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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의 행복 -고난 시기도 적응할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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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도로를 달리며 새삼 전환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는 시간도 많아졌다. 일평생 순탄하기만 한 삶이 어디 있을까. 누구는 처절한 전쟁을 경험했을 것이고, 누구는 몹쓸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맨 적이 있을 것이며, 누구는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 극한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그래도 낫다고 한다면 사치스러운 말일까.
              

 솔직히 요즘 나는 고립의 시간들을 즐기고 있다. 보기 싫은 사람 안 만나서 좋고, 별로 내키지도 않는 모임에 의무적으로 나가지 않아서 좋다. 도로도, 공원도 한적해서 좋다.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세상 속편하다. 주말에 아무 일도 안하고 빈둥거려본 적이 언제였나. 아내와 그동안 말만 듣고 못 보았던 ‘사랑의 불시착’을 꼬박 이틀에 걸쳐 완청(完聽)하고 나니 뿌듯함마져 느꼈다.    

 

 엊그제는 거울을 보니 머리가 꽤 길었다. 나는 보통 한달 반에 한번씩 미용실에 가는데 지금 단골 미용실이 코로나로 문을 닫았으니 어찌한다? 그동안 셀프로 머리깎은 적이 없어 아내에게 손을 좀 봐달라고 했더니, 다른 건 다 잘하는 사람이 그것만은 자신이 없다며 망설였다. 잘못해서 땡칠이 머리처럼 쥐뜯어 먹은 것 같이 되면 어쩌냐는 것이다.  

 

 문제는 머리가 길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허옇게 센 머리라 염색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학창시절 같은 장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기른 채로 놔두고 염색만 하기로 했다. 머리 염색은 아내가 오래 전부터 해주었으니 쉬운 일이다. 마침내 아내가 정성스레 염색을 해주니 한결 나아 보였다.          

 

 

 요즘 어떠다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 머리가 무척 길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게을러 보이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발소와 미용실이 문을 닫았으니. 사람들은 별수 없이 스스로 머리손질을 하든지 그냥 봉두난발로 사는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요즘 이발기구와 머리 염색약이 잘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시대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전 안해보던 일, 또는 예전 추억 속에나 있는 일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외식도 안하고 꼬박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니 쌀 포대도 팍팍 줄어든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자급자족 형태의 삶이 마냥 싫지만은 않으니 이상하다. 다소 불편한 점은 있지만 왠지 사람의 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집안일을 거들어 주면서 아내의 고충도 알게 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대화도 많이 하게 된다. 예년 이맘때 같으면 마음이 슬슬 골프장 쪽으로 향할텐데 올해는 그럴 일도 없다. 골프장은 언제 문을 열지 모른다.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 비 내리는 주말 오후, 피자와 치킨을 배달시켜놓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둘러앉아 먹으니 이게 바로 행복 아닌가 싶다.    

 

 누구는 말한다. 평소 흥청망청 누리며 살던 사람들이야 이 시간이 답답할지 몰라도 원래부터 없던 사람들은 오히려 요즘 생활이 정신적으로 더 편한 것 같다고. 맞는 말인 것 같다. 없어도 다함께 없으면 상대적 박탈감은 적으니 마음은 오히려 편하다. 잘사는 사람들이나 못사는 사람들이나  평등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단순한 삶이 행복하다. 고난의 시기도 적응할 나름 아니겠는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향후 직업의 세계도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급자족 산업이 부상하고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업무형태가 크게 발전할 것이란 점이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최소한 얼마간은 분명히 여러 분야에서 치명적인 피해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는 인간으로 하여금 반성과 돌아봄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고 우리가 잠시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사람들의 움직임과 일손이 멈춤으로써 대지의 환경은 한결 깨끗해졌다.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자고 외치는데 과연 어떤 삶이 정상적이고 어떤 생활이 비정상적인 것일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단순 소박하게 살아보니 이런 낙(樂)이 없던데 말이다. 때 되어 굶지 않고 못된 인간들에 부대끼지 않는 지금의 삶에 나는 만족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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