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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레콩키스타 배경 영화-‘엘 시드’(El Cid)(3)
youngho2017

 

(지난 호에 이어)

 알폰소 6세 국왕의 즉위식이 스페인 부르고스에 있는 산타 가데아 성당에서 거행된다. 여기서 엘 시드는 홀로 충성 맹세를 유보하고, 왕으로 하여금 성서에 오른손을 얹고 '자신은 형(산초 2세)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맹세를 하게 한다. 이것이 유명한 1072년 '산타 가데아 서약(Santa Gadea Oath)'이다. [註: 스페인 화가 마르코스 히랄데즈 데 아코스타(1830~1896)의 그림 "산타 가데아 서약(Jura de Santa Gadea·1864)"이 유명하다. 알폰소 6세는 갈리시아를 통치하던 동생 가르시아가 전쟁 중 피신했다가 돌아오자 그를 종신형으로 감옥에 보냄으로써, 이후 페르난도 대왕이 달성했던 스페인 통합 영토를 차지하여 부친이 자처하던 '전 스페인 황제(Emperor of all Spain)' 타이틀을 이루었고 본격적인 '레콩키스타'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알폰소가 자신은 참여하지 않았고 그의 누이가 책임이 있다며 서약하자 비로소 로드리고는 충성을 맹세하지만, 이 불경죄 때문에 그의 모든 재산과 권한을 몰수 당하고 단신으로 스페인 밖으로 추방된다.


 여태까지 그를 원망해온 히메나는 비로소 정의롭고 용감한 남편의 의지를 이해하고 다시 사랑에 불을 당겨 그를 따라 나선다. 이제 왕의 무장도 아니고, 부하도 군대도 없고 오직 자기 하나뿐이라며 낯선 땅에서 그녀는 여자로서의 행복감에 젖어 마냥 기뻐하는데….


 그 후 히메나는 쌍둥이 딸 엘비라와 솔을 낳는다. [註: 기록에 의하면 히메나는 1남2녀를 낳았다. 영화는 대체로 사실(史實)에 충실했지만 사건 전개에 연대의 오류도 있으며, 그 전후를 연결하기 위해 쌍둥이 딸로써 시기의 오류를 커버하는 것으로 각색했지 싶다. 영화 속에 나오지는 않지만 아들 디에고 로드리게스는 출생일은 불분명하나 알폰소 6세를 도와 1097년 콘수에그라(Consuegra) 전투에 참가했다가 전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군인의 기회는 국난의 시기이듯 1086년 북아프리카의 무어족인 벤 유수프가 대규모로 스페인을 침략하자 국왕 알폰소 6세는 원치 않았지만 추방했던 로드리고를 다시 불러들여 이들에 대한 방비를 하도록 명한다.


 그런데 로드리고는 왕의 군대와 합류하지 않고 자신을 따르는 무어족 족장들의 군대와 동맹을 이루어 발렌시아를 공격하겠다는 방책을 제시한다. 기독교도 왕국의 국왕 알폰소는 무례한 이교도를 끌어들이는 제안에 대노하여 다시 로드리고를 추방시키고 단독으로 무어족과의 대결에 나섰다가 대패하고 만다. 이것이 1086년 사그라하스(Sagrajas) 전투였다.


 또 추방 당한 엘 시드는 사라고사 왕 알 무타미드에게 의탁하고 후계자인 알 무스타인 2세를 충성스럽게 받들며 유랑의 고난 속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착실한 경력을 쌓아간다. 그는 1차 유랑시기인 1080~1086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스페인 이슬람국가들의 복잡한 정치와 이슬람 율법 및 관습을 터득했는데, 이는 나중에 그가 발렌시아를 정복하고 통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무렵 사그라하스 전투에서 대패한 알폰소 6세는 도와주지 않은 로드리고에 대한 앙갚음으로 히메나와 두 딸 엘비라와 솔을 투옥한다.


 게다가 백성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게 된 로드리고를 그리스도교도들은 그냥 놔두지 않는다. 무려 8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레콩키스타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세력과의 종교전쟁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것은 또한 같은 기독교 국가들 간의 전쟁이기도 했다. 예부터 집안싸움이 더 무섭고 가혹한 법이다!


 그들은 전후 스페인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서로 종(縱)과 횡(橫)으로 얽혀이전투구(泥田鬪狗) 했기 때문에 스페인의 역사는 안팎으로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레콩키스타 기간도 엄청 길어졌지 싶다.


 한편 알폰소가 무어족에게 패배한 후, 과거 히메나를 사이에 두고 로드리고와 반목하던 오르도녜스 백작은 엘 시드와 화해하고 스페인을 지키기 위해 로드리고의 가족을 지하 감옥에서 빼내 발렌시아의 로드리고 군대와 합류한다.


