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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막스 베버 -코로나 심판대에 선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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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사태 와중에 조속한 경제개방을 촉구하는 미국 시위대. 원내는 막스 베버

 

 “미국처럼 영리추구에서 종교적 의미가 사라진 곳에서 기업활동은 경쟁욕과 결부된 스포츠나 다름없다. 미래에 누가 이 쇠창살 안에 살아가게 될 것인지,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발전이 끝나갈 무렵, 새로운 예언자가 출현할 것인지, 자포자기 상태에서 기계적이고 화석화된 인류가 출현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막스 베버(Max Weber, 1864~ 1920)가 타계한지 올해로 100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무제한적으로 영리만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관계가 없다”는 그의 역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베버는 불후의 명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 1905)’에서 자본주의는 비합리적 충동의 억제, 또는 적어도 합리적 조절과 동일하며, 근면한 노동, 금욕적 절제, 철저한 시간관리, 재산 증식, 소명의식으로 무장된 태도야말로 자본주의의 정신이라고 규정했다.

 

 베버에 따르면 근대 서구의 합리적 자본주의는 프로테스탄티즘의 건전한 덕목과 윤리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그것이 탐욕적 의사(擬似) 자본주의와 구별되는 점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 얇은 외투를 점점 무거운 쇠우리(iron cage)로 바꿔버렸다. 외적인 재화가 차츰 인간을 지배하자 종교적 열정은 증발되고 재화에 대한 관심만 남게 되었다. 이에 베버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우울하게 전망했다.

 

 베버의 우려대로 오늘날 우리는 무거운 쇠우리에 갇혀 영혼 없는 재화의 포로가 되었다. 이럴 때야말로 초기 프로테스탄트들이 부(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졌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0…베버의 자본주의 정신은 ‘돈욕심’과는 구분된다. 자본주의 정신에 충실한 기업가는 독점과 특권을 통해 이윤을 남긴 봉건귀족과 대자본에 대항하면서 성장했다. 이들은 도시로 몰려든 유랑민들을 노동자로 받아들여 기업을 창설하고, 벌어들인 이윤을 낭비하지 않고 재투자하면서 많은 노동자를 기업에 결합시킴으로써 자본주의 발달의 주역이 됐다.

 

 여기서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기업가들이 혁명적 변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은 고객과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0…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은 불행하게도 베버가 우려했던 예언이 적중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감영병으로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이 죽어 나가고 무수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떠도는 현실에서 ‘지금은 사람 목숨보다 돈벌이가 우선’이라는 섬찟한 구호가 난무한다.   

 

 코로나는 현재까지 10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갔고 실업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20%)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나라를 통합해 공중보건체계를 가속화하고 경제적 구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를 제공하는 대신,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하고 자신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며 미국사회를 분열시키는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안중에도 없고 인명피해가 아무리 커도 어서 경제 문을 열라고 주지사들을 닥달하고 있다.

 

 ‘탈진실(post-truth)’이라는 그럴싸한 신조어는 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우연인지, 트럼프가 정계에 등장한 2016년 11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post-truth’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함으로써 탈진실 현상은 우리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사전은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라고 탈진실을 정의한다. 트럼프 현상과 탈진실만큼 잘 들어맞는 낱말의 조합도 흔치 않을 것이다.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고 기만하는 주장, 감정섞인 주장이 탈진실로 승화되는 현상, 스스로가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고 느끼는 백인 노동자층은 트럼프가 아무리 거짓말과 미친 짓을 해도 여전히 열광한다.

 

 트럼프가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말라리아 치료제를 매일 복용하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자 주가가 껑충 뛰었다. 전혀 입증되지 않은 허위주장을 쏟아내도 대중들은 좋아라 미쳐 날뛴다. 이런 상황에서 신중하게 행동하다간 반역주의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합리적, 객관적 지표로 따지면 올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진실이란 게 과연 존재나 하는지 의심받는 시대에 트럼프의 탈진실 선거 운동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시 한번 불러 모을 폭발적 잠재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

 

 코로나는 머잖아 통제될 수 있겠지만, 탈진실의 시대는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대중의 탈진실 정치에 대한 열정은 쉽게 식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조 바이든 식의 고답적이고 점잖은 선거운동은 활기가 없다며 외면한다.    

 

 0…미국은 지금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돈을 풀고 있다. 돈을 풀 때마다 주가는 폭등한다. 실물경제는 빈껍데기인데 주가만 치솟으면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반 개미들은 미래에 희망이 없다. 이러다 보니 점점 극우 세력이 확장된다. 트럼프 같은 인간이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코로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문제점의 트리거(방아쇠)가 돼 자본주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해야 했을 일에 플러스로 더 해야 할 일을 우리에게 남겼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학 교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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