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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화단 전쟁 배경 영화-'북경의 55일'(55 Days at Peki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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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는 전쟁으로 점철돼 왔다. 전쟁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일어나기도 하지만 때론 내부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국경이란 지도상에 표시된 선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는 인간의 탐욕이 만든 보이지 않는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북경의 55일(55 Days at Peking)'은 국경은커녕 중국 수도인 페킹 내 조그만 외국인 거류민단을 둘러싸고 일어난 '의화단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여기서 '페킹'은 현재 베이징(Beijing, 北京)의 옛 표기이다. 외세 침략으로 19세기부터 북경은 영어로 Peking, 광동은 Canton이라 불렀던 탓에 지금도 예컨대 유명한 베이징카오야(北京?鴨), 즉 북경식 구운오리 요리를 Peking Duck, 광동식 요리를 Cantonese Cuisine이라고 부르고 있다.

 

 1963년 얼라이드 아티스츠사 배급. 감독 니콜라스 레이. 출연 찰턴 헤스턴, 에바 가드너, 데이비드 니븐, 플로라 롭슨, 로버트 헬프만 경 등 당대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호화 캐스팅. 러닝타임 150분.

 

 이 작품은 약 3분여의 서곡(overture)과 약 2분 정도의 중간 휴게시간(intermission)이 있다. 오픈 크레디트에 중국계 미국인 동 킹맨(Dong Kingman, 1911~2000)이 그린 따뜻한 색감의 중국 관련 수채화 그림들이 배경으로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 후에 뜬금없이 다시 수채화 배경에 주제음악(The Peking Theme) "So Little Time"(www.youtube.com/watch?v=j51HN3sRBr8)이 앤디 윌리암스의 노래로 나오는 게 퍽 인상적이다. 작곡은 디미트리 티옴킨, 작사가는 'Secret Love(1953)' '모정(1955)' '우정 어린 설복(1956)'의 주제곡 '내가 사랑하는 그대' 'April Love(1957)' '엘시드(1961)'의 주제곡 '사랑의 테마' '샌드파이퍼(1965)'의 주제가 '그대 미소에 깃든 그림자' 등으로 유명한 폴 프란시스 웹스터(Paul Francis Webster, 1907~1984).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의화단(義和團) 사건' 발발 전·후에 대한 역사적 상황 및 배경을 살펴보고 가는 게 좋겠다. 그러면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두 번의 아편전쟁과 1894년 청일전쟁의 패배는 중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중국도 개혁을 하고 일본도 개혁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중국이 완패한 것은 바로 체제부터 개혁하지 않은 까닭이다. 중체서용(中體西用)을 표방하고 중국의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서양 학문·기술만 받아들이려 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중국도 일본과 같이 체제부터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체제 개혁, 즉 변법(變法)만이 중국이 살길이다."

 

 청나라 때 '무술변법'으로 유명한 캉유웨이(康有爲·강유위, 1858~1927)는 3년여 동안 이와 같은 상소를 일곱 차례나 올려 마침내 광서제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여기서 광서제와 서태후의 관계를 좀 살펴보아야 하는데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얘기가 펼쳐진다.

 

 아편 전쟁 패배의 굴욕을 겪은 청나라 제9대 황제 함풍제(咸豊帝)는 1856년 제2차 아편 전쟁으로 베이징이 점령 당하자 러허(熱河)로 몽진 갔다가 그곳에서 사망하고, 다섯 살 된 서태후의 아들 동치제(同治帝)가 즉위하니 함풍제의 측실이었던 서태후(西太后, 1835~1908)가 실질적인 섭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동치제가 1874년 18세의 나이에 천연두로 세상을 떠나자 서태후는 네 살짜리 조카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니 이가 곧 청나라 11대 황제 광서제(光緖帝, 1871~1908)이다.

