비싼데 괜찮겠느냐고 확인했고 그는 꼭 그곳에 살고 싶으니 주선해달라고 했다.

 

 이에 아내는 다시 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 오퍼를 넣었다. 이번 콘도의 주인은 중국계였고 중개인 역시 중국계였다. 그 중개인 역시 처음엔 매력적인 오퍼라며 수락할 것처럼 반가워하더니 다음날 유효시간이 지나도록 답변은커녕, 이번엔 아예 전화도 받질 않았다.

 

 두번에 걸쳐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딸은 자기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오, 불쌍한 000!. 피부색깔이 무슨 죄가 있다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그런데 더욱 괘씸한 일이 며칠 후 다시 일어났다. 첫번째 오퍼를 거절했던 한인 콘도 주인과 젊은 한인여성 중개인은 무엇이 두려웠는지 MLS에서 리스팅을 아예 Terminate(계약종료)시켜 버렸다. 수락한 오퍼의 조건이 흑인남성보다 좋지 않을 경우 인종차별에 의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에 그는 다른 사람을 시켜 내 아내에게 전화를 거는 등 눈치를 보고 있다…). 그 흑인 남성은 지금도 계속해서 살 집을 찾고 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을 타파하자는 거센 물결이 일고 있다. 그런데, 냉정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내가 위와 같은 콘도 주인일 경우, 세입자를 고를 때 과연 인종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마 이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고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우리 한국인도 이 나라에서는 소수 유색인종의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나도, 우리가족도 언제 어디서 이런 수난을 당할지 모른다. 그러니 명심하자. 우리 스스로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는 시각을 가질 때 우리 자신도 대우받을 수 있음을. 어느 상황이든 피부색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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