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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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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변을 보면 항상 붙어다니는 부부들이 있다. 어떤 모임이나 행사이건 꼭 부부가 함께 다닌다. 시장 보러 갈 때도, 골프를 쳐도 부부가 함께 한다. 우리 부부도 그렇다. 우리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닭살부부’로 불린다. 어딜 가나 함께 다니길 좋아하고, 골프도 친한 친구 부부와 함께 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무슨무슨 단체 골프대회에 오라고 해도 여간해선 안 간다. 아내는 홀로 집에 놔둔 채 남자끼리 떼로 몰려 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시간낭비에 불과한 것 같아서다. 

 

 

 


 이민생활에선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영업을 하면 좋든싫든 24시간 함께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땐 늘상 보는 얼굴이 지겨울 때도 있다. 어느 친지가 하던 말. 저녁에 가게문을 닫고 집에 가기 위해 먼저 차에 탄 남편이 옆좌석에 앉으려는 아내를 보고 “에고, 또 너냐?” 하며 한숨을 쉬었단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부부가 한시도 떨어질 수 없는 환경이 이민생활이다. 그래서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이처럼 나의 반쪽처럼 지내던 배우자 중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어느날 갑자기 나 혼자 남았을 때, 그 삶은 과연 어떨까. 이는 겪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 것이다. 


 내가 아는 친지의 요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다. 금슬 좋기로 소문났던 분들인데, 50여일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시고 나니 다른 한쪽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저히 자신이 없어 하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옆에 남편이 누워있는 것 같고, 식탁 옆에도, 화장실에도, 공원 길을 걸어도, 남편의 생생한 환영(幻影)이 보여 미칠 것만 같다. 밤에 혼자 자려면 너무 무섭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교회에 나가도 남편의 그림자가 밟혀 정신을 잃을 것 같다.


 남편의 빈자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세상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허무해 보인다. 길거리에서 누굴 만나도 그이와 비슷하고 상황마다 그때그때 추억이 떠올라 미칠 지경이다. 이러다 자칫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질 것만 같다. 


 연세 80이면 사실만큼 사신 것 같은데, 미망인이 느끼는 슬픔은 감당이 안 되는 듯하다. 함께 해온 날들이 너무 길고, 잊을래야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너무도 많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이는 부부간 사랑이 깊고 의지한 정도가 클수록 더욱 심각하다. 떠난 사람보다 남아 있는 사람이 더 딱하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의술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졌다고는 하나 사별(死別)의 아픔은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민생활 대부분의 모임이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쪽이 먼저 떠가고 나면 모임에도 나가기가 어려워진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도 그렇고, 다들 커플끼리 모이는데 분위기 깨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고독과 외로움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운전도 못하면 더욱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요즘엔 수명이 길어져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누군가 먼저 떠날 것이고, 홀로 남은 이의 삶은 공허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이와 사별하는 것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없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무너진 것 같고 내 몸 한쪽이 마비된 것만 같다.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다. 


 배우자를 잃고 혼자가 되는 것은 그저 독신이었을 때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한 일이 아니다. 여러 해를 함께 살다 보면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된다. 그 한쪽이 없어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캄캄할 것이다. 


 금슬 좋던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먼저 떠나면 그런 사람일수록 먼저 재혼하는 이유도 그렇단다.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했다면 다시 그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며, 행복할수록 그런 경험을 다시 하고플 것이다.     


 부부가 평생 건강하게 함께 살다 어느날 고운 모습으로 함께 땅에 묻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그럴 수만은 없다. 홀로 사는 것, 그것은 누구나 언젠가는 부딪힐 일이다. 따라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때론 혼자 사는 준비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서로가 존중하는 가운데 평소 혼자서 즐기는 일도 좀 해볼 일이다. ‘이별 연습’도 엄연한 노후대책 중 하나인 것이다. 


 평소 사소한 일들로 원수처럼 토닥거리는 부부들도 막상 그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내 몸 한쪽이 마비된다고 생각하면 살아서 그리 심각하게 다툴 일이 없을 것이다. 살아있을 때 서로서로 잘해 줄 일이다. 결국 남는 것은 부부 뿐이다.  


 사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은 외로울수록 사람들과 어울리고 환경을 바꿔보려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주위 사람들은 혼자 된 분들을 자주 찾아보고 말벗이라도 해주자.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이동원 ‘이별노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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