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326 전체: 666,716 )
스페인의 레콩키스타 배경 영화-‘엘 시드(El Cid)’(4.끝)
youngho2017

 

(지난 호에 이어)

 다음날 아침, 로드리고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크게 사기가 올라 있던 무어인들에게 성문이 열리면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틀림없이 죽었으리라 생각한 바로 엘 시드였다. 양 옆에는 알폰소 국왕과 사라고사 왕 알 무타미드 사령관이 호위하고 있다.

 

 철제 부목을 댄 온몸을 흰색 기사복으로 성장을 하고, 오른손에 휘장을 높이 치켜들고, 눈을 부릅뜬 채 애마 바비에카를 탄 엘 시드의 출현은 일순간에 무어인 군대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그들은 혼비백산 도망친다. 이리하여 엘 시드는 역사의 문에서 전설의 세계로 말을 몰았다! 결국 벤 유수프는 그의 말에서 떨어져 바비에카의 발굽에 밟혀 죽는다. [註: 벤 유수프는 1106년에 사망했는데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각색했다.]

 

 알폰소 국왕이 그리스도교도와 무어족들을 향해 "기사 중 가장 고귀한 기사로 생애를 마친 용장의 영혼을 받으소서"라며 애도의 기도를 올리고, 성 안에서 히메나가 자녀들과 함께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무어족이 격멸된 해안가를 엘 시드의 시신을 태운 바비에카가 정처없이 달려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註: 로드리고 디아스의 애마(愛馬) 바비에카(Babieca)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엘시드가 어렸을 때 종마장(種馬場)에서 일하던 그의 삼촌이 아무 말이나 선택하라고 했는데 하필이면 가장 허약하고 쓸모없는 말이라 '바비에카' 즉 '바보'라고 이름 붙인 이 말을 골랐다고 한다. 바비에카는 맹렬한 백마인 반면 알렉산더 대왕의 애마 뷰세팔루스(Bucephalus)는 거대한 흑마로 서로 종종 비견된다. 바비에카는 엘시드가 사망하고 2년 뒤 나이 40살에, 뷰세팔루스는 30살에 죽었는데 둘다 평균수명을 넘어 전마(戰馬)로서는 아주 오래 살았다.]

 

 로드리고 디아스는 육상전과 해상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이순신 장군과 여러 면에서 흡사한 점이 많다. 이를테면 로드리고를 칭송하는 '엘 시드'라는 이름과 이순신 장군을 '성웅(聖雄)'이라 높여 부르는 점이 같다. 또 영웅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않고 최후의 승리를 거둔다는 점은 빼닮았다. 원균의 패배로 인해 다시 이순신 장군을 복권시키는 것과 알폰소 국왕이 전투에 패하여 로드리고 장군을 불러올리는 상황도 비슷하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백성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지위가 높아지면서 왕까지도 이를 시기하고 왕권에 도전할 것을 염려하여 추방령을 내리는 점도 비록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엘 시드는 발렌시아 정복으로 왕과 동등한 위치를 구축함으로서 발렌시아의 왕이 될 수도 있었으나 왕관을 국왕에게 바쳤고, 왕의 이름으로 발렌시아를 죽음으로써 지켜냈다. 에스파냐의 국민적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약 210km 북쪽에 위치한 부르고스(Burgos)는 아를란손(Arlanzon) 강 유역의 해발고도 800m의 고원에 위치해 천연의 요새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부르고스 성당에는 엘 시드와 그의 아내 히메나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잠깐 여기서 발렌시아에서 사망한 로드리고 디아스가 어떻게 부르고스까지 오게 됐는지 그 연유를 알기 위해 히메나에 대해 잠깐 살펴보는 게 좋겠다.

 

 도냐 히메나 디아스(Dona Jimena Diaz, 1046?~1116)는 1099년 7월10일 남편 사망 후 3년간 발렌시아의 통치자로 있었다. 그러나 1102년 알모라비데인들의 재공격으로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알폰소 6세는 발렌시아를 포기하고 모스크 등을 초토화시킨 후 히메나와 그 딸들을 에스코트하여 카스티야로 철수한다. [註: 발렌시아는 1102년 5월5일 벤 유수프의 충직한 용장 마스달리(Mazdali Ibn Tilankan, ?~1115)에 의해 점령 당한 후 125년 동안 무슬림 국가로 남았다.]

 

 이때 히메나는 엘시드의 시신을 운구하여 카스티야의 산 페드로 데 카르데냐(San Pedro de Cardena) 수도원에 안장했다.