 그동안 발렌시아에 대한 지배력을 조금씩 강화하고 있던 엘 시드는 발렌시아 왕 알 카디르가 전에 로드리고에 했던 충성 맹세를 깨고 벤 유수프와 손을 잡은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했던가!


 드디어 엘 시드에게 운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발렌시아를 물샐틈없이 포위해 식량 공급을 차단한 지 몇 달. 이윽고 발렌시아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일 무렵, 투석기(投石機)에 식량을 실어 성내로 투척하자 빵 앞에 보이는 게 없다! 오히려 백성들이 이를 말리는 내부 병사들을 죽이고는 급기야 도망치는 발렌시아 왕 알 카디르를 붙잡아 성벽 아래로 추락사 시키고는 성문을 열어주는 일이 벌어진다.


 내분을 촉발하는 식량 투척 작전의 성공으로 마침내 엘 시드는 정복자로서 발렌시아에 입성한다. 그때가 1094년 6월17일이었다.


 알 무타미드 장군을 비롯한 로드리고의 군대 및 발렌시아 백성 등 모두가 로드리고에게 발렌시아 왕의 왕관을 씌워주려고 하지만 그는 사양하고, 발렌시아가 국왕 알폰소 6세의 것임을 선포한다.


 한편 발렌시아 입성 소식을 알리고 왕관을 전해주기 위해 알폰소 국왕에게 달려간 전령이자 로드리고의 사촌인 알바르 파녜스(?~1114)는 오히려 푸대접을 받고 응원군은 한 명도 보낼 수 없다는 최후의 통첩을 받는데….


 비로소 로드리고는 떨어져 있던 아내 및 자녀들과 발렌시아에서 몇년 동안 평화롭게 살았으나 그것도 잠시, 1099년 알모라비데 왕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이번에는 역으로 로드리고 군대의 발렌시아가 포위되고 만다. 그 와중에 정찰 나갔던 오르도녜스가 벤 유수프에 붙잡혀 모진 고문 끝에 그의 칼에 찔려 죽는다. 이 발렌시아의 방어는 스페인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전쟁이었다.


 영웅서사시의 완성은 영웅의 행복한 말로가 아니라 비극적인 최후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더욱 더 장려해지는 법이다. 로드리고가 이끄는 군대는 무어인과의 마지막 일전을 겨루기 위해 성문을 열고 나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그때 영웅의 가슴에 꽂히는 한 발의 화살! 전투는 로드리고의 부상으로 말미암아 중도에서 끝나게 되고, 성 밖에 진을 치고 있는 무어족의 군대는 로드리고의 죽음을 소리높여 외치며 자신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데….


 알 무타미드가 화살을 뽑아내야 살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내일 이 중요한 작전을 자신이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로드리고. 결국 아내 히메나로부터 화살을 뽑지 말라는 동의를 얻어내고, 내일 아침 살아있든 죽든, 말에 태워 전장으로 보내도 좋다는 약속을 받는 엘 시드. 남편의 죽음 앞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히메나!


 이때 도착하는 알폰소 국왕과 그의 군대. 알폰소 국왕은 로드리고의 전령이 돌아간 뒤에야 자신의 충성스러운 신하의 충정을 알게 되어 그를 구원하기 위해 직접 군대를 이끌고 도착한 것이다.


 알폰소 국왕이 로드리고 병상 곁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로드리고는 오히려 "자신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훌륭하십니다"며 "이제야 스페인이 왕을 갖게 됐다."고 나이어린 국왕을 격려해 마지 않는다. 그리고 숨을 거둔다.

(다음 호에 계속)


▲ 로드리고는 왕명에 의해 히메나와 결혼식을 올리지만…. 맨 왼쪽이 페르난도 대왕(랄프 트루만), 맨 오른쪽이 산초 왕자(게리 레이몬드).
 

▲ 알폰소 6세(존 프레이저)가 엘 시드의 요청으로 이른바 '산타 가데아 서약'을 하고 있다. 그 왼쪽에 엘 시드가 증인으로 서 있다.


▲ 로드리고의 추방으로 이제 왕의 무장도 아니고 부하도 군대도 없고 오직 나 하나뿐이라며 마냥 행복해 하는 히메나(소피아 로렌).
 

▲ 로드리고(찰턴 헤스턴)는 알폰소 국왕에게 자신을 따르는 무어족 족장들의 군대와 동맹을 이루어 발렌시아를 공격하겠다는 방책을 제시하자 또 추방당하는데…
 

▲ 로드리고를 추방시키고 단독으로 무어족과의 대결, 즉 사그라하스 전투에 나섰다가 대패하는 알폰소 국왕(존 프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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