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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자적(自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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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월기부해음),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달은 술을 마실 줄 모르고/그림자만 나를 따르네…)


 중국 최고의 시인 이백(李白)의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月下獨酌(월하독작)’ 시를 음미하노라면 과연 시선(詩仙)다운 풍류가 차고 넘친다. 이백은 외로운 낭만주의자였다. 인생의 무상을 관조하며 세상을 초월하고 자유를 찾아 유랑했다. 이백에게 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그의 생애를 통틀어 술은 문학과 사색의 원천이었다. 


 이백이 평생 술을 즐겼음은 유명하다. 그래서 ‘주선(酒仙)’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백의 시 곳곳에선 짙은 술향기가 배어난다. “고담준론이 사방에 가득하니 하루에 천 배를 기울였네“ “한번 마시면 삼백 배를 마셔야 하나니” “함께 취하여 평생을 즐기다” “취한 뒤엔 천지(天地)도 잃어버려 내 몸이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


 이백은 술만큼 달(月)도 좋아했다. 물 속의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水中捉月-수중착월)는 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술과 달을 즐기며 분방한 인생의 경지를 추구했다. 그러나 술을 너무 좋아하다 술로 인해 명(命)을 재촉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0…자고로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惡人) 없다는 말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계산적이지 않고 마음이 넓다는 뜻이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은 대개 성격도 꼬장꼬장함을 알 수 있다. 세상 살면서 어느 땐 한잔 하고 자세도 좀 풀어지는 경우도 있을 터, 그런 면이 없다면 인간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문학과 술은 바늘과 실처럼 따라 다닌다. 문학 한다는 사람이 술을 모른다면 인생의 고뇌를 깊이 다루지 못함과 같다 할 것이다. 이래서 술은 적당히 잘만 마시면 인생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과할  때 발생한다. 허긴, 과해서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요즘 내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의 묘미를 알기 시작했다. 이 나이토록 술은 혼자서 마시면 무슨 큰일이나 난 줄 알았다. 알콜중독자나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혼자서 한잔 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술마시고 운전하는 것을 피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지만, 어쨌든 혼술 맛이 쏠쏠했다. 


 우선 혼술을 하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누구와 어울려 마시면 대화에도 신경써야 하고 주변의 눈도 있어 편치 않으나 혼자 술을 마시면 TV 의 고향산천을 감상하며 향수에 젖어들 수도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생각도 이리저리 자유롭고 여유있게 할 수 있다. 


 또한 혼술은 누가 권해서 드는 것이 아니니 도가 지나치는 일이 없다. 나는 원래 술을 반주(飯酒)로 즐기는 체질이라 과음하는 일이 적다. 일단 속에 밥이 들어가면 술을 억지로 먹여도 써서 먹지를 못한다. 특히 즐거운 일이 있거나 기분 좋을 때 주로 술을  마신다. 기분이 우울하면 술도 입에 쓰며, 그럴 땐 아예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버린다. 


 저녁에 집에서 혼자 와인잔을 기울이노라면 가끔 아내가 대작(對酌)을 해주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다만 아내는 소량이라도 매일 그렇게 마시면 좋을 리 없다며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나의 건강을 생각해 하는 소리라고 새겨 들으면 오히려 고마워진다.  


0…“무리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혼자일 수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일본 메이지대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베스트셀러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때론 '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누군가와 연결돼 있거나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이 꼭 유익한 게 아니란 것이다. 


 내 스스로 남의 평가와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존(自存)할 수 있을 때 남과도 잘 지낼 수 있다. 바쁜 삶을 살더라도 잠시나마 자신에게 집중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으며, 그 시간들을 통해 자존할 여력을 갖출 수 있다.


 나이 먹을수록 변해가는 것 중 하나가 사람 만나는 일이 귀찮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성격이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전에는 걸핏하면 모임자리를 만들었다. 이사람 저사람 연락해 식사와 술자리를 만들어 즐겼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그 모든 것이 시큰둥해졌다. 그런 자리가 별 의미가 없어졌다. 모임을 갖는다고 우정이 쌓이거나 사람을 깊이 사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을 만날수록 오히려 악연(惡緣)만 쌓여갔다. 


 아니다 싶은 사람과는 구태여 시간을 낭비하며 인연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 나는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다 보니 전보다 책도 많이 읽게 되고 나를 돌아보는 기회도 많아졌다. 정신적으로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유유자적(悠悠自適), 그야말로 속세를 떠나 아무런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사는 삶이다. 번잡한 세상사 물리치고 가끔은 스스로의 세계에 침잠해보는 것도 정신건강상 좋지 않을까 한다. 내가 요즘 혼술자적(自適)의 운치를 느끼기 시작한 이유도 그렇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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