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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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뒤돌아 후회하지 말자
ywlee

 

 


  

 나는 가끔 부질없는 생각들을 해본다. 스스로 선택한 이민살이는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는가. ‘이민병’에 걸리지 않고 한국에서 그냥 살았더라면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직장(기자)생활을 계속하고 있을까, 아니면 도중에 다른 길을 택했을까. 아이들은 외국까지 유학을 보내지 않아도 됐을까. 다들 그런다는데, 그럴 경제적 여유는 있었을까. 


 미련없이 이민봇짐을 꾸려 떠나왔는데 왜 술자리에선 아직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만 부르는가. 타국의 삶이 고달퍼서인가, 그릇된 선택에 따른 회한인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왜 아직도 연연하는가.


 사춘기 시절, 친구들은 모두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데 왜 나만 유독 사관학교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는가.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입학한 사관학교는 왜 1년 만에 때려치웠는가. 그냥 군문(軍門)에 남아 있었다면 과연 별을 달았을까. 사관학교 중퇴로 친구들보다 2년 뒤에 진학한 대학은 취직이 잘되는 현실적인 학과를 외면하고 왜 영문과를 택했는가. 


 친구들은 평범한 군복무의 길을 걷는데 왜 나만 유독 해병대 장교라는 길을 택했는가. 제대 후엔 여러 기업체에서 입사통지서가 날아왔는데 왜 H그룹을 택했을까. 만약 S그룹을 택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과연 중역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아니면 도중에 잘려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 잘 다니던 대기업은 왜 2년 만에 집어치우고 험난한 기자의 길로 들어섰는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는 결혼. 수 많은 여성 중에 나는 왜 지금의 아내를 평생 반려자로 택했을까. 내가 아내를 선택한 것인지, 아내가 나를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그것은 중요한 선택임에 틀림 없었다. 배우자로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평생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30년이 넘도록 그럭저럭 잘 살고 있으니 배필만은 잘 선택한 것 같다.


 예쁜 두 딸 낳고 알콩달콩 사는데 언젠가부터 가슴 한켠에 이민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했다. 이민! 그것은 인생에서 결혼만큼이나 중요한 선택이었다. 생각해보라.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살 것을 거부하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다른 나라로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외국에 나가 살겠다는 결심이 굳어지자 어느 누구의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그때, 이민국가로 나는 왜 당초 뉴질랜드에서 캐나다로 방향을 선회했을까. 먼저 캐나다에 온 친구의 말에 솔깃해 내린 그 결정은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가. 처음 생각대로 뉴질랜드로 갔더라면 나와 가족은 지금쯤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양털 깎는 일을 하고 있을까. 


 이민지로 캐나다를 택하고선 이번엔 어느 도시에 정착할까를 놓고 밴쿠버냐, 캘거리냐 사이에서 오락가락 했다. 토론토는 복잡하고 한국사람이 많다는 맹랑한 생각에 안중에도 없었는데 결국 왜 이쪽을 택했을까. 처음 생각대로 캘거리에 정착했다면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정착지를 토론토 쪽으로 정하고선 왜 또 굳이 시골도시를 택했으며 그것 역시 바른 선택이었는가. 처음부터 도시에 터를 잡았더라면 지금쯤은 집값도 많이 오르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나는 이민 초기 주위분들의 권유대로 가게를 찾으러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결국 한국에서와 똑같은 직장생활 쪽으로 결정을 내렸는데, 그것은 과연 바른 선택이었는가. 그때 만약 좋은 가게를 찾았더라면 나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0…인생은 매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하루, 일주일, 한달, 1년이 모두 선택 속에서 이뤄진다. “이 일에 화를 낼까 말까” “오늘 그 사람을 만나볼까 말까” “그에게 이 말을 할까 말까”…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일이 수 없이 많다. 똑같이 출발한 타국살이인데 누구는 저만치 앞서가고, 어느 누구는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는 데도 여전히 그 모양이다. 왜 그럴까. 모든 것이 각자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다. 


 나도 인생여정 가운데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이 몇 차례 있었으며, 결국 그에 따라 오늘의 내가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운명이 그래서 그렇게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선택을 그리해서 운명이 이리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되, 어쨌든 오늘의 나는 나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 같은 작은 일부터 인생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항상 선택의 순간에 서게 된다. 그런데 선택은 어찌보면 어느 한쪽을 얼마나 슬기롭게 잘 버리느냐에 달려 있는 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모두를 다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번 선택한 나의 인생, 가지 않은 길에 미련 두지 말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사랑하도록 하자.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내려간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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