 

 광서제가 성년이 된 1889년 이후 서태후는 마지못해 친정(親政)을 허용했지만 실질적인 모든 권력을 쥐고 막후에서 조종해 황제와 대립각을 세웠다. 1895년 청일 전쟁(淸日戰爭)에서 패배한 후 들끓는 여론에 부딪혀 이홍장(李鴻章)의 실각과 함께 서태후도 이화원에 은거하고 있었지만 한시도 경계의 눈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서태후는 정치적 실권을 잃으면 자신의 지위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1897년 황제 앞에 나아간 캉유웨이는 퇴폐한 정치 부패의 개혁을 강조했고, 개혁의 기본 방침으로 개혁 이념 통일(코드 안 맞는 관리 축출), 소통(다양한 의견 수렴, 인재 발탁), 시스템 개혁(제도국 설치―인재 운영)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방침에 따라 광서제는 무술년(1898) 6월 '국시(國是)를 정하는 조서'를 발표해 변법 추진을 공포하니 이를 '무술변법(戊戌變法)'이라 한다.

 

 그러나 보수적 관리들은 복지부동이고 새 법을 무시하여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경사대학당(京師大學堂), 즉 현 베이징 대학(北京大學) 창립이 유일한 성과였다. 그래서 무술변법은 '서류 혁명(Paper Revolution)'으로 끝나고 이에 불만을 품은 보수 세력에 반격의 기회만 준 결과가 되었다. 보수 세력의 중심에는 역시 서태후가 버티고 있었다.

 

 캉유웨이의 유신은 103일(1898. 6. 11~9. 21) 만에 막을 내렸기 때문에 '백일유신(百日維新)' 또는 '무술정변(戊戌政變)'이라고도 부른다.

 

 민중의 기반이 없이 추진한 변법운동은, '3일 천하'로 끝난 김옥균(金玉均), 박영효(朴泳孝) 등의 갑신정변(甲申政變·1884)과 마찬가지로 변법 운동자 스스로가 민중 운동이 아닌 위로부터의 개혁을 시도했으니, 완강한 보수 세력의 벽에 부딪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혁명이었으며 중국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신해혁명 이전 19세기 중국의 마지막 개혁의 실패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무술변법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해인 1899년 의화단이 중국인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거주하는 산둥(山東)성 평원현(平原縣)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이 의화단 사건의 도화선으로 이를 계기로 하여 의화단의 폭동은 확대일로를 치달아 서양인에 대해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는 외세 배격, 즉 배외(排外) 운동으로 확산되어 서양 연합 세력과 전면전을 벌였으니 이것은 단순한 '난'이 아니라 곧 '의화단 전쟁'이었다.

 

 청나라가 패전을 거듭할 때마다 치욕적인 조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배상금의 지불 문제로 중국 민중들의 생활이 위협받게 되자, 그들은 교회가 서구 열강의 약탈적인 무역과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첨병 구실을 하는 '침략자의 종교'로 생각하여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청나라에서는 1858년 제2차 아편전쟁 후 맺은 톈진조약(天津條約)에 의해 청국 국내에서의 그리스도교 포교를 인정하기는 하였으나 민중들은 사교(邪敎)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조상의 제사를 금하고, 부부유별(夫婦有別)의 전통 사회에서 남녀가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보는 것 등이 이해가 부족한 일반 민중들의 눈에 크게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 하워드 터프닝이 제작한 '북경의 55일(1963)' 영화포스터

 

▲ 의화단의 처단을 명했던 영록 장군과 이를 저지한 단왕 사이에 다툼이 일자 '이 조용한 아침에 꾀꼬리 소리는 안 들리고 까마귀 소리만 들린다'며 단왕 편을 들어 의화단을 쏜 대령을 참수하라고 명하는 서태후(플로라 롭슨).

 

▲ 매트 루이스 소령(찰턴 헤스턴)이 인솔하는 미국군대가 베이징 시내를 행진하여 외국인 거류지역의 연합군에 합류한다.

 

▲ 호텔에 이미 도착한 연합군 장교들이 방금 당도한 매트 루이스 미 해병 소령을 환영하고 있다.

 

▲ 북경 사수 결정을 하기 전 고심하던 영국 공사 아서 로버트슨 경(데이비드 니븐)에게 부인 사라(엘리자베스 셀러스)가 나폴레옹이 "중국은 재워야 한다. 깨우면 세계가 떨게 된다"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조언한다.

 

▲ 매트 루이스 소령(찰턴 헤스턴)이 나탈리 이바노프 남작부인(에바 가드너)을 대동하고 무도회에 나타나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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