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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콤플렉스-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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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콤플렉스라고 하면 열등의식을 일컫는 듯 하지만, 사실은 우월콤플렉스와 열등콤플렉스로 나눌 수 있다. 요즘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진 자들의 ‘갑질’은 전형적인 우월콤플렉스가 빚어낸 행태다. 그런데 <콤플렉스는 나의 힘>(저자 정승아 교수, 2010)에 따르면, 이 빗나간 우월감 밑에 깔려 있는 것은 열등의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우월감이 전면으로 나타나는 사람은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거만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뒤에 열등감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무언가 열등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기에 그것을 감추기 위해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반면, 열등감이 전면에 나타나는 사람은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위축돼 있는데, 사실 그 뒷면에는 우월감이 숨어 있다. 왜냐하면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가 없다면 열등감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에,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 앞에선 왠지 위축되고 움츠러드는 반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 앞에선 괜히 으스대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기게 된다. 이는 우리같은 이민자들이 늘상 겪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민족 앞에선 어깨가 당당해지는 반면, 소위 주류사회라고 여겨지는 사람들 앞에선 괜스레 기가 죽는다. 입이 있으나 말을 못하고 귀가 있으나 알아듣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그런 마음 속 콤플렉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스스로를 내려놓고 인격을 수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그렇다.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누구를 상대해도 긴장되지 않고 마음이 느긋해지는데, 마음에 욕심이 있으면 나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면 위축되고 못난 사람을 만나면 우쭐해지는 것이다. 


 그럼, 요즘 말썽 많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처럼 회사직원들을 향해 온갖 갑질을 해대는 사람들은 대체 마음 속에 무슨 콤플렉스가 그리 많아 선대(先代) 창업주가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기업을 그처럼 욕되게 하는 것일까. 


0…인천에서 직물 도매상을 하는 부모의 8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난 조중훈(1920~2002)은 휘문고보를 중퇴하고 국비교육기관인 경남 진해의 해원양성소에 진학, 기관과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20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2등기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본 화물선을 타기도 했다. 1942년 일본에서 돌아와 서울 효제동에 목탄차 엔진을 수리하는 공업사를 차렸다. 마모된 트럭엔진을 수리하는 회사였다.


 그는 해방되던 해 공업사를 정리하고 그동안 저축한 돈을 모아 인천에 '한진상사'를 연다. 처음엔  트럭 한대 뿐이었으나 창업 2년 만에 화물자동차 10대를 보유하게 된다.

이어 정부로부터 경기도 일원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면허를 받고 창업 5년째 되던 해 종업원 40명, 트럭 30대, 화물운반선 10척을 보유한 운송전문회사로 성장한다. 1957년 미군과 단독 수송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회사는 급성장하기 시작한다… 한국의 육해공(陸海空) 수송재벌 한진의 초기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조중훈은 부지런했고, 사업을 보는 안목이 있었다. 6•25 전쟁이 터지자 한진의 화물자동차 15대가 군수물자로 차출돼 파산에 이르렀지만 그에겐 억척과 부지런함이 있었다. 미군부대에서 버리는 폐(廢)트럭을 얻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기업가적 재능과 성실함을 눈여겨본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국영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강권했다. 적자투성이 공기업을 강제로 떠넘긴 것이다. 세간에선 이를 정경유착 특혜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파산 직전의 기업을 조중훈이 인수해 살려내고 세계적인 민간항공기업으로 키운 것이 사실이다.


 조중훈은 대한항공에 닥친 많은 사고를 수습하면서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사업을 일으켰다. 대한항공은 사고를 겪으며 세계적 항공사가 된 것이다. 생전 조중훈 회장은 방대한 독서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선 이를 조중훈의 ‘중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조중훈은 기업 키우기와 ‘사람’ 키우기를 함께 중요한 사업으로 인식했다. 그는 국가관도 확고했다. 한진(韓進)은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이란 뜻이 담겨 있다. 사업을 통해 민족의 부를 일궈보겠다는 신념이 반영된 것이다. 


 정석(靜石) 조중훈의 경영철학은 ‘사업은 예술이다'였다.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그는 “예술가의 혼과 철학이 담긴 창작품은 수천 년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듯, 경영자의 독창적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기업가도 예술가의 철학과 노력으로 사업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0…조중훈은 99년 대한항공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장남 조양호를 그룹 회장에 낙점했으며 2002년 8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살아생전에 각종 탈세와 자산해외유출, 계열사 부당 지원, 변칙 증여 등 여러 불명예를 안고는 있지만 조중훈이 땀흘려 이룩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란 사실은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선대 창업주가 어렵사리 일구어놓은 기업을 아무 고생 모르고 버르장머리 없이 자란 2, 3세 후손들이 망쳐놓고 있다. 평범한 이들이 피눈물 나는 경쟁을 뚫고 겨우 오를까 말까 하는  자리를 이들은 단지 창업주의 손자손녀라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러니 이들이 뭍한 흙수저들의 애환을 알 리 없다. 


 이는 대한항공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 재벌그룹 후손들의 갑질행태가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란 그들에게도 무언가 콤플렉스가 있는 것일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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