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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連帶)의 힘-코로나 와중에 빛나는 인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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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의료진이 코로나 사태로 초토화된 이탈리아를 돕기 위해 현지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유럽이 초토화된 가운데 카리브해의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이탈리아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쿠바는 경제난과 미국의 제재 속에 의약품은 물론 생필품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2,300달러에 불과한 나라가 G7 일원이자 GDP 3만 8,100달러인 국가의 지원에 나선 것이다. 


 쿠바는 이탈리아 외에도 다른 주변 국가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의료 마비 상태인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니카라과, 자메이카, 수리남, 그레나다 등 중남미 국가에 쿠바 의료진이 나갔다. 더욱이 코로나 청정지역도 아닌 쿠바(확진자 119명, 사망 3명: 3월 31일 현재)가 더 힘든 나라를 향해 지원에 나선 것 자체가 감동적이다. 이에 외신들은 ‘진정한 국제 연대’ ‘인류에 대한 소중한 가치의 봉사’ 등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쿠바는 1959년 혁명 이래 교육과 의료분야를 국가 중점시책으로 정해 지원해왔다. 그중에도 의료는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쿠바혁명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유아사망률, 예방의학, 1차 진료, 평균수명, 생명공학 등 여러 지표에서 쿠바는 WHO도 인정하는 정상급 위치에 올라 있다. 


 쿠바는 예방의학을 도입함으로써 의료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실제 각 가정은 평생 한 가정의의 보살핌을 받는다. 이에 따라 반세기(1961~2015) 넘게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와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 등으로 나라 경제는 무척 힘겨운 상황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낮아도 국가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은 대단히 높다. 


 쿠바는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8.2명(2017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은 2.4명, 이탈리아는 4.1명, 미국은 2.6명이다. 쿠바는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의료수준과 우수한 의료인력으로 각 지역사회와 협력해 왔다. 1998년 허리케인이 중남미를 할퀴고 지나가자 쿠바는 즉각 주변 국가에 의료원조팀을 파견하고 현지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의과대학의 목적은 ‘연대성, 통합성, 인도주의'를 표방하며 남미의 의료취약지에서 활동할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쿠바정부에서 음식, 교복, 교과서, 생활비 등 대부분을 부담하는 이 학교에는 수십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의 의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국제적 지원 활동의 일부다.


 콜레라가 유행한 2010년 아이티와 에볼라가 창궐한 2014년 이후의 서아프리카에도 쿠바 의료진이 나섰다. 이러니 국제 여론이 이들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쿠바 의료진의 노력이 세계적으로 번진 코로나의 혼란과 공황 상태를 당장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함께 싸우자'는 연대의 메시지와 함께 피해국가들에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하다. 


0…왜 장황하게 쿠바 얘기인가.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국제적 연대(連帶.solidarity)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공적(公敵)을 잡기 위해선 인류가 한데 뭉쳐야 한다.

인류 공동체로서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 국가를 초월해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구성원에 대해 연대의 힘으로 공존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빈자든 부자든 함께 살아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고립으로 인해 힘든 사람들이 있는 반면, 불안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일터에 나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 코로나는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인간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드러내주고 있다. 좋은 일에 써달라며 파출소 앞에 몰래 마스크와 잔돈을 놓고 사라진 정신지체 장애인. 그는 돈이 적어 미안하다며 도망을 쳤다… 70대 할머니와 10대 손녀가 수년 동안 모은 돼지저금통을 깨서 건네는 꼬깃꼬깃한 지폐와 동전들…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답지하는 시민들의 손편지와 컵라면, 음료수, 야쿠르트, 생수… 요양원 직원들이 재봉틀을 돌려서 혹은 한땀 한땀 손바느질을 해 만든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어려운 시기에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눈물겨운 연대의 힘이다. 


 좁은 공간 콜센터 직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지친 몸으로 녹즙을 배달한 투잡의 고단함, 새벽 총알 배송되는 편리함에 가려져 있는 배송원의 격무와 죽음, 코로나로 죽기 전에 돈이 없어 죽겠다는 소상공인의 호소,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의 위태로움… 벼랑 끝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새삼 깨닫게 됐다. 


0…지금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심리적 가까이하기’는 분명히 구별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는 서로 다른 집단이나 계층간 이해와 친밀감이 결여된 배타적 거리다. 이것이 자칫 타인에 대한 불신과 차별로 왜곡된다면 이야말로 큰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물리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되 주위와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을 갖는 ‘심리적 가까이하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건 역절적으로 봉쇄와 차단이 아니라 끈끈한 연대인지도 모른다. 


 지역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각국의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지지와 격려로 정신적인 연대감을 나누는 게 절실하다. 이웃 국가의 감염병을 막지 못하면 우리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인류는 하나라는 사실을 절감한다.(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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