 

 그 후 장녀 크리스티나(또는 엘비라, 1075~?)는 귀족 가문과 결혼하여 그 아들이 나바라 왕국의 가르시아 라미레스 왕이 되었고, 차녀 마리아(또는 솔, 1080~1105)는 아라곤 왕자와 결혼했으나 성년이 되기 전에 사망하여, 바르셀로나 백작인 라몬 베렝겔 3세(1082~1131)와 재혼하여 딸 둘을 낳고 25세에 사망했다. 이때 결혼지참금으로 아버지 엘시드의 전설의 검 '티소나'를 주었다.

 

 1116년 히메나 디아스가 사망하여 남편 로드리고 디아스 옆에 묻혔다. 그러나 700여 년 후 나폴레옹 전쟁(1803~1815) 때 묘가 도굴 당하자 시신을 부르고스 성당으로 옮기고 엘시드의 애마 '바비에카'의 무덤만 카스티야에 남겨 두었다.

 

 또 엘 시드가 사용하던 두 자루의 칼이 박물관에 온전히 전시되어 있다. 하나는 부르고스 박물관에 보존돼 있는 '티소나(Tizona)'로 길이 93.5 cm, 무게 1.15 kg이다. 다른 하나는 마드리드 왕궁에 전시돼 있는 '콜라다(Colada)'로 길이 96.5 cm, 무게 1.72 kg인데 엘 시드의 기사 중 한 명에게 선물로 줬던 것이라고 한다. [註: 티소나는 11세기 초 무어족이 지배하던 코르도바에서 이른바 '다마스쿠스 스틸(알로이 스틸)'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며, 1470년 이후 팔세스의 마키스 가문이 대대로 가보(家寶)로 보존하고 있었다. 1999년에 마키스 가문의 17대손이 팔겠다고 하여 스페인 문화부 주관으로 경매에 붙여 2007년에 부르고스 시가 160만 유로(약 200만 美달러)에 구입하여 전시하고 있다.]

 

 영화 '엘 시드'는 엑스트라 7천 명, 중세 시대의 의상 1만 벌, 선박 35척, 중세 전쟁무기 50여 가지 등 총제작비 620만 달러를 들인 대작이다. 그리고 스페인에 있는 4개의 수려한 고성(古城)에서 실제 전투 장면이 촬영되었는데, 특히 발렌시아 전투 장면(실제 페니스콜라 성)에서는 그 규모뿐만 아니라 수천 개의 화살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가는 장대한 스펙터클이 미클로시 로자의 웅장한 음악과 어우러져 오래 기억될 만한 명장면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 '엘 시드'의 주인공역을 맡은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 1923~2008)은 진지해 보이는 고전적인 외모와 탄탄한 몸매 탓인지 '십계(十戒·1956)', '벤허(1959)'를 비롯한 헐리우드의 여러 서사 장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북경의 55일(1963)'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1968)' 등 60여 년간 약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엘 시드'의 음악감독 미클로시 로자(Miklos Rozsa, 1907~1995)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백색의 공포(Spellbound·1945)', 조지 쿠커 감독의 '이중생활(1947)', 그리고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1959)' 등 3편의 영화에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유명한 헝가리 출신 작곡가이다.

 

 그 밖에 '쿼바디스(1951)' '아이반호(1952)' '원탁의 기사(1953)' '보와니 분기점(1956)' '왕중왕(1961)' '소돔과 고모라(1963)' '그린 베레(1968)'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들의 음악을 담당하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빡빡머리 때 보고 반세기가 지난 '엘 시드'는 여전히 재미있고 감흥을 주는 작품이다. (끝)

 

▲ 로드리고는 발렌시아를 포위하여 몇달 동안 굶주림에 지치게 한 후 투석기에 식량을 실어 성 안에 투척하여 내분을 촉발시킴으로서 승리한다.

 

▲ 발렌시아에 입성한 로드리고에게 왕관을 씌워주려고 하지만 그는 발렌시아가 국왕 알폰소 6세의 것임을 선포하고 사양한다.

 

▲ 엘 시드는 아내 히메나로부터 화살을 뽑지 말라는 동의를 얻어낸다. 남편의 비장한 죽음 앞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히메나!

 

▲ 양 옆에 알폰소 국왕과 알 무타미드 사령관이 호위하는 가운데 죽은 엘 시드는 역사의 문에서 전설의 세계로 말을 몰았다!

 

▲ 무어족이 격멸된 발렌시아 해안가를 로드리고의 시신을 태운 바비에카가 정처없이 달려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