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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블루스-겨울 우울증 이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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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백석 시 ‘나와 나타샤와…’)

 

 

 

 


 새벽녘에 잠이 깨어 보니 유리창이 희뿌연하다. 커튼을 제치니 가로등 아래로 흰눈이 퍼붓고 있다. 아, 또 눈이구나. 올해는 겨울 턱을 톡톡히 하는구나. 그런데 참 우울하다. 추위도 그렇지만 웬 눈이 그리 퍼붓는지, 하늘이 희뿌연해지면 겁니 난다. 아침마다 차 위에 쌓인 눈을 털라치면 한숨이 난다. 백색 공포증이란 말이 실감난다. 


 나는 사람이 덜 된 탓인지 날씨에 무척 민감하다. 날이 화창하면 기분도 좋고 몸 컨디션도 가뿐하다. 하지만 하늘이 우중충하고 눈이나 비가 내리면 심신이 착 가라앉는다. 아무 의욕도 나질 않고 그저 우울해지기만 한다.     


0…겨울은 슬픈 계절이다. 정신의학적으로도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란 말이 있다. 전문용어로 계절성 정동장애(情動障碍)라 하는데, 북미에서는 윈터 블루스(winter blues), 즉 겨울철 우울증이란 말이 흔히 쓰인다. 요즘같은 계절엔 SAD 란 말이 딱 어울린다. 


 겨울 중에도 1월은 가장 우울한 달이다. 특히 지난 15일(월)은 블루 먼데이(Blue Monday)였다. 1월 셋째 주 월요일은 1년중 가장 우울한 날이란 뜻이다. 그것은 들떴던 연말연시 휴가도 지나고 연말에 흥청대며 쓴 빚은 늘고, 날씨는 춥고 하늘은 회색빛이다. 새해 결심도 스르르 녹아버릴 시점이 이때다. 블루 먼데이란 말은 영국 카디프대학의 평생교육원 교사 클리프 아날(Cliff Arnall)이 2005년에 만든 말이다. 이날은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아름다운 꽃을 주고 받으면 좋다고 한다.   


 겨울 우울증에 걸리면 심신이 피곤하고 불안 초조하다. 아무리 잠을 자도 늘 무기력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대개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으며, 노인보다 젊은층이 더 많이 앓는다. 심한 경우 자살까지도 생각한다. 


 겨울에 우울한 것은 햇볕이 부족한 이유가 가장 크다. 낮이 짧아 생체의 시계바늘을 조절하는 태양빛이 적어지고 감정을 전달하는 신경물질도 감소한다. 이는 추운 북쪽일수록 더하다. 미국 뉴욕의 겨울 우울증 환자가 플로리다보다 10배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남유럽에 비해 북유럽 사람들이 말수가 적고 침울해 보이는 것도 일조량이 적고 날씨가 춥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복지제도가 잘 돼있지만 자살율이 높은 것도 음산한 겨울날씨 영향이 크다. 예술가 중에는 여름철에 메시아를 작곡한 헨델과 여름 햇살 아래 농부를 그린 반 고호 등이 심한 겨울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반면, 카리브해 국가들 국민이 빈곤하긴 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대체로 온화한 날씨 덕분이다.  


 0…겨울 우울증은 일조량이 적어지는 늦가을에 시작돼 봄이 되면 사라진다. 그래서 계절성 감정장애라 한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해소책을 찾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빛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니 이를 예방하려면 추운날이라도 틈나는 대로 햇빛 아래 산보를 하는 게 좋다. 집안 조명도 가급적 환하게 해둘 일이다. 
 전문가들은 겨울 우울증 극복방법으로 다음 사항을 권한다. 1.낮에는 가급적 집 밖에 있을 것. 2.가능한 밝은 곳에 있을 것. 3.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가 햇볕을 쪼일 것. 4.집에서도 조명을 밝게 할 것. 5.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 6.운동을 꾸준히 할 것. 7.가급적 혼자 있지 말 것. 8.여유가 있으면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갈 것.  


 아름답던 옛날을 회상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현실이 힘들 때 포근하고 정다웠던 옛시절을 떠올리면 기분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꿈결 같던 연애시절을 떠올리거나 어릴 때 뛰놀던 고향 풍경을 반추한다. 시골 논에서 썰매 타던 향수, 연 날리던 정경, 동무들과 눈싸움 하던 생각… 그러면 백색 공포도 사라지고 하얀 눈이 정겹게 보인다. 옛날 노래를 흥얼거려도 기분이 풀린다.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비타민 D 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녁엔 술 대신 물이나 가벼운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으며 하루 7∼8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은 몸의 면역시스템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하다. 또 평소의 페이스를 유지하되 무리하지 않는다. 겨울은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며 바빠질 새해를 앞두고 준비하는 시기이므로 강도 높은 일은 피해야 한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따뜻한 남쪽나라로 피한(避寒)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겠다. 실제로 토론토의 많은 한인들이 지금 플로리다 등 남쪽나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한참 일해야 하는 나같은 사람은 그저 언젠가는 가리라는 상상만 하면서 스스로를 극복하는 수밖에… 


 지금은 겨울의 중간, 아직 추위가 지나려면 멀었다. 요즘 같은 때, 나름대로 겨울 우울증을 극복할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거운 계절인데도/봄은 우리 고은 핏줄을 타고 오기에/호흡은 가뻐도 이토록 뜨거운가?/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 (신석정 ‘대춘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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