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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 아닙니다(2)-노스욕 참사 1주기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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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가는 수도 있구나…” 1년여 전,  노스욕 영/핀치에서 발생한 밴 차량 인도 돌진 사건으로 10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를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백주대로에 인도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차가 달려와 사람을 치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치안이 안전하기로 유명한 토론토에서 말이죠. 


 세상엔 논리대로,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일들이 많지요. 이 사건도 그랬습니다. 정신이 정상이 아닌 청년에 의해 무고한 사람들의 생과 사가 바뀌었습니다.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참사는 아마 캐나다 한인사(史)에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겁니다. 희생자 10명 중 3명, 부상자 16명 중 3명이 각각 한인이었기에 그렇습니다. 그 중 꽃다운 여학생 2명은 제 딸과 비슷한 또래여서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코 남이 일이 아니지요. 희생당한 사람이 내 자식이라 생각해보세요. 나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시민적 연대가 필요한 것입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어주는 것 등이 그러한 표현이 될 것입니다. 


0…4/23 노스욕 참사가 일어난지 벌써 1년이 흘렀습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노스욕 곳곳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특히 저녁 6시부터 멜라스트맨 광장에서는 시민 150여명과 조성훈 온주의원, 존 토리 토론토 시장, 존 필리언 시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한인 참석자는 거의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김세영 한카노인회장, 무용인 금국향씨, 총영사관 경찰영사, 한인언론사 취재진 3명 등 손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 많은 한인단체장들 모습은 거짓말처럼 눈에 안보였습니다. 이날 하늘도 슬퍼서 울었는지 날씨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 쌀쌀한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날씨 탓만 하기에는 무언가 허전한 면이 많았습니다. 같은 동족끼리 이럴 수가…


 이는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노스욕에서 거행된 대규모 추모행사는   멜라스트맨 광장 설립 이래 최대 인파라는 2만5천여 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시민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했습니다. 각양각색 민족들이 함께 손을 잡고 행진하며 ‘폭력에 굴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인타운 중심에서 개최된 추모행사인데 한인들 모습은 적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한인사회인데 말이죠. 잘해야 3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대규모 추모인파의 0.1퍼센트에 지나지 않은 셈입니다.


 노스욕은 캐나다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기에 ‘한인최대밀집지역’이라 표현합니다. 한인들이 약 1만3천여 명 살고 있고, 한식당도 많고 거리에선 한인을 쉽게 만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행사를 외면하고 한인들은 모두들 어디를 가셨을까요. 


 올해 1주기 추모 행사도 토론토시와 종파를 초월한 각 종교지도자들이 주관했습니다. 그런데 한인사회에는 교회도 많고 목회자도 많은데, 그 많은 한인목사님들 모습은 한 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종교인이 헌화하는 순서 때 한인희생자에게는 한인종교인이 꽃을 바치면 죽은 자의 마음도 한결 가볍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참석자의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요. 다만  행동하지 않는 슬픔이나 분노는 소용이 없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코리안’ 희생자를 위해 촛불을 들고 모인 토론토시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이웃과 동족의 슬픔과 아픔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사랑과 평화 운운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0…투사(鬪士)가 달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불행과 불합리에 공분(公憤)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서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투사가 되는 것입니다. 행동없는 울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행동은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자기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일에도 참여하는 것은 바로 시민적 유대의식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세월호 참사가 생각났습니다. 과연 토론토 시민 중에 ‘이젠 노스욕 참사 뉴스는 지겹다, 그만하자’고 외칠 사람이 있을까요? 사건은 비슷할 수 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동포라는게 뭘까요. 평소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실제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팔을 걷어 부쳐야 합니다. 내 자식이 피해를 당했다면 그렇게 방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0…작년이나 올해 추모식 날도 노스욕의 한식당 거리는 여전히 젊은이들이 넘쳐났습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활기에 차 있습니다. 웃고 떠들고 마시고… 죽은 사람은 죽고, 산 사람은 살고, 그런 거겠지요. 그러나 아무 이유도 없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과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노스욕 참사 후 시민들은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4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습니다. 한인사회는 과연 얼마나 동참했을까요. 우리는 과연 남인가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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